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바꾼 지도

원제 THE MAP THAT CHANGED THE WORLD (WILLIAM SMITH AND THE BIRTH OF MODERN GEOLOGY)

사이먼 윈체스터 | 옮김 임지원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03년 5월 10일 | ISBN 978-89-8371-136-6 [절판]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42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세계 최초로 지질도를 제작한현대 지질학의 아버지 윌리엄 스미스의 일생

사이먼 윈체스터는 명료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윌리엄 스미스의 고군분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뉴욕타임스 북 리뷰》

사이먼 윈체스터의 장점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에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혼합시키는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편집자 리뷰

정확한 문헌적 근거는 없지만, 18세기 조선 말기에 지리학자인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 1804-1866)는 황해도 토산의 두메산골에서 평민 출신으로 태어나 ‘온갖 역경 속에서 약 30년간 전국을 몇 번이나 탐색하고 백두산을 일곱 번이나 오른 끝에’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보물 850호)를 완성하였으나,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국가 기밀 누설 혐의로 ‘쓸쓸히 옥사’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전국을 도는 중에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출가한 딸이 남편과 사별하여 친정으로 돌아오는 슬픔도 겪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의 일생은 한(恨)으로 점철된 민족적 정서에서 비롯된 허구이거나 일제 때 총독부가 지어난 거짓일 수도 있으나, 그가 판각해 낸 「대동여지도」는 정확성과 지리학적, 역사적, 실용적 가치에 있어 ‘보물’이 아니라 ‘국보’라 할 만하다.
김정호와 대략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지질학자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 1769-1839)는 시골 출신의 가난한 지질학도로서, 비록 대학을 못 나왔지만 20년간 영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어서 또는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지질 구조를 일일이 관찰하고 기록하여 세계 최초로 ‘지질도’를 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혈혈단신 혼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자 감옥에 갇히게 되고, 그의 아내도 정신이상이 와서 색정광으로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또한 비열한 경쟁자들이 그의 업적을 훔쳐 윌리엄 스미스는 끝없는 비극을 맛보게 된다. 그는 이후 10년 동안이나 집 없이 떠돌다가 사려 깊은 귀족을 만나 마침내 자신의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가 그린 지질도는 인류의 세계관을 바꾸고 지질학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산업에 변혁을 일으켰다.
윌리엄 스미스의 이 감동적인 일생을 다룬 사이먼 윈체스터(Simon Winchester)의『세계를 바꾼 지도(The Map That Changed The World)』는 한 인간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인내 그리고 파란만장한 삶 끝에 오는 행복을 그린 가슴 저린 휴먼 드라마이다. 사이먼 윈체스터는 전작 『교수와 광인(The Professor And The Madman)』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로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글을 기고해 왔다. 그는 부지런한 지질학자답게, 책을 저술하기 전에 필요한 자료 수집과 현장감 체험을 위해 일일이 몸소 답사하여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우리나라를 여행하여 펴낸 책(Korea: A Walk Through the Land of Miracles)도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1883년에 있었던 인도네시아 화산 크라카토아의 폭발을 소재로 하여 펴낸 『크라카토아(Krakatoa)』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비록 과학 전공자이지만 글쓰기 방식이나 문체 등에 있어 문학 작가로도 평가할 만하다. 그만큼 그의 글은 흡인력과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사이먼 윈체스터는 『세계를 바꾼 지도』를 쓰기 위해 윌리엄 스미스가 거쳐간 유적을 답사하고 그가 남긴 일기장과 메모 그리고 수많은 관련 문헌들을 조사했을 뿐 아니라, 그의 일생을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내기 위해 기존의 평전들과는 다른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도입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회고 형식으로 잘 구성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세계를 바꾼 지도
윌리엄 스미스가 그려낸 최초의 지질도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모든 것이 성서에 기초해 해석되었다. 비록 진보 과학자들 몇몇이 은근히 반기를 들기는 했지만, 돌멩이 하나부터 풀 한 포기, 조개껍데기 하나까지 모든 것은 신의 창조물로 여겨졌다. 청년 시절에 윌리엄 스미스는 생물의 흔적이 왜 산 속의 돌에서도 나타나는지 궁금하게 여겼지만, 성서에 기초한 해석가들은 그것 또한 신의 뜻이라 하였고, 심지어 노아의 홍수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까지 주장하였다.
하지만 윌리엄 스미스의 지질 연구와 지질도에 따르면, 세계는 성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월요일 오전 9시에 순식간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랜 지질 시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형성되었다. 스미스의 지질도는 그러한 과정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로서 제시되어 다윈의 진화론과 더불어 인류의 세계관을 바꿔놓았다. 또한 그의 지질도와 화석 연구는 다윈이 생물의 진화를 연구하도록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도시에는 수많은 고층 건물들이 서 있고, 곳곳에서 머지않아 고갈될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들이 끊임없이 채굴되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 물론 고대부터 근대까지도 세계 곳곳에는 많은 거대한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하지만 그것들이 세워져서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것은 과학적으로 볼 때 거의 우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남겨진 것보다 훨씬 많은 거대 건축물들이 자연적으로 무너지거나 내려앉았다. 그것은 건축물을 세운 위치의 지질 구조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윌리엄 스미스의 지질도는 영국 전역의 지질 구조를 밝혀냄으로써 국토 개발의 가장 핵심적인 기초 자료가 되었다. 그리고 이 지질도의 전 세계적인 확장은 엄청난 변혁을 일으켰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전 세계를 효율적으로 골고루 개발할 수 있게 한 보물 지도였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지구를 마구 파헤쳐서 쑥대밭이 되도록 이용해 먹게 만든 판도라의 상자였다.
