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보통 사람을 위한 인공 지능 인문학

AI 시대, 행복해질 용기

인공 지능 시대의 행복론

김재인, 박평종, 최성환, 김형주, 강용수, 공병혜, 김분선, 김선규, 김영선, 김원식, 전철, 주해원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20년 12월 31일 | ISBN 979-11-90403-7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8x220 · 444쪽 | 가격 22,000원

시리즈 AI 인문학 1 | 분야 공학

책소개

우리는 인공 지능 시대에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여기-보통 사람을 위한 인공 지능 인문학

모든 시대는 궁정인, 교양인, 전인처럼 그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간상을 구현하려고 노력하여 왔다. 그렇다면 인공 지능 시대의 바람직한 인간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이 단순히 기술적, 도구적 존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추구하는 인간상과 더불어 시대마다 행복의 표상이 변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열망과 추구 자체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한한 인간 존재의 삶을 이끌어 가는 근본 동인으로 영속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은 힐링(healing)과 케어(care)의 시대이며 상담 만능의 시대이다. 그만큼 고통, 갈등, 부조화, 비정상 등이 사회의 중요한 상수(常數)로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幸), 불행(不幸)이라는 표현은 순서가 바뀌었다는 느낌이다. 행복을 이론화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이론적 완결성을 염두에 두다 보면 현실적인 행복의 양상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보다는 불행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불행이라는 근본 사실에서 차선적인 선택 혹은 행운으로 주어지는 행복은 그만큼 ‘상처 입은 행복’으로 이미 이론적 제한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인공 지능 시대에서 어떤 기술적 향유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겸허하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시작하며」에서

먼 곳에서 지금의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것, 미래가 아닌 현재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아주 상식적이고 쉬운 제안 같지만 인공 지능 시대를 논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긴요하게 요청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바라보자. 그 시선으로 내가 관계 맺어야 할 대상인 인공 지능을 바라보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아가 살게 될 인공 지능 시대를 상상하고, 우리를 위한 로봇을 개발하는 것, 인간을 위한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공동체를 위한 인공 지능의 윤리를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여기의 존재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자꾸 멀어져 가는 초지능 존재자를 홀로 그리면서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희망 고문일 수도 있다. 때로는 진부한 사실이 진실이다. 그리고 진실은 상식 안에 있다. 인공 지능 시대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 있지 않다. 지금이 바로 인공 지능 시대다. -「책을 마치며」에서

 

“공학, 기술, 산업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인공 지능 담론장에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시도가 담긴 책.” —《로봇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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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후 한국 사회에서 인공 지능은 일상이 되었다. 광고는 물론이고, 신문과 방송, 그리고 포털에서 ‘인공 지능’, ‘AI’ 같은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국민의 ‘인공 지능 문해력/소양(AI literacy)’을 이야기하고, 기업에서는 관련 인재를 채용하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다. 정치인들은 인공 지능이 불러올 고용 불안을 지렛대 삼아 기본 소득이니, 복지니 자기 정치를 팔고,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아이들을 ‘AI 사교육’ 시장으로 밀어넣는다. 어떤 신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기 위해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자문 회사 가트너가 만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의 2단계와 3단계, 즉 부푼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과 환멸 단계(Trough of Disillusionment)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현상을 인공 지능을 둘러싼 한국 사회 담론장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담론장 어디에도 ‘성찰’은, 특히 ‘인문학적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공 지능 시대의 입장권은 인문학에는 발행되지 않은 것일까?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AI 인문학 총서」의 1권 『AI 시대, 행복해질 용기』는 공학, 기술, 산업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인공 지능 담론장에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시도이다. 한국연구재단의 HK+ 연구비의 지원을 받은 학제 간 융합 연구의 성과인 이 책은 앞으로 출간될 「AI 인문학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최성환 중앙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김형주 중앙대학교 인공지능인문학단 HK+ 교수가 자신들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철학자, 법학자, 신학자, 사회학자 등의 인공 지능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 성과를 엮은 이 책은 과감하게 인공 지능 시대에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지 그 조건을 탐색한다.
모든 선이 행복을 향한다고 주장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행복은 철학자들의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행복은 고정된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항상 지금-여기-보통 사람들에 의해 재규정되어야만 한다. 최성환 교수와 김형주 교수 등은 이 책에서 인공 지능 시대를 앞둔 지금, 행복이란 무엇이고, 인공 지능이 행복을 위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고찰해야 하며, 인공 지능을 통해 현실화되는 행복이 상태인지, 목표인지, 과정인지, 부산물인지, 그리고 행복이 과연 기술적 매뉴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유익이 해악보다 더 커 보이는 인공 지능을 다룰 때, 냉철하게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엮은이들은 이 행복론을 바탕으로 인공 지능 시대의 인간 정체성, 인간 관계와 공동체의 의미, 인간과 기계의 관계 등 수많은 담론을 양산할 ‘인공 지능 인간학(AI-Anthropology)’을 구성해 내자고 이야기한다. 최근 기술 발전이 야기한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먼, 초인, 특이점처럼 인간성(Humanität)의 존재와 지속, 그리고 생성과 변화에 영향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개념과 이념 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인공 지능의 시대에 인간성이 기술적,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행복의 인문학으로 그려 본 인공 지능 시대,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하여

