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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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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생태학은 옛 사람의 삶 안에 있었다

엮음 이도원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04년 9월 13일

ISBN: 978-89-8371-155-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65x240 · 656쪽

가격: 30,000원

분야 생태학·환경


책소개

풍수(風水)에서 해우소(解優所)까지 정선의 진경산수화에서

전통 마을의 마을숲까지

옛 사람의 삶 속에서 생태 지혜를 찾는다!

전통생태학의 한국적 논의의 현주소를 소개하고 잇는 이 책은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특별 지원으로 2002년 5월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전통 생태 모임’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을 엮은 책으로서 한국적 전통생태학의 출발점이자 시금석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목차

책을 펴내면서

1부 우리 전통 속의 생태 사상

1 생태학은 옛 사람의 삶 안에 있었다(이도원)

2 풍수지리의 환경 사상(윤홍기)

3 한국의 전통적 경관 보완론(최원석)

4 백두대간 개념의 형성 과정과 복원 방향(신준환)

5 옛날에 공유지를 어떻게 이용했을까?(윤순진)

6 굿 문화에 갈무리된 자연 친화적 사상(임재해)

7 옛 시조의 녹색 사상(김욱동)

8 겸재 정선의 생태 미학(이호신)

2부 우리의 옛 환경 읽기

9 꽃가루와 고목재로 해석한 우리 옛 숲 모습(박원규)

10 대나무와 문화 경관(공우석)

11 생태에 적응한 지리산지 농민의 전통 농법(정치영)

12 숲 문화와 생태(장동수)

13 마을숲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우리 농촌 마을(최재웅)

14 그림으로 보는 생태 도시 한양과 일본의 에도(변우일)

3부 대안 생태 공간으로서의 전통 마을

15 한국의 전통 마을에서 본 환경 설계 원칙(신상섭)

16 생태를 고려한 집터 가꾸기(박경자)

17 생태 코드로 읽는 고산 윤선도 원림(성종상)

18 한국 전통 마을의 환경 친화성(한필원)

19 하회마을의 지속성에 관한 연구(이규인)

20 생태 마을 가꾸기와 마을 전통의 복원(임경수)

21 전통 뒷간과 사찰 해우소 이야기(김재일)


편집자 리뷰

우리는 바야흐로 ‘생태 시대’를 살고 있다. 환경 위기의 고조와 문제 의식의 확산으로 생태와 생태학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소수의 환경 운동 단체나 정책 결정자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최근 천성산 고속 철도 터널 공사 재검토를 이끌어 낸 지율 스님의 단식이나 이미 1조 원 이상이 투입된 새만금 공사의 문제를 전국적으로 환기시켜 공사 중단을 이끌어 낸 세 성직자의 삼보일배는 생태학적 문제 의식 없는 일방적인 개발 중심주의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일 것이다.
동시에 ‘생태’는 또 하나의 권력이 된 시민 운동 단체나 이익 집단의 자기 정당화 논리로 동원되거나 이미 개발을 달성한 서구 선진국이 자신의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후진국의 개발을 억누르는 외교적 무기로 활용되는 등 일정한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현대 생태학은 1960년대 이후 전개되어 온 생태주의 운동의 성과를 끌어안고 극단적 환경 보호주의와 서구 중심주의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모색을 하고 있다. 일방적 보호가 아니라 복원, 자연 중심주의가 아니라 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서구 지식인들이나 선진국들의 입맛에 맞는 생태학이 아니라 일반인과 제3세계 원주민의 눈으로 본 생태학 등이 현대 생태학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 서구 정복자의 시각에서 무시돼 왔던 옛 원주민의 전통 생태 지식을 탐구하고 그 전통 생태 지식이 가진 합리성과 신뢰성을 현대 과학 지식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재조명해 내는 ‘전통생태학’은 현대 생태학의 주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한국의 전통생태학』은 이 전통생태학의 한국적 논의의 현주소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특별 지원으로 2002년 5월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전통 생태 모임’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을 엮은 이 책은 한국적 전통생태학의 출발점이자 시금석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전통 마을 가꾸기 사업을 지도하는 현장 활동가, 생태학자, 건축학자, 화가 등으로 이루어진 전통 생태 모임은 분과의 장벽을 넘어서 전통생태학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활발한 학제간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의 엮은이이자 전통 생태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이도원 교수는 「책을 펴내면서」에서 한국 전통생태학의 출발점과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제 생태학은 생물학의 틀 안에서 더 이상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우리의 전통 사회에서 생태는 삶의 일부였지 생물학이라는 특수한 범주 안에 있지는 않았다. ‘삶의 꼴’이라는 뜻을 가진 생태라는 말은 본래부터 생명마저도 물질성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는 서구 학문의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내용을 보듬고 있었다. 어쩌다가 서양에서 생태학이 생물학자들의 손으로 가꾸어지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제 생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물질문명의 첨단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것은 생명 현상도 노골적으로 물질로 환원시키고 마는 오늘날 세태의 반영이리라. 이런 세태 속에서 생태학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생태학이 물질주의의 잣대로 가름되는 현실에 행복할 수 없고 무엇보다 그러한 풍토 안에서는 문화를 아우르는 아름답고 생동적인 생태를 꽃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옛사람의 삶에 깊이 뿌리 내린 생태학적 지혜와 그것을 발굴해 내려는 전통생태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 줄 희망을 가진다. 우리는 전통생태학 안에서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는 생태학적 학문 세계의 열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의 필자들이 자라 온 학문 세계에서는 변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학문 영역을 고집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는 시도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공동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책을 펴내면서」에서)

