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과학 작가 협회 사회 저널리즘 과학 상 수상작! 우생학, 인종주의, 성차별로 얼룩진 유전학의 빛과 그림자

웃음이 닮았다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원제 She Has Her Mother’s Laugh (The Powers, Perversions, and Potential of Heredity)

칼 짐머 | 옮김 이민아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23년 4월 28일 | ISBN 979-11-92107-30-1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880쪽 | 가격 50,000원

분야 생물학

책소개

전미 과학 작가 협회 사회 저널리즘 과학 상 수상작

우생학, 인종주의, 성차별로 얼룩진 유전학의 빛과 그림자

 

 * 전미 과학 작가 협회 사회 저널리즘 과학 상

* 《가디언》 올해의 최우수 과학책

* 《뉴욕 타임즈 북 리뷰》 올해의 주목 도서

* 미국 아카데미 커뮤니케이션 상 올해의 책

* 베일리 기포드 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 명단

* 아마존 올해의 최고 과학 도서, 베스트 100

과학 저널리스트 칼 짐머는 첫 딸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유전 질환의 가능성을 알게 되자 노심초사한다. 예일 대학교 분자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인 짐머는 《디스커버》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출발해 과학 저술가로서 최고 영예인 내셔널 아카데미 과학 커뮤니케이션 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심층 보도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 탐사 보도팀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명료하고 유려한 솜씨로 탁월한 과학 대중서를 꾸준히 펴 온 저자는 조상들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DNA 검사를 기꺼이 받으며, 역사의 현장인 바인랜드 훈련 학교와 말라리아 내성 모기 유전자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유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라잡는 취재와 연구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무사히 태어난 아기 샬럿의 얼굴 사진과 아내 그레이스의 아기 시절 사진을 나란히 두고 그 닮은 모습에 경탄한 저자는 딸의 웃음소리에 유전 형질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웃음이 닮았다: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She has Her Mother’s Laugh: The Powers, Perversions, and Potential of Heredity)』는 저자의 딸과 아내가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데서 착안한 제목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식이 부모와 닮았지만 똑같지는 않다는, 형질이 유전된다는 놀라운 사실에 주목해 왔다. 이 발견에서 유전학이 탄생하고 중대한 의학적 발전이 이루어진 동시에 우생학과 인종주의 같은 해로운 유사 과학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칼 짐머는 밀접하게 뒤얽힌 유전 과학과 유사 과학의 역사를 추적한다.

이렇게 쏟아지는 말들은, 샬럿이 지금은 비록 이해하지 못하지만, 발달하는 뇌에서 언어 능력의 바탕이 될 것이다. 샬럿은 우리에게 영어를 물려받을 것이다. 물려받은 세포 속의 유전자와 더불어. 이 아이가 나에게서 어떤 DNA를 물려받았을지 묻고 걱정하는 데 내가 얼마나 사로잡혀 있었던가. 샬럿을 두 팔로 꼭 껴안아 주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이 아이가 어떤 세계를 물려받게 될 것인가. ― 본문에서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정확성과 명료함, 과학적인 전문성의 조합. ― 《워싱턴 포스트》

과학이 밝히는 왕실 속 음모와 숨 막히는 혁신의 이야기. ― 《O, 오프라 매거진》

이 책은 말 그대로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궤뚫는 유전의 힘, 왜곡, 잠재력을 펼쳐 보인다. ― 《뉴 사이언티스트》

짐머는 유려한 문체로 과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며 그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시인의 유려함과 과학자의 전문성으로 창조해낸 논픽션 스릴러. ― 브라이언 헤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개는 천재다』 공저자

과학의 수수께끼를 누구보다도 멋지고 강렬하게 풀어내는 칼 짐머가 『웃음이 닮았다』로 또다시 능력을 입증했다. 우리가 누구인가를 말해 주는 압도적인 스토리텔링! ― 데이비드 그랜, 『플라워 문』, 『잃어버린 도시 Z』 저자

복잡한 유전의 과학이 소설처럼 읽히는 이 책은 이 주제가 어째서 그렇게 어려웠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준다. ― 엘리자베스 콜버트, 『여섯 번째 대멸종』 저자

칼 짐머는 밀접하게 뒤얽힌 유전 과학과 유사 과학의 역사를 추적한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이다. ― 로버트 새폴스키, 『스트레스』 저자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저술가가 내놓은 역대 최고작. 문자 그대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 에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저자

