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살리기

왜 이공계는 보상받지 못했는가? 이 사회를 조용히 지탱해 온 이공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원제 理系白書

마이니치신문 과학환경부 | 옮김 김범성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04년 6월 21일 | ISBN 978-89-8371-147-2 [절판]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352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정치, 경제, 언론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최상위층을 인문계 출신자가 독점하고 있는 ‘인문계 왕국’ 일본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악전고투하는 일본 이공계의 모든 것을 다각도로 심층 분석한 이 책은, 이공계의 활로를 모색하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이다.

편집자 리뷰

이공계는 왜 보상받지 못했는가?
이 사회를 지탱해 온 이공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국과 일본의 경이로운 경제 성장은 과학 기술과 그것을 유지 발전시켜 온 이공계 출신자들을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역군’, ‘과학 기술 입국의 동량’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그늘 속에서 묵묵히 일해 온 이공계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박탈감과 절망뿐이었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소모품 대접을 받아 온 이공계 사람들은 산업 현장으로부터, 연구 현장으로부터 떠나고 있다. 이공계의 박탈감은 청소년의 과학 기피와 이공계 우수 인력의 탈이공계 엑소더스로 이어졌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과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기술 공황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우려할 정도이다.
이공계 위기라는 담론은 널리 확산되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고, 나름대로의 사기진작책이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의심스러운 상태이다. 게다가 이공계 위기의 본질을 기초 학문 분야의 전반적 위기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지, 기업과 정부의 이공계 인력 관리의 마인드 부재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성장 동력의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온 일본의 이공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마이니치신문 과학환경부(每日新聞 科學環境部) 기자들이 쓰고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이공계 살리기』(원제: 『이계백서(理系白書)』)는 우리 사회의 이공계 위기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이다.
2001년 가을에 기획되어 300명 가까운 이공계 관련 인사들과의 인터뷰와, 이공계의 평생 소득 분포 같은 굵직한 자료에서부터 도쿄대학교 이공계 학생들의 하루 생활 시간표 같은 자잘한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이공계 사람들의 삶과 연구, 보상과 미래 등을 한눈에 보여 주는 섬세하고 방대한 자료에 근거한 연재된 기획 기사 「이계백서」(2002년 1월 1일부터 2003년 4월 26일까지)를 정리한 이 책은, 보상받지 못했다는 이공계인들의 불만이 단순한 볼멘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줌과 동시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에 매진하는 이공계인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일본 언론의 서평 그대로, “인문계 인간마저도 ‘이공계를 응원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기술자들이 만든 막대한 부는 기술자가 아니라 은행이나 부동산 관계자에게 흘러 들어갔다. 기술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폈어야 했습니다.(니시무라 하지메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15쪽)

메이지 시대부터 유지되어 온 불합리한 제도가 에이즈나 병원성 대장균 O-157 등의 피해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과학 기술을 알고 있는 기술직 공무원인 과장에게는 결정권이 없고, 잘 모르는 사무직 공무원인 국장이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죠.(일본의 한 기술직 공무원, 22쪽)

기술자가 얼마나 푸대접받고 있는지 아시나요? 일본에서는 회사가 왕이고 기술자는 노예입니다. 그런데도 기술자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죠.(나카무라 슈지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42쪽)