이도원 교수의 지적대로 물질주의, 서구 중심주의, 엘리트주의의 굴레에서 생태학을 자유롭게 하려는 전통생태학의 논의를 소개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생태학』은 우리나라의 생태학 논의의 새로운 장을 열기에 족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생태학의 중심 개념과 이론적 내용을 소개하는 1부와, 전통 생태 환경 복원 연구를 소개하는 2부와 전통생태학의 실천적 함의를 소개하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우리 전통 속의 생태 사상」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문화 속에서 생태적 지혜를 발굴해 내려는 노력들을 다루고 있다. 전통 마을 같은 전통 생태 환경에 담긴 경관생태학적 개념과 분석틀을 재정립하고 풍수 사상과 백두대간 개념 등에 담긴 환경 사상이나, 굿 문화나 시조, 전통 회화 속에 갈무리된 자연 친화적 정신을 읽어 내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2부 「전통 생태 환경 읽기」에서는 전통생태학의 한 분야인 전통 생태 환경 복원 연구를 다루고 있다. 고고학적 유적에서 발굴된 꽃가루와 고목재를 통해 고대의 식생(植生) 환경을 복원해 내는 연구, 전통 마을에 남아 있는 유물, 풍습 등으로 전통 마을의 생태 문화의 본모습을 추적하는 연구, 풍속화 등으로 과거의 도시 환경을 재현해 내는 연구 등이 소개되어 있다.
3부 「대안 생태 공간으로서의 전통 마을」에서는 전통적 생태 지혜가 전통 마을을 통해 어떤 식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현재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어떤 것인지를 분석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 마을이 얼마나 환경 친화적인지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부터 전통을 계승한 생태 마을 가꾸기 사업의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글들을 통해 전통생태학의 실천적 함의를 살펴보고 있다.
각 장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엮은이이자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이도원 교수가 쓴 1장 「생태학은 옛 사람의 삶 안에 있었다」는 우리 선조들이 생활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고려한 것으로 사료되는 생태적 지혜를 소개하고 전통 생태 지혜와 현대 생태학(특히 경관생태학)의 접점을 모색한다. 고지도와 그림 그리고 문헌 등을 검토하여 늦어도 15세기부터는 우리 조상들이 국토를 현대 경관생태학의 기본 단위인 유역 단위로 나누었다는 사실과 체계적인 공간 위계 개념을 도입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전통 마을과 그 주변의 경관 요소 분포(집의 배치, 마을숲의 위치, 수로의 배치 등)를 분석함으로써 전통 마을이 음식물, 식수, 하수, 폐기물 같은 물질과 에너지 이동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특징적인 경관 짜임(landscape configuration)을 이루고 있었음을 밝혀낸다. 또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인위적인 작업을 통해 이루어진 경관 짜임이 하나의 경관 보완(landscape complementation)을 이루어 자연 환경 보전과 인간 생활 환경 향상이라는 얼핏 대립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목적이 조화롭게 구현됐음을 보여 주면서 이러한 한국적 경관 형성 과정이 지속 가능한 환경 개발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논의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지리・환경학부의 윤홍기 교수의 2장 「풍수지리의 환경 사상」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자연관・환경관(“땅을 보는 인신 체계의 틀”)에 깊은 영향을 끼친 풍수 사상 속에 담긴 생태적 특성을 논의한다. 윤홍기 교수는 한국의 전통 환경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마음에 뿌리박힌 풍수 신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풍수 사상의 중국 황토 고원 지대 기원설과 풍수 사상의 환경 인자 순환설을 여러 문헌 증거를 통해 논증함으로써 풍수 사상의 기원, 유래, 핵심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낸다. 또한 한국 풍수 사상만의 독특한 특성들을 분석하면서 풍수 사상의 개발 성장 한계론과, 지형을 생물 같은 사물에 빗댄 형국론(形局論) 등을 현대 생태학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가이아 가설의 ‘지구 초유기체설’을 선취한 것을 재평가해 낸다.