과학에 대해서 칼 짐머보다 잘 쓰는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 가장 멋지고도 중요한 저술가의 경력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록될 책이자 꼭꼭 씹어 맛을 즐겨야 할 책. ― 닐 슈빈, 『내 안의 물고기』 저자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웃음이 닮았다』의 이야기들은 앞선 세대가 우리에게 전해준 것과 우리가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을 확립한다. ― 대니얼 레비틴, 『뇌의 왈츠』, 『정리하는 뇌』 저자

우리 시대 가장 재능 있는 과학 저술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칼 짐머가 인류에게 전례 없이 강력한 기술을 약속하는 현재 진행형 연구에 악영향을 미친, 유전에 대한 그릇된 개념이 자아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 제니퍼 다우드나, 『크리스퍼가 온다』 저자

심리학, 유전학, 인종, 정치를 능숙하게 다루는 『웃음이 닮았다』는 갈수록 더 중요해질 주제의 이해를 도와줄 탁월한 안내서다. ― 찰스 만, 『1493: 콜럼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저자

칼 짐머는 내가 어떻게 현재 지구상에 네안데르탈인 DNA가 네안데르탈인들이 실제로 살았던 시절보다 더 많은 것인지, 인류가 어떻게 단 몇 세대 만에 더 키 크고 똑똑한 종이 된 것인지 궁리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 찰스 두히그, 『1등의 습관』, 『습관의 힘』 저자

이 책으로 칼 짐머는 우리 시대 최고의 생물학 저술가에서 분야 불문 최고의 논픽션 작가로 등극했다. ― 케빈 페이디언,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융합 생물학 교수

유전자에서 성격까지 한 생명체의 모든 특성이 대대로 전달되는 현상은 생물학의 중요한 토대이면서도 그 복잡함 때문에 오해되거나 혹은 악용되곤 하는 수수께끼다. 읽다가 도중에 내려놓을 수 없었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대니얼 리버먼, 『도파민형 인간』 저자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를 생각해본 사람 누구라도, 즉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싶을 것이다. ― 제니퍼 애커먼, 『새들의 천재성』, 『유전, 운명과 우연의 자연사』 저자

유전 과학이 펼쳐나갈 복잡하고도 아슬아슬한, 궁극적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이보다 더 잘 안내할 입문서가 있을까? ― 마리아 코니코바, 『뒤통수의 심리학』 저자

『웃음이 닮았다』는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주제를 탐험하는 여정을 통해 모든 이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짐머는 시인의 유려함과 과학자의 전문성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관점을 뒤바꾸는 논픽션 스릴러를 창조했다. ― 브라이언 헤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개는 천재다』 공저자

 

“‘내가 딸에게 어떤 DNA를 물려줬을까’라는 우려가 ‘이 아이가 어떤 세계를 물려받게 될까’라는 기대로 변하는 사고 확장이 매혹적이다.” —《조선일보》

 ”‘인종’이란 껍데기를 걷어내니 보이는 것들이 유전학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줄 것.”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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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다윈과 멘델에서CRISPR가 바꿀 미래까지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쓴 최고의 유전학사 ― 《뉴욕 타임스》

유전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경이롭다. — 찰스 다윈

나의 시대가 올 것이네. — 그레고르 요한 멘델

우리가 개발한 것은 생명의 암호를 수정하는 도구였다. — 제니퍼 앤 다우드나

1700년대 전에는 유전(heredity)이라는 말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 단어가 유래한 라틴 어 ‘hereditas(헤레디타스)’는 생물학적으로 어버이의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달되는 것을 의미하는 대신 상속자 신분을 뜻하는 법률 용어로 쓰였는데, 1세기 로마의 법학자 가이우스는 “우리가 어떤 사람의 상속자가 되면 그 사람의 재산이 우리에게 넘어온다.”라고 쓴 바 있다.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서 유전은 근대의 개념이며,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유전이라는 개념을 과학적 물음으로 바꾸는 데 이바지한 찰스 다윈은 답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했다. “인류는 거대한 규모로 한 가지 실험을 시도해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자연이 그 유구한 세월을 끊임없이 이행해 온 실험이기도 하다.” 1900년대 초에 이르러 마침내 유전학의 탄생이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유전에 대한 기존의 개념과 가치를 유전자라는 언어로 해석해 냈다. 유전자 연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사람들이 DNA 검사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고, 잃어버린 부모나 먼 조상 찾기 등을 위해 검사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유전자는 우리의 조상이 우리에게 선사한 축복이자 저주가 되었다.

