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과학의 기원을 철학에서 찾는다면?
부제: 과학의 철학적 기원
글 서동욱, 김은주, 김옥경, 김종원, 박경남, 박제철, 오은영, 이광모, 이상헌, 홍우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21년 3월 31일
ISBN: 979-11-91187-08-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8x220 · 272쪽
가격: 18,500원
분야 과학사·과학철학
발행일 2023년 3월 31일 | ISBN 979-11-92908-14-4 | 가격 15,000원
철학은 근대에 와서 이성이 세계의 질서 자체임을 깨달았다. 이 이성은 등불처럼 환한 공간을 열어놓고 암흑 속에 갇혀 있던 사물들이 그 공간으로 들어와 빛나게 한다. 사물들을 빛나게 하는 저 이성의 질서란 바로 수(數)이다. 수라는 질서를 이성이 열고 수의 실을 엮으며 기하학과 물리학의 비단이 자연 위에 펼쳐졌다. 그리고 자연은 오로지 수에 응답하는 자로서, 과학에 응답하는 자로서 자신을 알려오게 되었다. 누가 이 수적 질서라는 베틀을 만들어 과학의 비단이 펼쳐지도록 만들었는가? 이 책이 다루는 주요한 인물은 베이컨, 데카르트, 버클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셸링, 헤겔 등이다. 철학의 역사에 대해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열어놓은 사유의 질서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과학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일목요연한 이해를 구한 적이 드문 듯하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이해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근대로부터,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인정하는 과학의 정신이 씨앗을 터트렸다면, 그리고 그 과학이 근대적 사유의 정체를 알려준다면, 근대 철학자들은 무엇보다 과학과의 관련 속에서 조명되어야만 한다. 구체적으로 이 책에서 철학은 어떻게 과학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는가? 또 과학은 붉은 물감을 부은 흙에서 붉은 수수가 자라고, 노란 물감이 젖은 흙에서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개나리가 자라나는 것처럼, 어떻게 철학의 토양을 따라 자신의 모습을 그려내는가?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철학자들의 고전적인 저작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살피며 저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는다. 이런 작업을 통해, 라이터돌처럼 회전하며 인간 정신에 불꽃을 일으켰던 근대 철학의 위대한 과학 관련 저술들이 다시 극장을 위해 상자 속에서 꺼내진 인형들처럼 빛나기를 바란다.
이 책에 대하여 005
서동욱
1부 과학이 자연을 인간의 손에 넘겨줄 때
1장 과학의 대항해선을 밀고 나가는 물결: 호메로스부터 니체까지 017
서동욱
2장 학문 혁신을 통한 과학의 실용화로 지상 낙원을 꿈꾸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037
이상헌
2부 빛과 시선, 과학과 철학의 관심이 집중된 곳
3장 장님의 지팡이, 포도주 통, 그리고 테니스공이 알려준 빛의 성질: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 063
홍우람
4장 관념론자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 083
김종원
3부 사물의 이치
5장 운동과 정지, 빠름과 느림으로 이해된 개체: 스피노자의 『에티카』 107
김은주
6장 미적분학의 창시자가 상상한 물리 세계: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 129
박제철
4부 종교를 의심하고 물리 법칙의 뿌리를 들여다보다
7장 불확정성의 시대의 서곡: 우연과 진화로서의 세계: 흄의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149
오은영
8장 뉴턴은 떨어진 사과에서 무엇을 놓쳤는가?: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167
박경남
5부 자연은 절대자의 얼굴이다
9장 절대적 관념론, 자연의 신비를 벗기다: 셸링의 『자연 철학의 이념』 191
이광모
10장 절대 정신, 자연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다: 헤겔의 『엔치클로패디』 215
김옥경
더 읽을거리 235
후주 245
저자 소개 258
찾아보기 262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로, ‘통섭(consilience)’ 개념의 주창자로 이름 높은 에드워드 윌슨은 최근 번역 출간된 『창의성의 기원: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The Origins of Creativity)』(사이언스북스, 2020년)에서 “철학을 다시금 존중받는 위치로, 이번에는 인문학적 과학과 과학적 인문학의 중심으로 돌려놓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라고 주장한다. 디지털한 세계에서도 인간은 “정보에 익사하는 한편으로 지혜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슨의 이 주장은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윌슨의 통섭 개념이 과학주의의 그늘 아래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인문계 독자들에서부터 인문학의 몰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공계 독자들까지 철학을 지혜의 근원으로, 과학을 가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격상시키며 인문학과 철학의 새로운 협력과 융합을 역설하는 윌슨의 태도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그렇다면 윌슨의 이 협력과 융합 제안에 철학자와 인문학자는 어떤 회신을 보내고 있을까? 이미 과학을 철학과 역사학 및 사회학의 대상으로 삼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많은 성과가 축적되어 있다. 과학학(science studies)이라고도 불리는 인문 사회 과학적 과학 연구를 통해 패러다임, 연구 윤리, 과학과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민주적 통제와 관련된 개념들이 계발되었고, 과학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과학학을 “철학을 다시금 존중받는 위치로, 이번에는 인문학적 과학과 과학적 인문학의 중심으로 돌려놓는 것”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인문학적 방법론으로 대상을 과학과 기술까지 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과제는 순수 철학자들,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순수 철학자들이 과학을 중심에 놓고 자신들의 학문 분과와 그 역사를 깊이 성찰하는 데서 풀어 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과학의 철학적 기원』은 근대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저술 9권을 통해 자연 철학과 자연 과학이 분화되던 시기,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베이컨에서 헤겔까지 위대한 지성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의 논쟁 속에서 어떤 사상이 배태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이 새롭게 등장한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재조명한다.
근대와 현대를 인류의 다른 모든 시대와 구분해 주는 게 과학이라고 한다면, 과학을 빼놓고 철학자와 그들이 직조해 낸 철학사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하다는 관점하에 베이컨, 데카르트, 버클리,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흄, 칸트, 셸링, 헤겔(그리고 니체)의 과학관, 자연관, 그리고 그 사상의 정수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철학과 과학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철학은 과학을 가능하게 해 주고, 과학이 놓일 수 있는 “사고 방식의 좌표”로, 규정된다. 엮은이인 서동욱 교수는 과학을 “명인의 바둑”에, 철학을 그 바둑을 가능케 하는 “바둑판의 먹줄들”에 비유한다. 또 근대 철학을 “근대라는 욕조”를 가득 채운 물에 과학을 그 물 위를 떠도는 “오리 인형”에 비유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이 비유에서 왔다.
2019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서강 대학교 철학 연구소에서 주관한 철학 특강, “오리진 오브 사이언스: 과학의 기초를 만든 철학 명저”의 강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책에는 엮은이이자 한국 프랑스 철학회의 회장이기도 한 서동욱 서강대 교수, 헤겔학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이광모 숙명여대 교수, 박제철 서울시립대 교수 등 기라성 같은 근대 철학 전공자 1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각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과학 관련 명저의 속살을 대중들에게 쉽고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들과 철학 명저는 다음과 같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 스피노자의 『에티카』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 흄의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셸링의 『자연 철학의 이념』 헤겔의 『엔치클로패디』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이기도 했던 이들이 전개하는 과학 이론 및 자연 철학을 살펴보는 작업은, 과학이 전제하고 있는 철학적 원리들에 따라 과학의 탐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과학이 요구하는 새로운 통찰을 철학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사유의 자극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