아무리 좋아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고는 해도 스스로의 밥벌이도 못하는 박사라는 게…….(일본의 이공계 시간 강사 니노 유코, 68쪽)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강점은 이공계인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한다는 데에 있다.
제1장 「인문계 왕국」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동년배 중 서민용 주택 단지에 살고 있는 것은 이공계 출신자뿐이고 인문계 출신자들은 고급 주택가로 이사 가고 없다는 것을 발견한 이공계 명예교수가 느낀 박탈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박탈감이 5억 2000만 원이라는 이공계와 인문계 간의 평생 소득 격차에서 나온 것임을 증명한다. 또한 정・재・관계의 중추에 이공계 출신자들이 진출하지 못한 현실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공산당 집행부 전원이 이공계 출신자로 구성되어 있는 중국이나 과학보좌관 제도를 중심으로 과학 정책을 정부의 중심 의제로 삼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대비시킴으로써 이공계를 사회의 중추에서 배제한 일본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한다.
제2장 「이공계는 노예가 아니다」에서는 얼마 전 200억 엔 보상 재판에서 회사에 승소함으로써 기술자를 무시해 온 일본 기업의 관행을 뒤흔든 나카무라 슈지 교수를 중심으로 회사와 사회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줌에도 불구하고 쥐꼬리만 한 보상만 받고 있는 일본 이공계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나카무라 교수가 개발한 청색 발광 다이오드는 회사에 연간 매출 1000억 엔이라는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었지만, 나카무라 교수가 회사 재직 시 받은 보상은 20만 원 정도의 개발 보상금과 1억 원 정도의 연봉이 전부였다.)
제3장 「박사의 눈물」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연구와 고학(苦學)으로 취득한 박사 학위를 제대로 취직과 연구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 이공계 박사들의 애환을 보여 준다. 15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를 불안정한 일자리에서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이공계 박사 학위 연구자들, 그들을 연구 분야가 너무 협소하다고 생각해 잘 쓰지 않는 기업의 편견, 체계적인 인력 수급 대책 없이 대학원 확충 정책을 편 일본 정부의 문제점 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제4장 「과학 교육의 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에서는 청소년 과학 기피 현상 을 진학률의 변동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의 과학・수학 과목 선호도의 변화, 국제 교육 조사로 밝혀진 과학・수학 학습 능력의 변화, 교육 제도와 교육 과정의 변화에 따라 생긴 교원 자질의 문제 등을 입체적으로 점검하면서, 청소년들이 과학의 씨앗이랄 수 있는 ‘호기심’을 어떻게 상실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분석한다.

 

이공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이공계의 박탈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공계 내적으로 어떤 문제가 없는지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데 있다. 무미건조하다는 이공계에 대한 외부인들의 편견, 이공계 내부의 여성 차별, 내부 비리를 은폐하는 패거리 문화,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줄 모르는 문화 등처럼 이공계의 어두운 부분을 냉정하게 평가・분석한다.
제5장 「이공계 문화」에서는 먼저 가장 합리적인 지식과 도구를 활용하지만 연구밖에 모르는 좁은 세계에 사는 탓에 신비주의나 환상에 쉽게 굴복해 버리는 이공계 문화의 문제점을 1995년 3월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공계인들의 연애・결혼 사정, 실험 데이터 조작이나 날조를 자행하게 만드는 이공계의 폐쇄적 패거리 문화, 이공계 문화와 오타쿠 문화의 유사성, 이공계 연구 윤리의 필요성과 시민과 함께하는 과학자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논한다.
제6장 「여성 연구자」에서는 일본 이공계에서 11%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이공계 연구자들이 느끼고 있는 차별의 벽(일본의 여성 연구자들은 이를 ‘유리 천장’이라고 부른다.)을 승진과 채용에 있어서의 남녀 차별, 폐쇄적인 연구 환경 속에서 자행되는 성희롱, 여성성의 강요, 가사 노동의 부담 등을 통해 사례 중심적으로 자세하게 소개한다. 또한 여학생의 과학 기피 현상이 중학교 때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를 통해 사회적 편견이 여성의 과학 진출을 방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대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여성 채용 목표제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을 보여 준다.
제7장 「실패에서 배운다」에서는 탄소 60개로 구성된 축구공 분자 풀러렌이나 탄소 나노 튜브의 발견에 얽힌 에피소드와, 뇌에서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D2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통해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한 발견 사례들을 소개한다. 실패를 교과서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교훈으로서 적극적으로 연구하려는 일본 우주과학기술연구소와, 실패학을 사회의제로 부각시키려는 오하시 히데오 교수나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 실패를 노벨상 수상 연구로 발전시킨 다나카 고이치로 등을 이야기한다.

 

문제제기를 넘어 대안 제시로

지금까지의 일본 대학은 막대한 정부 예산을 사용해서 얻은 지적 재산을 대학 안에 쌓아 둘 뿐이었습니다. 이것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으면 결국 연구비를 얻을 수 없게 되고 대학은 무너지고 맙니다.(모리시타 류이치 오사카대학교 교수, 216쪽)

결산 회계 보고서 따위를 작성하기보다는 젊고 독창적인 연구자를 발견하고 이들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관료들이 힘을 쏟았으면 합니다.(시무라 요시로 교토대학교 명예교수, 263쪽)

돈이 없으면 안 되는 연구란 없어요. 필요한 것은 호기심,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죠.(하라다 야스오 전 히로시마대학교 총장, 270쪽)