이 책은 모두 12명의 저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인공 지능 시대에서의 인간 삶이 직면하게 되는 중요한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영역은 ① 개인/욕구, ② 노동/인간 관계, ③ 공동체/정치, ④ 의료 복지/과학 기술, ⑤ 문화/예술, ⑥ 종교/유토피아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개인과 욕구」
1장 「인공 지능 시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에서 김형주는 인간과 인공 지능의 상호 관계 속에서 (인공) 지능을 파악하여 그로부터 행복의 ‘원리적’ 가능성을 탐색하려고 시도한다. 필자는 인공성과 지능의 의미를 상호 규정적인 관계 속에서 고찰하면서 모방으로서의 인공성과 오명으로서의 인공성을 구분한다. 그는 인간-종-중심적 세계관(편견)에서 벗어나 (인공 지능에게 부당하게 붙여진, 즉) 오명으로서의 인공성의 관점에서 인공 지능은 인간과 함께 행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인공 지능은 인간에게 타자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타자성이 단순히 부정적인 한계로 의미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칸트에게 물자체의 세계와 정언 명령이 지배하는 인격 공동체의 세계가 ‘허구’이듯, 반사실적(als ob, as if) 태도라는 견지에서 희망과 가능성의 세계로 나가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장 「인공 지능(시대)와 욕구 만족」에서 강용수는 욕망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이해할 때, 새로운 시대에서 인공 지능이 인간의 행복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탐색한다. 즉 이 연구는 인공 지능이 피상적인 수준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칠 것인지, 혹은 감정과 욕구 체계를 가지고 인간과 교류함으로써 인간의 자아 실현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검토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인공 지능이 인간 지능을 대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인간임’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이해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삶에서 단순한 경험이 아닌, 현실과 접촉하며 능동적으로 우리 자신을 살고자 의욕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행복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휴머니즘의 시대뿐만 아니라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의 시대에 자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며, 단순히 ‘욕망의 충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인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2부 「노동과 인간 관계」
김영선이 3장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 세계」라는 글로 인공 지능 시대에서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을 통한 노동 영역의 전반적인 변화를 고찰한다. 그는 인공 지능을 비롯한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이 노동의 영역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공 지능 기술은 새로운 감시의 도래, 극단화된 노동의 유연화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으며, 이런 까닭에 새로운 기술이 혁신이란 이름으로 전면에 내세워질 때, 이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노동권에 대한 침해의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노동자, 시민이 신뢰할 만한 알고리듬의 설계에 참여 및 개입하고 보다 명확하게 그것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때, 기술적인 것의 정치성을 투쟁의 궤적 내부로 위치시킬 수 있으며 인공 지능 기술과 노동권의 병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주해원은 4장 「인공 지능과 인간 관계」에서 인공 지능 기술을 통해 새롭게 등장할 관계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필자는 먼저 인공 지능 개발 현황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 지능 로봇은 인간처럼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인공 지능 로봇은 아직 삶의 의미와 가치와 같은 형이상학적 차원의 경험 또한 모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다가올 인공 지능 시대에 등장하게 될 새로운 관계 방식을 앞서 살펴보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필자는 인공 지능 로봇을 새로운 관계의 대상(여기서는 섹스 로봇)으로 설정할 때,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진정한 관계(authentic relationship), 즉 서로가 관심과 존중을 주고받는 관계를 여전히 필요로 할 것이며, 인공 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러한 관계 맺음을 계속해서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3부 「공동체와 정치」
김원식이 5장 「인공 지능 시대, 삶의 가속화와 행복의 사회, 정치적 조건」에서 인공 지능 시대의 도래로 한국 사회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삶의 다양한 특징 중에서 특히 사회, 정치적 문제들에 집중해서 고찰한다. 필자는 오늘날 인공 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가속화는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 브레이크가 파열된 ‘과속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속에서 개개인들이 정박지를 상실한 채 떠도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본주의적 경쟁 체제와 생산 기술의 고도화가 이루어지면서 노동력 수요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다수의 인구는 정상적인 노동 시장에서 배제 혹은 주변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과속 사회의 경향을 시급히 제어함으로써, 다수의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추락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아울러 이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공유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의지를 형성하고 사회적 신뢰와 연대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김분선은 6장 「정치적 인간과 인공 지능의 동행」이라는 글로 인공 지능 시대에서 인간이 얻고자 하는 행복을 정치적 자유와 관련해서 조망하려고 시도한다. 인공 지능의 발전은 정치적 권한에 확장을 가능케 함으로써,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정치적 권한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는 집단이 자신의 정치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가령 인공 지능 시대의 도래는 실생활에서 다양한 편의들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시간적인 제약을 넘어설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인공 지능 기술은 정책의 대상이 되는 집단을 선정하는 데 필요한 엄청난 수고 및 선정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인공 지능을 통한 삶의 변화가 단순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기술의 혁신과 함께 자기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고, 지켜야 하는 것과 바꿔야 하는 것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즉 인공 지능 시대가 인간을 위한 시대인가 아닌가에 대한 해답은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을 통해 얻게 될 것이다.

