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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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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향수 어린 자연에서 들려온 만물의 노래

부제: 달팽이 박사의 생명 찬가

권오길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18년 1월 12일

ISBN: 978-89-8371-889-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5x210 · 304쪽

가격: 16,500원

분야 생물학, 생태학·환경, 청소년 과학


책소개

달팽이 박사, 『생명 교향곡』의 선율을 잇다

향수 어린 자연에서 들려온 만물의 노래

 

“푸나무도 살갑게 제 이름을 불러 주면 어김없이 살래살래 고개 흔들고 쌍긋빵긋 웃으며 반기다가, 얼결에 뿌리째 확 뽑아 열쌔게 당신께로 후다닥 마구 달려올 것이다.” —본문에서

 

이름은 지칭하는 이와 지칭되는 이를 강하게 연결하는 가교였다. 출간 14개월 만에 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82년생 김지영』이 좋은 예다.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는 대법원의 통계 자료에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사이에 가장 많이 등록된 여아의 이름으로 제시되어 있는 ‘김지영’을 주인공에게 붙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이름을 책 제목에 내세움으로써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의 여성 모두를 호명한 것이다.

생물학계에서 이름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는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였다. 그는 각각 속과 종을 나타내는 두 라틴 어 단어로 된 학명을 생물에 부여하는 ‘이명법’을 창시해 현대적 생물 분류학의 정초를 놓았다. 즉 이름은 단지 대상을 지칭할 뿐만 아니라 과학 지식을 공유하고 체계화하는 수단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학명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을뿐더러, 일반명조차 잘못 알려진 경우가 허다하다.

그 단적인 사례를 우리는 지난 2017년 10월 한 외래종 개미를 통해 목격했다. 부산항에서 발견된 이 개미를 정부 당국과 언론이 처음에 ‘붉은독개미’로 호명함으로써, 독성에 관해 과장된 정보들이 유통되었고 공포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학계에서는 분류에 맞게 ‘붉은열마디개미’를 제안했으나, 정부 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채택된 이름은 분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붉은불개미’였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하는 『생명의 이름』은 이처럼 저마다의 이름과 사연을 간직한 채 우리의 산천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서, 인간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 온 생물들의 이야기를 묶어 맺은 결실이다. 저자 권오길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 명예 교수가 《조선일보》 토일섹션 「Why」와 《월간중앙》에 연재한 원고를 한 권으로 엮었다. 저자는 수도 여자 중·고등학교와 경기 고등학교, 서울 사범 대학 부속 고등학교에서 25년간 교편을 잡으면서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어 소통해 왔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꿈꾸는 달팽이』와 『생명 교향곡』을 비롯한 50여 편의 저작 활동과 방송 활동, 강연으로 이어졌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강원도 문화상(2000년), 한국 간행물 윤리상 저작상(2002년), 대한민국 과학 문화상(2003년), 동곡상(2016년) 등을 수상했다. 한편 “고추나무 앞에 퍼질러 앉아 고추 안에 든 씨앗을 헤아리는” 저자의 모습에서, 초동목수 시절부터 품어 온 호기심을 여전히 잃지 않고 수십 년간 달팽이 등의 연체동물 탐구에 매진해 온 야외 생물학자, ‘달팽이 박사’로서의 일생을 읽을 수 있다.

전작 『생명 교향곡』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따라 펼쳐지는 생물들의 생태 이야기를 그려 냈다면, 『생명의 이름』은 생명과 우리의 사이를 잇는 이름에 주목했다. 제철보다 이르게 설익은 채로 떨어지고 만 ‘도사리’, 매미가 탈바꿈한 자리에 남기고 떠난 ‘선퇴’, 겨울에도 푸르게 겨우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처럼, 우리의 말이 낱낱이 새겨 놓은 검질긴 생명의 이름들은 이 책에 기록됨으로써 다시금 언어로서의 생명력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생물들에 대한 기록인 동시에 그 생물들을 탐구한 우리말 자체를 아울러 파고든 한 노학자의 아름다운 수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려운 과학책보다는 수필에 더 가깝다. 생물을 바라보는 한 노학자의 애정 어린 기록인 동시에, 생명을 관조하는 한 문학가의 서정적 에세이이기도 하다.” —《매일신문》

“자연 속을 거닐며 현장 연구를 이어온 생물학계 노학자의 저서를 읽어보면 인간 외의 생명에 관심을 기울일 ‘의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머니투데이》


목차

머리말 5

 

1부 넓은 벌 동쪽 끝

벼 이삭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니 · 15 | 감자의 뜨거운 생명력 · 18