중․고등학생들이 지리 수업 시간에 참고하는 「지리부도」에 그려진 우리나라와 세계의 지질도가 바로 윌리엄 스미스의 지질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윌리엄 스미스 이전에도 지질학은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되고 과학적 세계관을 형성시킨 현대 지질학은 바로 윌리엄 스미스에서 시작되었다. 200여 년 동안 묻혀 있었던 이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는 이 책 『세계를 바꾼 지도』를 통해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가난한 시골 소년, 고독한 지질학자, 실패한 채무자, 그리고 되찾은 영예
아버지를 여의고 삼촌 손에 자라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난한 시골 소년은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끈기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커리어라고 할 수 있는 길을 걸어나간다. 측량, 배수, 운하, 탄광의 전문가였던 그는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좀 더 안락하고,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지적 통찰력은 실용적 기술자로 남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지하의 암석이 각기 다른 여러 층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층에 포함된 화석이야말로 서로 다른 층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천지창조의 순간에 지구와 사람과 온갖 생명체가 동시에 만들어졌으며 그로부터 정확히 4000년하고도 몇 년이 흘렀다고 굳게 믿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산 속에서 발견되는 조개껍데기 같은 화석은 그저 설명할 수 없는 신의 조화라거나 한 발 양보해서 대홍수 때 밀려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하던 사람들에게, 이것은 충격적이고 소화하기조차 어려운 대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천성적으로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딛고 있는, 실증적 과학자인 스미스는 자신의 발견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화석을 이용해서 영국 전역에 걸쳐서, 아니 세계 모든 곳에서 특정 암석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자신의 이론을 몸소 증명하기로 결심한다. 영국 전체의 지질도이자 세계 최초의 지질도를 그리는 것이 바로 그의 계획이었다. 눈부신 직업적 성공과 더불어 놀라운 발견과 위대한 업적에 대한 전망이라는 씨앗이 그의 청년기 심어졌다면, 장년에 접어든 그는 신들린 사람처럼 그 씨앗을 소중히 키워내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았다.
20여 년 동안 덜컹거리는 역마차에 몸을 싣고, 또한 직접 두 발로 영국 땅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며 지질도를 만들 자료를 모았다. 기술자로 적잖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국가적 규모의 프로젝트를 스스로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운 그에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1815년 스미스는 드디어 그의 끈질긴 노력의 산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지도를 발간한지 4년 후 그는 결국 채무자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의 필생의 위업의 완수는 경제적 보상을 의미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표절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업적을 가로챈 자는 다름 아닌 영국의 초대 지질학회의 회장과 회원들이었다. 학자의 배경과 거리가 먼 미천한 땅의 기술자가 갓 태어나 선망의 대상이던 학문, 지질학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것을 그들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스미스는 그에게 깊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준 런던을 떠나 잉글랜드 북부 지방으로 떠난다.
젊은 시절 그 누구보다 땀 흘려 일한 사람의 황혼기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처 없는 떠돌이의 삶이었다. 마치 수도자의 고행과도 같은 그 기간은 그를 내내 사로잡고 있던 일념을 씻어내는데, 혹은 그에게 들어 붙어있던 짐을 내려놓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침내 그야말로 마음을 다 비워내고 홀가분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젊은 시절 그토록 갈구했으나 잡히지 않았던 것이 그에게 다가온다. 새로운 세대의 지질학자들에 의해 그에게 돌아가 마땅한 영예가 마침내 주어진다. 지질학회 최고 영예의 상을 수상하고 영국 국왕으로부터 평생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이 홍복(洪福)은 너무나 늦게 찾아왔다는 점에서 잔인한 아이러니일 수도 있지만 흐뭇한 해피엔드이다. 비록 구전(口傳)이지만, 우리나라의 김정호와는 반대라서 씁쓸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선견지명을 지닌 과학자
스미스는 지질학이라는 막 태동하는 학문에 중요한 주춧돌을 놓은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호사가들의 애장품에 지나지 않던 화석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고생물학 분야에도 큰 공헌을 했다. 스미스의 시대에 이러한 학문이 그 시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그 시대 사람들의 눈으로 다 바라볼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과학과 철학과 종교, 그리고 세계관과 인간관에 어떤 엄청난 영향을 주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큰 감동이자 소득이다.
스미스의 시대는 몹시도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시대였다. 좀 더 나은 삶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산업혁명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앎에 대한 순수한 욕구, 거침없는 호기심은 사람들의 생각에 테두리를 그었던 종교라는 견고한 둑에 충격을 가하여 빠른 속도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미스는 산업의 발달에 이바지한 뛰어난 기술자였고,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과학사의 큰 물줄기가 흘러나올 물꼬를 터 준 선견지명을 가진 과학자였다.
그러나 한미한 배경의 청년이 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쫓는 데에는 참으로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다. “지질학을 실천하는 계층과 지질학의 이론을 소유하는 계층이 따로 있다.”는 스미스의 한탄, 흙에서 구르고 땅 속으로 들어가 직접 두 눈과 두 손으로 확인하는 기술자와 손에 흙을 묻혀 본 일없는 딜레탕트가 지질학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독특한 역사는 참으로 인상적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에는 저자의 조국인 영국의 땅에 대한 사랑, 자신이 전공한 학문 지질학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우러나온다.