4부 「의료 복지와 과학 기술 영역」
여기서는 먼저 공병혜가 7장 「인공 지능 시대와 노인 돌봄」이라는 글로 4차 산업 혁명과 인공 지능의 영향으로 전개되는 의료계와 노인 돌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찰하면서 특히 노인 복지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과 인공 지능의 영향으로 의료계와 노인 돌봄의 패러다임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IBM의 왓슨과 같은 기계가 의료 수술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노인 돌봄을 목적으로 스마트 홈과 스마트휠스와 같은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 분야와 달리, 노인 돌봄은 인격을 지닌 인간을 돌보고 치유하는 실천적인 활동이 요구되며, 이런 까닭에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진정한 노인 돌봄은 자기 삶의 진실성이 배여 있는 처소에서 자기 존중을 유지하며 주위 세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기답게 잘 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따라서 노인 돌봄의 문제는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서, 인공 지능과 결합한 로봇 케어가 어떻게 노인의 삶의 동반자, 혹은 협동자로서 이바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8장 「유능한 도구와 잘 살아가기」에서 김재인은 인공 지능에 대한 논의가 초지능이라는 환상을 넘어 현실의 인공 지능으로 되돌아와야 하며, 또한 특이점 혹은 초지능에 대한 논의가 사실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의는 묵시록적 세계 또는 디스토피아를 도입하게 되기에 모든 능동적 논의 자체를 가로막는 경향을 보이며, 더욱이 환경, 평등과 같은 보다 더 시급하고 절박한 논의에 집중할 힘과 시간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초지능에 대한 상상에 근거한 논의들을 배제하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인공 지능이라는 문제에 접근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인공 지능을 살펴본다면, 인간에게 인공 지능은 ‘아주 강력한 도구’로 규정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인공 지능과 인간의 갈등이 아닌, 그 유능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 즉 ‘인공 지능의 화용론’이 인공 지능 윤리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한편에서는 인공 지능 알고리듬의 설계 및 실행의 문제이며, 다른 한편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도구를 쓰는 사람(들)의 문제이다.