우리는 유전을 부모가 자녀에게 전달하는 유전자만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유전은 우리 안에서 계속해서 진행된다. 하나의 세포가 우리 몸 전체를 구성하는 수조 개 세포의 가계도를 만들어 내니 말이다. 우리는 유전이라는 어휘를 우리의 필요나 두려움이 반영된 정의가 아닌 유전의 본래 특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 더 광범위하게 재정의해야 한다.

 

시대와 문화, 개인사와 정치,

윤리와 과학을 넘나드는 유전학 연대기

아버지는 병하고는 그토록 거리가 멀었던 분인데, 나에게도 남겨 준 그 하찮고 작은 물질이 어떻게 그렇게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까? 이 속성은 그동안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었을까? — 미셸 드 몽테뉴

“지금 내가 그러듯이, 너 또한 늙고 병들었을 때 왕위를 흔쾌히 넘길 수 있도록 전능하신 신께서 너를 아들로 축복하시기를 바라노라.” 「1장 그 하찮고 작은 물질」은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가 1555년 왕좌를 아들 펠리페(펠리페 2세)에게 넘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왕조는 ‘합스부르크 턱’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겪은 동시에 갈수록 유산과 영아 사망 빈도가 증가했다. 왕가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혼인 전통은 가문 내에 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수를 늘릴 뿐이었으나 당시에는 유전병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의 형벌로 생각하곤 했다. 과학 혁명이 이루어지기까지 몇십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유전 자체가 과학적 문제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두 세기 이상이 남아 있었다.

저자는 「2장 시간 여행」에서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유전의 수수께끼를 캐내 온 현장으로, 유전의 기적을 최대한 이용해 온 동식물 육종가들에게로 독자를 이끈다. 다윈의 제자 휘호 마리 더 프리스는 신생아 단계의 유전학을 다음 단계로 이행하고자 “선천적으로 주어진 기질적 생명력과 후천적으로 습득된 행동 방식의 총합인 유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년을 바친 ‘원예의 마법사’ 루서 버뱅크가 알아낸 지식을 배우고자 했다. 다윈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제뮬을 구상했다면 프랜시스 골턴은 잉글랜드 상류층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형질에서 유전의 근거를 찾고자 했다. 프리드리히 레오폴트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은 다윈의 범생설을 뒤집는 생식질 가설로 유전에 대한 사고의 틀을 바꾸어 놓았고 더 프리스는 돌연변이 이론을 내놓는다. 완두콩을 심은 수도원 정원에서 멘델이 발견한 패턴이 동물에서도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한 윌리엄 베이트슨은 1904년 이 학문을 유전학(genetics)이라고 명명한다. “유전이라는 문제 전체가 완전한 혁명을 거쳤다.”

멘델의 연구가 사람에게 적용되어 비극으로 이어지며, 여러 세대에 걸친 유전 이론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었다. 저자는 「3장 이 집단은 그들에서 끝나야 한다」에서 바인랜드 훈련 학교에 직접 찾아가 그 흔적을 되짚는다. 이상적인 도시로 구상된 바인랜드는 1883년 골턴이 “품종을 개선하는 과학을 표현하는 짧은 단어”가 필요해 만들어 낸 용어, 우생학(eugenics)의 또다른 실험장이 되었다. 훈련 교사 헨리 고다드가 바인랜드의 학생을 가명으로 등장시켜 쓴 『칼리카크 가족』에서 유전적으로 우월한 집단과 열등한 집단이 따로 있다는 주장을 위해 왜곡한 가족사는 유명세만큼이나 학문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게 된다.

「4장 잘했어, 아가」는 바인랜드 훈련 학교에서 지낸 다른 학생의 이야기다. “‘집안 내력’이라는 케케묵은 낙인이 너무나 많은 경우에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적 장애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았고 남부끄러운 일로 치부되던 1950년대에 펄 벅이 『자라지 않는 아이』에서 딸에 대해 쓴 솔직한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고,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이야기였기에 더욱더 그러했다. 더구나 책이 나오고 한참 뒤에야 병명도 모르고 있던 유전병이 원인이었음이 밝혀지는 것이다.