경상대학교 연구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최원석 교수의 3장 「한국의 전통적 경관 보완론」은 한국 풍수 사상의 독특한 개념인 ‘비보(裨補)’의 의미와 특성을 논의한다. 최원석 교수는 이 글에서 풍수 신앙 차원에서 논의된 비보를 지리 또는 생태적 요소의 인위적 보완을 통해 주거지의 조건을 이상적인 형태로 가꾸어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동아시아적인 전통적 경관 보완 사상이자 방법론으로 재평가한다. 우리가 무심코 보고 넘겼던 전통 마을의 비보 경관이 동식물의 생활사 유지와 주거지 경관 구성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분석하고 역사적 정황과 지역적 조건에 따라 그 형태와 기능이 어떻게 변모해 왔고 다양화되었는지를 살핀다. 이로써 비보 개념이 현대의 생태적 조경 및 환경 설계, 그리고 전통 환경 복원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산림청 국립산림연구원 산림환경부장으로 재직 중인 신준환의 4장 「백두대간 개념의 형성 과정과 복원 방향」은 최근 ‘백두대간 보전법’ 논의 등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백두대간의 개념 형성 과정과 복원 방향을 논의한다. 신준환은 백두대간 개념이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국토 개념’이 응축되어 형성되었음을 신라 말과 고려 초의 시대 상황과 신화의 검토를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이 개념이 고려 시대의 성장기, 조선 전기와 중기의 성숙기를 거쳐 조선 말기에 완결되는 과정을 「오도양계도」, 「조선방역지도」, 『성호사설』, 『택리지』, 『산경표』, 「대동여지도」 같은 다양한 문헌으로 살핀다. 또한 백두대간의 복원에 있어 백두대간 개념을 단순히 산들을 이은 선이나 생태 통로로만 한정해서 볼 것이 아니라 산계(山系)와 수계(水系)의 결합체이자 자연과 인문의 복합체로 보아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윤순진 교수가 쓴 5장 「옛날에 공유지를 어떻게 이용했을까?」는 모두의 것이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공유지(共有地)의 비극’에서 생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전통 사회의 공유지 이용 방식에서 모색하려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 글이다. 윤순진 교수는 대표적인 공유지인 산과 마을 앞바다의 전통적인 이용 방식과 내부 규율 등을 문헌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피고, 그것이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유지를 남용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려는 자연・생태 친화적인 규칙이고 공동체 구성원의 편익과 분배의 형평성을 고려한 사회적 규율임을 보여 준다.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의 6장 「굿 문화에 갈무리된 자연 친화적 사상」은 굿 문화 속의 생태 사상적 요소를 논의한다. 임재해 교수는 굿 전통에서 생태학적으로 받아들일 것은 굿 행위 자체가 아니라 대상을 섬기고 위함으로써 맺힌 것이나 얽힌 것을 푸는 세계관으로서의 굿 문화임을 전제한다. 굿 문화의 현장 사례들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굿 문화가 조상신, 잡귀잡신 같은 신령만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 바위와 나무 등 자연물도 모두 섬기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굿, 비손 행위 시 사람의 지위를 대상물보다 낮추는 굿 문화의 정신 자세를 소개하며 굿 문화가 자연과 상생할 수밖에 없는 자연 친화적 세계관임을 드러내면서 환경 문제 해결에 굿 문화가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김욱동 교수가 쓴 7장 「옛 시조의 녹색 사상」은 우리나라 옛 시조에 나타난 생태 사상 또는 생태주의(ecologism)를 살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욱동 교수는 고려 시대 말부터 조선 시대 초에 걸쳐 문학 장르로 굳어진 시조 중에서 자연을 노래하는 작품들을 분석하면서 옛 시조가 자연을 노래한다고 하여 모두 자연친화적이거나 생태주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한계를 먼저 지적한다. 대부분의 시조는 정치권력에서 밀려난 사대부들의 음풍농월이나 관념적 세계관의 표출일 뿐 자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밝혀낸다. 그렇지만 동시에 자연을 도구나 수단으로 보지 않고 그 자체에 존재 이유를 부여하려고 한 김장생이나 성흔의 시조들을 소개하면서 옛 시조에 담긴 전통적인 자연 친화 사상을 보여 준다.