5부 「문화와 예술」
박평종은 9장 「인공 지능과 기계 미학」에서 기계 미학의 관점에서 인공 지능과 창작의 문제를 접근하고자 시도한다. 현재 머신 러닝을 통해 진화하고 있는 인공 지능은 스스로 예술 작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도달해 있다. 이것은 진정한 ‘창작 기계’라기보다, 과거의 작품들을 학습하고 모방하여 유사한 작품을 생산하는 ‘모방 기계’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모방 기계’가 수행하는 작업을 예술 행위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현재의 예술 패러다임에 따르면 인간만이 창의적 저자일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저자 개념이 확장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인공 지능이나 프로그래머가 창작의 주체일 수 없다는 관념 또한 흔들리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서, 필자는 창작의 주체가 누구냐가 아니라 창작의 결과물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점이 기계 시대와 더불어 진행됐던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생각해 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간은 기계를, 기계는 인간을 모방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은 신체와 감각 기관의 한계를 넘어 감각의 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이는 그 자체로 인간의 확장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우리가 저자 개념에 대한 푸코의 질문을 차용해 “누가 창작을 하건 무슨 상관인가?”라는 물음을 새롭게 던질 때가 왔다고 이야기한다.
이어서 김선규는 10장 「컨템포러리 예술과 인공 지능 예술」에서 인공 지능 예술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술의 개념에 대한 전면적인 철학적 재검토가 필요하며, 이에 부합하는 거시적인 예술에 대한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술의 영역에 대한 인공 지능의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인공 지능 시대에서 예술의 변화를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예술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컨템포러리 예술의 자율성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컨템포러리 예술이 ‘주체의 문제’가 아닌 작품의 ‘해석의 문제’에 주목할 때, 이러한 관점은 인공 지능이 만들어 낸 대상의 예술성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긍정적인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인공 지능 시대가 컨템포러리 예술에 이르러서 부각된 ‘예술의 화용론’으로 변화를 가속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음으로 필자는 인공 지능 시대의 기술 변화와 더불어서 예술의 창작 방식이 크게 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예술 영역이 여전히 고유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 지능이 예술 영역에서 만들어 내는 변화로부터 그것의 비판적 기능을 기대하기는 아마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인공 지능 예술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예술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인공 지능이 인공 지능으로, 인간의 예술이 인간의 예술로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다원성을 추구할 때, 인간 예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6부 「종교와 유토피아」
먼저 전철은 11장 「인공 지능 시대에 신의 지능과 종교의 의미를 묻다」에서 ‘인공 지능의 도전’에 직면하여 인간의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제기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다가오는 인공 지능 시대에 마주해서 종교적 사유의 해체를 지향하기보다는 전통적인 종교적 사유의 유산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인공, 인간, 지능, 지성, 영성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재해석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모색한다. 필자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인간을 넘어선 대상의 타자성(타자의 지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본다. 필자는 종교적 관점에서 지능을 고찰함으로써, 타자성으로 나아갈 실마리를 제시한다. 종교적 차원에서 지능 혹은 지성은 영성(영적 체험)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이때의 영적 체험은 개인적 인식을 넘어 밖에서 안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측면을 뜻한다. 필자는 이와 같은 종교적인 지성으로부터 지능을 탐구했을 때, 신의 이름으로 주체의 복수성을 사유해 왔던 신학적 인간론이 다른 3인칭 시선들을 사유하고 이를 주체 이론으로 포섭하려고 시도하는 포스트휴먼 담론과 긴밀한 연관 관계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인공 지능 시대의 포스트휴먼이 연대성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모색한다면, 이는 종교의 기본적인 궤적과 더욱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종교적 사유의 기본적인 관점들에서 출발하는 종교적 상상력이 21세기 인공 지능 시대와 조화된 방식으로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한다.
이어서 최성환은 12장 「인공 지능 시대와 유토피아의 이념」에서 20세기 종말의 담론에 이어 21세기에는 4차 산업 혁명에 수반되는 과학 기술의 성과와 더불어 새로운 희망의 담론이 싹트고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여 다가올 인공 지능 시대를 유토피아라는 이념과 함께 고찰한다. 비록, 인공 지능의 출현이 인류의 종말을 야기하거나 앞당길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지만, 인간은 이러한 경고 혹은 위기와 더불어서 생존을 모색하는 존재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새롭게 제기되는 위기 담론들은 그 자체가 바로 전환점의 징조이며, 새로운 출발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현실에 대한 재사유와 재배치가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라는 양자택일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기술과 자연의 대립, 혹은 기술과 인간의 대립이라는 구도 속에서 기술을 부정하여 휴머니즘을 구제하려는 시도는 이미 낡은 사유의 패러다임일 뿐이다. 또한 인간 공동체에서의 연대나 소외의 극복은 과학 기술이 유토피아의 이념과 더불어 예상 가능한 폐해들을 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규제적 이념과 더불어 발전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일련의 논의들을 통해, 어떤 경우이든 궁극적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항상 유토피아라는 표현 속에 담긴 ‘행복한 삶과 사회’라는 ‘규제적 이념(eine regulative Idee)’에 의해 선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필자는 인공 지능의 발전이 인문학의 새로운 과제를 제시해 준다는 순기능이 있다고 평가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고를 요구함으로써, 인문학은 기존의 의미 체계가 지닌 인간 중심주의와 근대의 틀로부터 탈피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불가피한 요구에 대해 응답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인문학, 즉 인공 지능 인문학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인공 지능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5