 

뿌리 찾기, DNA 계보 읽기

왕이 권한을 세습하는 전통이 어리석다는 강력한 증거는, 자연이 그 오류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 토머스 페인

「5장 어느 날 저녁의 몽상」은 DNA의 비밀에 좀 더 다가서는 과정을 그린다. 뉴턴의 운동 법칙과 달리 멘델의 ‘법칙’은 그 경계가 훨씬 좁아서 생명이 존재하는 곳에만 해당한다. 단세포 미생물의 형태로 생명체가 처음 등장했던 약 40억 년 전에도 멘델의 법칙은 아직 존재할 수 없었기에 지구야말로 자연 선택과 요행의 결합으로 온갖 다양한 생명체가 발생하는, 진정한 유전의 본산이다. 과학자들이 미생물을 더 세밀하게 관찰하자 더 이상한 유전 방법이 발견되었다. 2000년대 초에 세균이 바이러스에 저항해 싸우는 방식을 연구하던 과학자들 덕분에 특히 기이한 미생물 유전 유형 하나가 드러났고, 크리스퍼 덕분에 과학자들이 멘델의 유전 법칙 말고도 또 다른 유전 경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평생 내 안에서 무엇인가 빠져 있다고 느끼면서 살아왔습니다. 현재의 내가 그냥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증거를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강렬한 경험입니다.” 「뿌리」의 출연 배우 레바 버턴이 말했듯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은 큰 의미를 지녔음이 분명하다. 저자는 「6장 잠자는 가지들」에서 집안의 가계도를 분석해 조상들, 후손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출생 증명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유전자를 물려주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아기가 뒤바뀌거나 도둑맞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으며, 공문서 기록이 소실될 수도 있다. 생물학적 관계를 틀림없이 보장해 주는 유일한 증거는 우리가 세포 안에 물려받은 것뿐이다.

저자는 「7장 피검자 ‘Z’」에서 직접 피검자 ‘z’가 되어 유전체를 제공하고 유전체 염기 서열 분석을 받기로 한다. 나이지리아 인 자원자와 중국인 자원자의 결과와 비교했을 때 자신을 포함해 세 사람의 유전자 변이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음을 알게 된다.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작은 사람족 무리가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해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가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전체가 후손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인종이라는 어휘에 처음으로 현대적 의미가 부여된 시기는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의 통치기였고, 1967년에 미국에서 인종 순결법 소송이 벌어질 무렵에는 많은 과학자가 이미 인종, 정확히 말해 20세기 초 미국 생물학자들이 사용하던 의미의 인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초파리 연구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말이다. “인종이란 어떤 유전자가 좀 더 많은지 혹은 적은지로 구분되는 인구 집단에 지나지 않는다.”

「8장 잡종」에서 강조하듯이 고대인의 DNA는 백인의 순수성 개념만 무너뜨린 것이 아니고 백인 이라는 이름 자체를 무너뜨렸다. 사람과 가깝지만 사람이 아닌 멸종한 종의 화석에서 DNA를 발견한 고유전학자 스반테 페보는 이제껏 존재한 적이 없는 과학적 여정을 떠난다. 데니소바 인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현생 인류가 아니라 네안데르탈 인이었으며, 데니소바 인도 네안데르탈 인과 마찬가지로 현생 인류에게 유전자 표지를 남긴 것이다. 저자의 유전체에서도 데니소바 인 DNA가 나왔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인류의 기원을 추적할 뿐만 아니라 과학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수많은 전문가들을 직접 면담하고 있다. 「9장 완벽한 9척 장신」에서는 소아 내분비 전문의로 당뇨병 유전자 변이를 연구하다 키의 유전에 관해 20년 가까이 연구해 온 호르몬 전문가 조엘 허시혼을 만난다. 허시혼이 발표한 전장 유전체 관련 분석은 유전학자 조너선 프리처드의 키 유전자 연구로 이어졌다. 키가 프리처드의 생각처럼 전유전자 형질이라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키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유전자를 수정하더라도 키와 직접 연관된 유전자들의 연결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가 어떻게 유전되는지 탐구하는 범위를 유전체 전체로 확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10장 에드와 프레드」는 헤어져 자란 쌍둥이 형제, 에드와 프레드의 비교 연구를 다루고 있다. 일찍이 키와 지능은 골턴의 연구에서 쌍둥이 지침으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유전학이 성숙에 도달하며 의미 있는 지능 연구 방법이 나왔고, 프랭크 프리먼 등 시카고 연구진은 에드와 프레드의 지능이 높은 유사도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유전이 할 수 있는 일은 환경도 할 수 있다.” 지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캐내는 것이 과학자들에게 힘겨운 일이라면 환경의 영향을 규명하기는 한층 더 어렵다. 환경의 영향이 이렇게 복잡한 한 가지 이유는, 지능 역시 키와 마찬가지로 발달하는 형질이기 때문이다.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관점을 흔들