앞으로 이공계 출신이 사회의 전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이공계 사람들도 연구소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기린맥주 상품개발연구소 가사이 다카히데, 307쪽)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공계의 장점입니다. 정보를 분석, 과제에 우선순위를 매기고 전략을 생각합니다. 이공계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경영에서는 이것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 331쪽)

이 책은 이공계 현실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준다. 또한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한다.
제8장 「연구 기관을 개혁하라」에서는 교수와 대학 연구실이 주축이 된 대학 벤처 기업과 기술 이전 기관(Technology Licencing Office, TLO)을 통해 안정된 대학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 성과의 사회 환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공계 연구자들을 소개한다. 또한 대학과 기업 간의 문화 차이로 겉돌고 있는 산학 협동의 현실과, ‘독립 행정 법인화’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국공립 연구소의 현주소와 일본의 BK21이랄 수 있는 ‘톱 30’을 상세하게 소개함으로써 일본의 이공계 위기 극복 전략의 한 단락을 보여 준다.
제9장 「연구와 돈」에서는 경쟁주의에 매몰되어 진정으로 창의적이고 중요한 기초 연구에는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의 연구비 분배 구조의 모순을 분석하고, 창의성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연구비 분배 시스템을 모색한다.
제10장 「독창성의 방정식」에서는 이공계의 위기, 거품 경제의 붕괴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창의적인 연구 성과와 상품을 개발해 내는 일본 이공계 연구자들과 기업의 잠재력을 소개한다. 새로운 DNA 염기 분석기를 개발해 인간 유전체 계획의 완성을 몇 년이나 앞당겨 준 히타치중앙연구소의 간바라 히데키 기사장, 최근 뉴트리노의 질량 발견으로 일본 과학계의 명예를 빛내 준 슈퍼카미오칸데의 발안자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 튜링의 잊혀진 논문을 재발견해 발생학의 새로운 장을 연 곤도 시게루 같은 연구자들과, 빛을 분리하는 분광(分光) 기술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니혼분코 같은 기업들의 저력을 소개하면서 이공계 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제11장 「두 문화의 융합」에서는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치부되는 인문계와 이공계의 문화를 융합함으로써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을지 모색한다. 신상품 개발에서 활용되는 ‘감성공학’, 기술자와 디자이너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새롭고 독특한 상품들, 인문계의 폭넓은 교양과 이공계의 체계적 논리를 갖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 주고, ‘두 문화의 융합’이 가진 가능성을 이공계 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이공계 위기 담론은 이제 시민들에게 이공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데에 성공했고, 나름대로의 시민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 이공계 위기 담론은 아직 ‘이공계의 볼멘소리’와 ‘이공계 달래기’라는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제 이 한계를 극복하고 ‘이공계 달래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이공계 살리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껴안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적 문제의 위기로 성찰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모델이랄 수도 있는 일본의 이공계가 부둥켜안고 있는 현실과, 그 위기 극복 전략을 입체적으로 심층 분석한 이 책은 혼란스러운 이공계의 현실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연구자, 기업가, 관료 들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 5

제1장 인문계 왕국 9

제2장 이공계는 노예가 아니다 35

제3장 ‘박사’의 눈물 51

제4장 과학 교육의 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77

제5장 이공계 문화 115

제6장 여성 연구자 149

제7장 실패에서 배운다 181

제8장 연구 기관을 개혁하라 211

제9장 연구와 돈 249

제10장 독창성의 방정식 273

제11장 두 문화의 융합 303

맺음말 330

일본 각 분야의 이공계 출신 332

참고 문헌 336

옮긴이의 글 338

찾아보기 346

작가 소개

마이니치신문 과학환경부

마이니치신문은 1996년에 환경 문제를 더 충실하게 보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기존의 과학부를 과학환경부로 개칭했다. 현재 일본의 매스컴에서는 ‘환경’ 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일한 부서이다. 취재 범위는 첨단 과학기술을 비롯하여 의학, 생명과학, 원자력, 우주, 지진, 화산, 환경문제 등으로 폭넓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 과학 기술이 깊이 관여하게 된 현대사회에서 마이니치신문 내부의 두뇌 집단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범성 옮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에 같은 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과학기술의 대중화 논쟁과 일본의 지진학, 가상학의 형성 과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 고베에서 일본학술진흥회 외국인특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근대 일본의 과학기술에 대한 역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화학이 싫어지는 사람을 위한 책>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