돼지감자가 세상을 바꾼다 · 21 | 천연 방부제 고추 · 24

누가 호박꽃을 못났다 했던가 · 28 | 선인장, 적응의 도사 · 31

민들레의 꽃말은? · 36 |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목련 · 40

식물의 짝 찾기에도 질서는 있는 법 · 43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 46

달팽이의 느림을 본받으리라 · 50 | 귀뚜라미의 세레나데 · 53

인생사 새옹지마 · 56 | 그령처럼 억세게 · 59

나비의 날갯짓으로 토네이도를? · 62 | 짧고 굵게, 초파리의 한살이 · 65

낙타가 무슨 죄랴 · 68 | 뿌린 대로 거두리라 · 71

 

2부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

물총새 천세 만세! · 77 | 애지중지 알짜배기 부평초 신세? · 82

연, 군자와 자비의 꽃 · 86 | 강물로 이끄는 연가시의 꾀 · 89

나그네쥐가 집단 자살한다고? · 94 | 잠자리의 결혼 비행 · 98

빛으로 말하는 벌레 · 101

 

3부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소나무, 인간과의 깊은 인연 · 107 |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 110

키위의 원조 여기 있소이다 · 113 | 고소한 강냉이 먹어 볼까 · 116

손을 펴면 단풍잎이라 · 122 | 은행나무, 살아 있는 화석 · 125

나무의 죽살이, 타감 작용 · 130 | 나무의 겨울 채비 · 133

겨울을 겨우겨우, 겨우살이 · 136 | 식물들의 겨울나기 · 140

동물들의 겨울나기 · 143 | 겨울 견딘 푸나무, 봄을 맞나니 · 146

우듬지까지 오르는 물의 이치 · 149

뿌리 깊은 나무는 토양 세균과 함께 살지어다 · 152

뻐꾸기가 둥지를 틀었다고? · 155 | 밤 눈 밝은 올빼미 · 158

펄펄 나는 꾀꼬리 암수가 정다운데 · 161 | 누가 참나무 가지를 꺾었을까 · 166

귀공자 매미의 사랑 노래 · 169 | 의태, 속고 속이는 자연의 세계 · 172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 176 | 우음성유, 사음성독이라 · 179

 

4부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꽃게 하면 해병대다! · 187 | 다리야 날 살려라 · 191

왜 고등어 두 마리를 한 손이라 부를까? · 194 | 생침 도는 꽁치 · 198

간, 살코기, 껍질까지 주는 상어야, 너 참 고맙다! · 203

왜 넙치의 눈은 왼쪽으로 몰릴까 · 208 | 전어의 깊은 속셈 · 211

해로동혈 따라 백년해로하리라! · 215 | 멍게 맛은 여름이 으뜸 · 220

산후조리 미역국의 터줏대감, 홍합 · 225

 

5부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지붕

굳세어라 참새야! · 233 | 희소식의 새, 까치 · 238

닭이 알을 품듯 하라니? · 243 | 정신일도(精神一到) 달걀 세우기 · 247

초피나무, 남도의 맛 · 249 | 버릴 것 하나 없는 감 · 255

살살이꽃의 추억 · 258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드니 · 261

144킬로미터 적혈구의 여행 · 265 | 백혈구, 하해와 같은 은혜 · 269

실로 위대한 난자로세! · 272 | 초속 1~3밀리미터, 정자의 헤엄 솜씨 · 275

5억 중에 1등, 천우신조라 · 278 | 피는 못 속인다더니 · 281

우리 몸에 새겨진 김치 DNA · 285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 이 내 몸에 있나이다 · 288

배꼽 이야기 · 291

 

맺음말 297

찾아보기 300


편집자 리뷰

여태 몰랐던 것을 아는 순간에 느끼는

삶의 깊은 희열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씨알이나 새알이나 알이란 알은 죄다 오롯이 둥글다. 헌데 저 작은 한 톨의 종자에 먹음직한 채소와 청청거목이 이미 들었다니 엄청 신비롭다. ‘바보도 사과 속의 씨는 헤아리지만 한 개의 씨앗에 든 사과는 신만이 헤아릴 수 있다.’는 서양말이 있다.” —본문에서

 

“마음 다잡고 들꽃에 가까이 다가가 오래오래 세세히 살펴볼 것이다.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모름지기 자연은 자기에게 눈길을 주는 이에게만 비밀의 문을 열어 준다니 말이다.” —본문에서

 