드라마틱한 과학 논픽션

20세기가 찰스 다윈의 시대였다면, 최근 후성 유전학이 내놓는 폭발적 성과를 볼 때, 21세기는 장바티스트 라마르크에게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 — 제이 스콧 카우프먼

「11장 만물은 알로부터」는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라는 고전적인 질문으로 시작된다. 우리는 유전을 우리의 생물학적 과거나 미래하고만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전은 새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 몸속 37조 개 세포 하나하나가 우리의 혈통이 잉태되던 그 순간으로 이어지는 유전자 가계도의 어느 가지 위에 존재한다.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지상 핵실험으로 인해 1963년에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이 조인될 무렵에는 대기 중 탄소 14의 농도가 핵실험 시작 전의 2배가 되었고, 탄소 14를 비축한 식물을 먹은 동물 체내 조직에 고농도의 동위 원소가 축적되었다. 저자는 뇌세포의 탄소 14 농도를 측정해 이 세포들의 2~3년 전 연령을 추산할 수 있다는 요나스 프리센의 연구를 소개한다. 해마에 매일 700개의 새로운 신경 세포가 추가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12장 마녀 빗자루」는 기이한 모양으로 자란 나뭇가지를 마녀가 타고 다닐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주문을 걸었다고 믿던 중세 독일 미신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19세기 들어 식물 육종가들은 이런 희귀한 가지를 잘라 신품종으로 개발했다. 식물의 돌연변이는 동물에서도 발견된다. ‘코끼리 인간(Elephant Man)’ 조지프 케리 메릭의 경우처럼 모자이크는 한때 미신의 대상이었다가 괴물 쇼의 구경거리가 된 뒤에는 질병으로서 인정되었다. 이제 유전체 하나로는 우리를 정의하지 못한다. 세포 내면의 유전이 우리의 DNA를 끊임없이 만지작거리면서 우리가 물려받은 거의 모든 유전 물질을 바꿔 놓고 있기 때문이다. 짐머는 우리의 두개골 안에서 어떤 마녀 빗자루가 자라고 있을지 모를 일이라고 강조한다.

생물학자 레이 데이비드 오언의 프리마틴(불임 암소) 연구는 서로 다른 계보에 속하는 세포들로도 생명체가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13장 키메라」는 오언의 통찰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유전 방식을 발견한 피터 브라이언 메더워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는 한 개체의 세포가 하나 이상의 세포 계보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키메라(chimera)’라고 명명했다. 키메라는 모자이크와 거의 같은 과학적 경로를 취했다. 한 사람의 상당 부분이 여러 다른 개인에게서 온 세포들의 혼합물임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이런 여러 갈래의 유전이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남길지 의문을 품었다.

 

유전자만이 유전의 통로일까?