한국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호신 화백의 8장 「겸재 정선의 생태 미학」은 우리의 전통 회화에 담긴 자연관과 생활 속의 생태적 미의식을 예술 작품을 통해서 살펴보는 독특한 글이다. 우리 옛 그림 속에는 자연 친화와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생태 장면이 매우 많다. 특히 조선 시대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등장 이후 구체적인 한국의 산천과 자연을 관찰한 그림들이 많이 성행하게 된다. 이호신 화백은 그중 대표적인 진경화가인 겸재 정선(1676∼1759년)의 초충화훼(草蟲花卉) 그림을 통해 조선 시대 후기의 생태 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충북대학교 임산공학과 박원규 교수 등이 쓴 9장 「꽃가루와 고목재로 해석한 우리 옛 숲 모습」은 퇴적물과 유적층에 남은 꽃가루와 목재의 수종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식생(植生) 분포의 역사를 재현하는 연구를 소개한다.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식물 모임을 간단히 식생이라고 하는데, 이 식생의 분포는 주로 기후(기온이나 토양의 수분)에 의해 결정된다. 거꾸로 식생의 흔적을 통해 과거의 기후 환경들을 복원해 낼 수가 있다. 박원규 교수 등은 고고학적 유적에서 발견된 나뭇조각, 볍씨, 목조 건축 같은 문화 유물을 분석해 중석기∼신석기 시대 한반도의 기후가 한랭했다거나, 여말선초의 환경이 지금보다 다습했음을 밝혀낸다. 또한 현대 생태학에서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는 ‘복원’ 문제의 중요한 학문적 도구이 기후 복원, 식생 복원 연구가 이 글에 소개되어 있다.