목차

프롤로그

1 마차를 잡아타고 북으로

2 잠에서 깨어나는 대지

3 채드워스 번의 비밀

4 공작과 남작 미망인

5 지하 세계의 빛

6 서머싯의 분할

7 요크민스터에서 내려다본 전망

8 스완에서의 기록

9 타운센드의 응접실에서

10 위대한 지도가 잉태되다

11 쥐라기 에피소드

12 세계를 바꾼 지도

13 비신사적인 행동

14 세기적 판매

15 레비아단의 분노

16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사람

17 박사에게 영광을

에필로그

용어 설명

참고 및 권장 문헌

감사의 글

옮기고 나서

찾아보기

작가 소개

사이먼 윈체스터

1944년에 태어난 사이먼 윈체스터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1969년부터 1980년대까지 《가디언》에서 기자로 일하며, 1972년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일어난 ‘피의 일요일’ 사건, 미국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 등을 취재했다. 1982년에는 《선데이 타임스》의 특파원으로 포클랜드 전쟁을 현지에서 취재하다 스파이 혐의로 아르헨티나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컨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 《스미스소니언》,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역사, 과학, 여행 등 다양한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주 버크셔와 영국 스코틀랜드의 서부 작은 섬에 거주하고 있다.
저서로는 『세계를 바꾼 지도』, 『크라카토아』, 『교수와 광인』, 『산산이 부서진 땅』, 『한국: 기적의 땅을 걷다』, 『대서양』, 『태평양』 등이 있다.
윈체스터는 200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대영 제국 훈장(OBE)을 받았고, 2016년 캐나다 지질학회로부터 로런스 버피 메달(Lawrence J. Beurpee Medal)을 받았다. 옥스퍼드 대학교 캐서린 칼리지의 명예 교원이기도 하다.

임지원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7년 현재 대중 과학 월간지 <사이언스올제>에 의학, 생물학 관련 기사를 고정적으로 번역하여 기고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스피노자의 뇌>, <에덴의 용>, <섹스의 진화>, <사랑의 발견>, <세계를 바꾼 지도>, <꿈>, <빵의 역사>(공역), <고객이 정답이다>, <따돌림 없는 교실>등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