유전은 과거 모든 환경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다. — 루서 버뱅크

「14장 이상한 나라의 칼」에서는 돌연변이 미토콘드리아를 탐구한다. 우리의 세포가 분열할 때는 그 딸세포들이 모세포 안에 있던 미토콘드리아도 물려받으며, 그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분열한다. 그래도 미토콘드리아가 우리 몸을 장악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세포가 때때로 그들을 파괴해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죽으면 우리 안의 미토콘드리아 계보도 끝난다. 정자가 난자와 수정할 때 이들을 파괴하기 때문에 남성의 미토콘드리아는 미래가 없다. 미래로 달아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여성의 난자 속에 사는 미토콘드리아뿐이다. 왜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로만 유전되는가? 저자는 미토콘드리아를 모계로만 제한하는 데 어떤 강력한 이점이 있으리라는 단서를 읽어 낸다. 때때로 우리의 조상을 감염시켰던 세균이 지금은 새 생명이 태어날 수 있을지 그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정도로 우리의 유전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15장 꽃피는 괴물」은 저자는 린네가 명명한 ‘괴물 꽃’ 펠로리아의 후손을 보러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놀라운 자연의 피조물” 최초 펠로리아의 후손들은 어떤 때는 보통 거울 대칭 꽃을 피우고 어떤 때는 나팔 모양 괴물 꽃을 피웠다. 멘델이 알아보았을 뚜렷한 유전 패턴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식물에게 어떻게 계속해서 그렇게 많은 세대에 걸쳐서 그 괴물 꽃 표지자가 유전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저자가 만난 로버트 마티엔센은 분자 생물학적으로 펠로리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16장 학습 능력 있는 유인원」은 유전의 정의를 다시 확장해 다른 경로들, 즉 문화든, 후성 유전 표지자든, 숙주에 게 편승하는 미생물이든, 혹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다른 어떤 통로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학계의 동향을 소개한다. 미생물과 바이러스는 멘델의 법칙에 따르는 대신 자신의 DNA를 거의 동일하게 복제할 줄 안다. 그 DNA는 미생물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유전이 수직적으로만 이루어졌다면 결코 진화하지 못했을 누더기 생명체를 생성할 수 있다. 미생물은 그들만의 새로운 유전 방식을 진화시켰다. 2000년대 초에 비로소 많은 생물종이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수단(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방어 수단)을 획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 유전이라는 단면적인 개념에만 의존한다면 우리는 자연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앞선 세대가 우리에게 전해 준 것,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할 것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우리는 죽을 때 두 가지를 남길 수 있다. 유전자와 밈이다. —  리처드 도킨스

「17장 그 도전은 숭고했노라」는 그리스 신화 속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 탄 불수레를 끌었던 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약 5500년 전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야생마를 길들이고 번식에 적합한 특정 유전자를 선별한 다음 1000년 동안 가축화된 말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부 등지로 널리 퍼져 나갔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의 말은 5000년에 걸친 유전자 개량의 산물이었다. 1800년대에는 유전의 불수레에 도전하는 과학자가 늘어나며 유전 법칙을 찾아내기 위한 실험을 수행했다. 하지만 1900년대 초까지도 유전을 다루는 일은 경이롭고도 위험한,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여겨졌다.

미생물학자인 롤린 더글러스 호치키스는 인간의 DNA를 직접 수정하는 기술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1963년 그가 사용한 새로운 용어가 바로 유전 공학(genetic engineering)이다. 허먼 조지프 멀러의 생식 세포 선택과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 지난 세기 동안 잡음이 심했던 우생학 계열의 종자 개량과도 완전히 다른 무엇이었다. 2012년 제니퍼 앤 다우드나 연구팀이 가이드 RNA를 이용해 유전자 내 각기 다른 표적을 찾는 실험을 다룬 논문을 발표한 뒤, 크리스퍼 경쟁이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은 생체 세포에서 DNA 조각을 절단하는 방법만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멀러가 계획했던 우생학적 낙원도 아니고 올더스 레너드 헉슬리가 1932년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상상했던 악몽 같은 세계도 아니다. “인류의 유전자군은 국적도 국경선도 없지만 우리 종 전체의 생물학적 유산이다. 따라서 어떤 세대에게도 생식 세포 유전자 요법으로 우리 종 전체의 유전자 구성을 바꿀 독점권은 없다.” 신학자 에마누엘 아지우스는 유전자 변형의 윤리적 문제를 깊이 성찰한 바 있다. 「18장 고아로 잉태된」에서 짐머가 설명하듯 가능해 보이지 않던 이상한 방법들이 요새는 현실이 되곤 한다. 그런 기술을 이해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려면 유전이라는 말이 아우를 수 있는 모든 범위를 폭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멘델의 법칙을 유전자가 조상으로부터 후손에게 이동하는 많은 방법의 하나로 인식해야 하며, 현재 우리가 다루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무언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미래 세대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DNA 이외의 분자들이든, 거기에 편승해 살아가는 미생물이든, 우리의 기술과 문화 전통이든, 혹은 우리의 아이들이 태어나 살아갈 환경이든 우리가 유전이라고 부르는 것의 경계를 열어 오늘과 어제를 연관시키는 다른 여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유전을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제어하고 조작할 수 있는 방식, 그리고 그것이 미래에 남길 위험까지도 논할 수 있는 언어를 얻을 것이다.