I부 개인과 욕구
1장 인공 지능 시대,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 31
2장 인공 지능(시대)와 욕구 만족 … 59

2부 노동과 인간 관계
3장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 세계 … 93
4장 인공 지능과 인간 관계 … 125

3부 공동체와 정치
5장 인공 지능 시대, 삶의 가속화와 행복의 사회, 정치적 조건 … 157
6장 정치적 인간과 인공 지능의 동행 … 183

4부 의료 복지와 과학 기술
7장 인공 지능 시대와 노인 돌봄 … 213
8장 유능한 도구와 잘 살아가기 … 239

5부 문화와 예술
9장 인공 지능과 기계 미학 … 271
10장 컨템포러리 예술과 인공 지능 예술 … 299

6부 종교와 유토피아
11장 인공 지능 시대에 신의 지능과 종교의 의미를 묻다 … 337
12장 인공 지능 시대와 유토피아의 이념 … 371

책을 마치며: 행복의 눈으로 그려 본 인공 지능 시대, 그 가능성과 한계 … 399
후주 … 408
찾아보기 … 434

작가 소개

김재인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동물자원학과 중퇴 후 같은 대학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철학과 석사 학위(「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연구」)와 박사 학위(「들뢰즈의 비인간주의 존재론」)를 받았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 상주 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여대, 가천대 강사를 거쳐 현재 서울대 강사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천 개의 고원』(질 들뢰즈, 펠릭스 과타리), 『베르그송주의』(질 들뢰즈), 『들뢰즈 커넥션』(존 라이크만),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리처드 커니, 공역), 『크산티페의 대화』(로저 스크루턴), 『프뤼네의 향연』(로저 스크루턴)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공저)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Deleuze, Marx and Non-human Sex: An Immanent Ontology Shared between Anti-Oedipus and Manuscripts from 1844”, 「들뢰즈의 칸트 해석에서 시간이라는 문제」, 「들뢰즈의 “부분대상” 이론—그 존재론적 미학적 의의의 탐색」, 「들뢰즈의 예술론을 통해 본 예술가적 배움—초기 프루스트론을 중심으로」, 「들뢰즈의 미학에서 “감각들의 블록”으로서의 예술 작품」, 「지젝의 들뢰즈 읽기에 나타난 인간주의적-관념론적 오독」, 「들뢰즈의 스피노자 연구에서 윅스퀼의 위상」, 「들뢰즈의 흄 연구」, 「들뢰즈의 긍정적인 프로이트」, 「긍정과 기쁨의 생성—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 「우리가 자유롭기까지: SF 영화 「매트릭스」와 부정신학의 문제」, 「문제는 니힐리즘이다」,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드물다—푸코, 들뢰즈 그리고 대항 문화의 여명 니체」 등이 있다.

박평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10 대학교 철학과에서 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과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으며, 미술 현장에서 비평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성환

중앙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독일 본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해석학회와 한국현대유럽철학회 회장을 지냈다. 주로 낭만주의 해석학, 철학적 해석학 그리고 다문화주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철학오디세이 2000』(공저), 『오늘 우리는 왜 니체를 읽는가』(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유고(1880년 초∼1881년 봄)』(니체 전집),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해석학과 마음의 문제」, 「인공 지능의 해석학」 등이 있다.

김형주