이 책은 정지용의 시 「향수」를 따라 우리의 산과 들, 바다를 소요하며 생물들을 만나는 다섯 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넓은 벌 동쪽 끝」은 우리의 들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물과 들짐승, 들꽃 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늘에는 해바라기 꽃을 달고, 땅에는 감자를 달고 있는 것이 사뭇 엉뚱하다 해서 ‘뚱딴지’라 불린 돼지감자, ‘신선의 손바닥’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우리나라 제주도에 자생해 온 선인장의 이야기가 이곳에 수록되어 있다. 2부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에는 우리의 강을 수놓으며 제각기 생명력을 뽐내는 개구리밥과 연가시, 반딧불이 등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물총새의 영어 이름 ‘common kingfisher’에는 ‘고기 잡는 귀신’이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잠자리를 뜻하는 다른 말로 ‘청령’이나 ‘청낭자’라는 우리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3부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는 하늘로 높게 뻗어 올라간 나무들과 산짐승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미를 죽이면서 태어난다.’라는 의미에서 ‘살모사’라는 이름을 갖게 된 뱀의 억울한 사연과, 「황조가」에 등장해 우리의 역사 속 한 장면을 함께한 꾀꼬리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4부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은 너른 바다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바다 생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언각비』와 『전어지』와 같은 문헌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 물고기들의 이름은, 우리말이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5부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지붕」은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라 여기며 자연과 공생해 온 우리의 정겨운 터전을 들여다본다. ‘까치밥’으로 남겨 둔 감에서 선조들의 아름다운 덕행을, 우리 몸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배꼽에서 다른 생명들과 닮아 있음을 본다.

 

호기심은 동심이요, 동심은 시심이며,

시심은 과학심이다.

 

“삶에 휴식이 있어야 하듯이, 감나무도 이해 감이 열리면 이듬해는 쉬는 해거리를 하였는데, 요샌 퇴비 거름 실컷 주고 살충제를 치는 까닭에 도통 해거리가 없다. 암튼 가지가지에 주렁주렁 한가득 매달린 진분홍빛 감나무에서 가을의 풍성함을 흠뻑 느끼고, 우듬지에 달려 있는 너더댓 개의 까치밥에서 아름다운 나눔의 덕행(德行)을 깨닫는다.” —본문에서

 

“어찌 겨울이 지나지 않고 봄이 오랴. 힘든 일을 굳세게 이겨 내야 좋은 일이 생긴다. 겨울나기를 한 소나무가 푸름을 되찾고 청개구리들이 펄떡펄떡 날뛰는 포근하고 화사한 춘절은 분명 오고야 말 터이니, 기꺼이 동장군과 벗하여 아린 이 세한(歲寒)을 마냥 즐길지어다.” —본문에서

 

시인 김춘수가 「꽃」에서 노래했다시피,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하나의 몸짓을 꽃으로 피워 내는 일이다. 과학에서 이는 앎의 지평을 확장하고, 그렇게 확장된 앎을 도움닫기 삼아서 미지의 세계로 도약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심은 과학심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십분 이해된다. 우리의 선조들이 자연에서 찾은 삶의 지혜는 우리말에 아로새겨져 있고, 우리말은 대대로 전수되어 우리의 지식과 문화 모두를 축적하고 있다. 『생명의 이름』은 이와 같은 장구한 지혜의 종착지이며, 동시에 다시 우리가 이루어 나갈 새로운 과학의 출발지라 할 수 있다.

 

 

“우리 집 가훈이 ‘잡을 손, 잡힐 손’이다. 남을 잡아 줄 수 있는 손이 될 것이고, 누구나 너의 손을 잡아 주는 그런 손이 되라는 말인데 한마디로 언제 어디서나 꼭 있어야 하는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늘 부지런히 맡은 일을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해 왔다.

어느새 오후 산책 시간이 닥친다. 길을 걷기 전에 비탈 텃밭을 들른다. 봄에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구석구석 살피고 가꾸기를 게을리 않는다. 이렇게 촌놈은 늘 밭에서 심전(心田)을 가꾼다. 밭은 나의 심신을 갈고 닦는 곳이기에 말이다. 밭에서 온갖 곡식이나 남새만 얻는 것이 아니라 기름진 글감을 노다지로 캔다. 한마디로 글 농사와 밭 농사가 나의 모두렷다.” —「맺음말」에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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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나 서울 대학교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수도 여자 중학교와 고등학교, 경기 고등학교, 서울 사범 대학 부속 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쳤으며, 그 후 25년간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 명예 교수로 있으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글쓰기와 방송, 강의 등 다양한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달팽이 박사’로 널리 이름을 알리게 한 『꿈꾸는 달팽이』를 비롯하여 『인체 기행』, 『생물의 죽살이』, 『생물의 다살이』, 『생물의 애옥살이』, 『어린 과학자를 위한 몸 이야기』, 『괴짜 생물 이야기』 등 수십 권의 책을 썼으며, 과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간행물 윤리상 저작상(2002), 대한민국 과학 문화상(2003)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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