「19장 지구의 상속자들」에서는 관점을 더욱 확장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드라이브가 깨지기 쉬운 것은 진화를 거쳐 형성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랑 초파리 연구자 이선 비어가 저자에게 한 말이다. 인위적 유전자 드라이브는 심오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아마도 크리스퍼를 이용한 사람 배아 유전자 변형보다 더 크게 문제가 될 것이다. 이 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전이라는 말의 의미만이 아니다. 우리는 동물 종이나 식물 종의 유전자를 먼 미래 세대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 이 도구에 대한 혜안을 얻고자 한다면 우리가 발명해 온 도구들이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의 생태적 유산을 어떻게 변형해 왔는지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문화적 유산은 누구도 손대지 못한 채 굴러갈 것이며, 미래 세대는 경제적 불평등 체제 속에서 태어날 것이다. 우리가 남기는 환경의 유산도 마찬가지다.

칼 짐머는 자신의 경험과 과학적, 역사적 분석을 완벽하게 조합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탐구하는 여정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유전에 대한 기존의 개념과 가치를 유전자라는 언어로 해석해 낸 과정을 통찰력 있게 조망하는 『웃음이 닮았다』는 유전 과학이 펼쳐나갈 복잡하고도 아슬아슬한, 궁극적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대한 명확하고도 흥미진진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9

1부 뺨을 톡 건드렸을 때 / 1장 그 하찮고 작은 물질 23 / 2장 시간 여행 47 / 3장 이 집단은 그들에서 끝나야 한다 97 / 4장 잘했어, 아가 149

2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DNA / 5장 어느 날 저녁의 몽상 189 / 6장 잠자는 가지들 215 / 7장 피검자 ‘Z’ 249 / 8장 잡종 293 / 9장 완벽한 9척 장신 341 / 10장 에드와 프레드 387

3부 내면의 가계도 / 11장 만물은 알로부터 433 / 12장 마녀 빗자루 467 / 13장 키메라 497

4부 유전의 별난 경로들 / 14장 이상한 나라의 칼 541 / 15장 꽃피는 괴물 563 / 16장 학습 능력 있는 유인원 593

5부 태양의 불수레 / 17장 그 도전은 숭고했노라 641 / 18장 고아로 잉태된 693 / 19장 지구의 상속자들 729

용어 해설 761 / 후주 765 / 참고 문헌 785 / 감사의 글 859 / 찾아보기 863

작가 소개

칼 짐머

과학 저술가이자 칼럼니스트, 저널리스트. 《디스커버》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예일 대학교에서 분자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로 재직하며 기고 및 저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탁월한 과학 저술가로 평가받는 짐머는 1994년에 모든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저술 능력을 보인 젊은 과학 작가에게 주는 에버트 클라크/세스 페인 상(Evert Clark/Seth Payne Award), 미국 과학 진흥 협회에서 과학, 공학 및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보도를 하는 저널리스트에게 주는 과학 저널리즘 상(Science Journalism Award)을 세 차례 받았고(2004, 2009, 2012년), 2007년에는 과학 저술가로서 최고 영예인 내셔널 아카데미 과학 커뮤니케이션 상(Science Communication Award), 2016년에는 진화학, 생물학, 교육 및 일상에서 과학 대중화에 기여해 온 개인에게 수여하는 스티븐 제이 굴드 상(Stephen Jay Gould Prize)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미국 온라인 뉴스 협회에서 주관하는 온라인 저널리즘 어워드(Online Journalism Awards) 해설 보도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전미 과학 작가 협회에서 수여하는 사회 저널리즘 과학 상(Science in Society Journalism Awards)을 수상했다. 또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심층 보도로 퓰리처 상 공공 서비스 부문을 수상한 《뉴욕 타임스》 탐사 보도팀 일원으로 활약했다. 《뉴욕 타임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디스 커버》, 《타임》, 《사이언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수많은 과학 관련 글을 기고해 왔고, 그중 일부는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 같은 과학 에세이집에 실리기도 했다. 2004년부터 《뉴욕 타임스》의 주간 과학 칼럼 코너 「매터(Matter)」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바이러스 행성』, 『기생충 제국』, 『영혼의 해부』, 『마이크로코즘』, 『진화』, 『생명의 경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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