중앙대학교 인공지능인문학단 HK 교수이다. 2016년 칸트를 주제로 독일 지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같은 해 「인간 지능과 인공 지능 개념에 대한 철학적 분석 시도」라는 논문으로 알파고로 시끄럽던 당시 인공 지능 담론장에 말을 보탰다. 이후 칸트 철학을 기반으로 한 인공 지능 연구를 계속해서 『AI 로봇 프로젝트』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다. 현재 문제 의식을 함께하는 국내외 여러 학자와 함께 『칸트와 인공 지능』 등을 집필 중이다.

강용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니체의 문화 철학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등이 있다. 인간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를 실존 철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공병혜

고려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 대학교에서 철학과 독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 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에서 칸트 철학과 미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의과 대학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돌봄의 철학과 미학적 실천』 등이 있고, 응용 철학, 미학, 간호 철학 및 윤리, 생명 윤리, 현상학적 해석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분선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치고 「푸코의 배려 주체와 자기 배려의 윤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 홍익대, 숭실대에서 강의하고 있고, 한국해석학회 연구 이사와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선규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의 중점 연구소 사업에서 연구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7년도 2학기부터 중앙대학교 다빈치 교양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영선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서 사회학, 노동과 여가 문화 등을 강의하고, 노동(시간) 문제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대안 연구 모임인 노동시간센터에 참여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연동된 시간의 문화/정치에 관심이 많다. 최근 과로사 및 과로 자살, 재난과 노동 인권 침해, 플랫폼 노동에 집중하고 있다. 『잃어버린 10일』, 『과로 사회』, 『정상 인간』,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등을 썼다.

김원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 연구 위원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배제, 무시, 물화』, 『하버마스 읽기』, 『지구화 시대의 정의』, 『하버마스와 현대 사회』 등의 책을 쓰고 옮겼다.

전철

한신대학교 신학부 교수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학교 신학부에서 조직 신학, 종교와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CRS) 센터장이다. 서울대-한신대 포스트휴먼연구단에 소속되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과 문명에 관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종교와 과학에 관한 국내외의 다양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해원

안동대학교 심리 과학 전공 조교수이자 임상 심리 전문가이다. 중앙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심리학과 임상 심리학 전공)를 취득했으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임상 심리 전문가/정신 보건 임상 심리사 수련을 거쳤다. 관심 연구 분야는 행복과 분노 조절이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