경희대학교 지리학과의 공우석 교수가 쓴 10장 「대나무와 문화 경관」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 마을의 전형적인 문화 경관 요소인 대나무의 분포를 조선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연구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대숲이 마을의 문화와 경관 생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대숲의 문화 경관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전라남도 담양을 사례로 살폈다. 아울러 한때 생금밭으로 불리던 일부 대숲이 경제적인 가치를 잃고 방치되면서 관리가 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발생할 생태적인 문제도 다루면서 대숲이 어우러진 농촌 경관 보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의 정치영 교수가 쓴 11장 「생태에 적응한 지리산지 농민의 전통 농법」은 전통 농법이 지역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한 일차적인 결과라 생각하고, 평지와는 다른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산지(山地)의 농민들이 어떠한 농법들을 고안했고, 발전시켜 왔는지를 살펴본다. 정치영 교수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산지이자 비교적 일찍부터 농업이 발달하였던 지리산지 농민들의 전통 농법을 사례로 소개하였으며, 특히 평지에 비해 낮은 기온 및 수온 조건과 열악한 토양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글은 단순하게 과거의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상세하게 복원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경대학교 조경공학과 장동수 교수의 12장 「숲 문화와 생태」는 우리 선인들이 도시나 마을 인근에 조성하거나 보호 및 유지 관리를 해 온 숲 또는 수(藪)에 스며 있는 문화와 생태적 의미를 찾는 글이다. 장동수 교수는 마을 근처의 숲이 토속 신앙(당숲, 당산숲, 성황림, 신림, 墟林(허림) 등), 풍수(수대, 수구막이, 숲쟁이, 비봉형(飛鳳形) 등), 유교(삼공구경(三公九卿), 호송설, 개호송 등) 등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분석하고 지역민들이 공유해 온 지역 문화의 담지자로서의 역할을 해 왔음을 다양한 현장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그 문화적 의미와 함께 자연 재해를 예방하는 자연생태적 기능, 도시 경관을 꿈미는 경관생태적 기능, 인간의 문화적 삶을 쾌적하게 해 주는 문화생태적 의미를 가졌음을 보여 준다. 또한 급속한 근대화 과정의 개발이나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거의 무시되어 왔고 잊혀지고 있는 전통 마을숲이 풍부한 생태학적 영감을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의 최재웅 농업연구사가 쓴 13장 「마을숲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우리 농촌 마을」은 마을숲을 아끼고 보전하며 1년에 한두 번 정도의 당산제를 정기적으로 지내며, 살아가는 농촌 마을 주민들의 생활양식을 소개한다. 최재웅 농업연구사는 마을숲 문화를 그 자체만으로도 마을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미풍양속의 공동체 문화, 전통 생활 문화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존재이자 마을 주민들이 숲을 지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규정한다. 또한 마을숲 문화가 살아남아 있는 17개 마을의 조사 분석을 통해 파괴되어 가는 마을숲의 현재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마을숲 복원・유지・계승을 위한 실천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LEED 환경연구원의 원장으로 있는 변우일 숙명여자대학교 겸임 교수의 14장 「그림으로 보는 생태 도시 한양과 일본의 에도」은 전통적인 시서화(詩書畵) 분석을 통해 과거사를 재현・복원하는 ‘묘사 경관(text landscape)’라는 방법으로 18세기 한양과 19세기 일본 에도(도쿄의 옛 이름)의 생태 경관을 해석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글이다. 변우일 원장은 이 글에서 겸재 정선이 한양을 그린 진경산수화 53점과 일본의 대표적인 우키요에(浮世絵)작가 안도 히로시게(1797∼1858년)가 에도의 명소와 생활 풍경을 그린 「명소강호백경(名所江戶百景)」 119점을 비교·고찰한다. 이를 통해 도시 내외의 산지와 하천으로 구성된 풍부한 자연을 도시의 주된 요소로 보고 그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보존적 태도를 갖춘 한양의 환경・생태관과, 저지대 평야에 위치한 단조로운 지형적 특성이나 부족한 수체계 등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서 쓰려는 에도의 환경・생태관을 비교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이러한 원형 경관 해석을 통해 도시 공간이 본래 지니고 있던 자연 생태적 특성을 찾을 수 있고 이것이이 생태 도시 계획과 설계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의 신상섭 교수는 15장 「한국의 전통 마을에서 본 환경 설계 원칙」에서 한국의 전통 마을을 이룬 환경 설계 원칙을 찾아본다. 신상섭 교수는 산수가 좋은 길처(吉處)에 생활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속시켜 삶의 터전인 마을을 건전하게 경영하는 지혜를 지닌 조상들의 삶 속에서 자연에 대한 절제의 태도, 생태 환경의 질서와 환경 자원을 중시하는 윤리관이 잘 반영되어 있음을 재조명한다. 우리가 흔히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감을 느끼는 마을, 다시 말해 복거지(卜居地)의 유․무형의 생활 환경 요소들을 분석하고 이것이 환경 설계 원칙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개별 주거 형태의 환경심리학적 측면과 광역 환경 구성 요소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 같은 전통 마을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다.

중국 칭화대학교의 겸임 교수로 있는 박경자 교수가 쓴 16장 「생태를 고려한 집터 가꾸기」는 조선 정조 때의 농정가인 서유구의 『임원경제십육지』의 「상택지」 편에서 집터 고르기와 집터 가꾸기 부분을 발췌하여 다룬다. 지금 보기에도 아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상택지」 편의 내용을 집터 고르기와 집터 가꾸기로 나누고, 집터 고르기에서는 여섯 가지 조건과 여섯 가지 요소, 지리로 나누고 지리에서는 산. 물, 바람, 방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집터 가꾸기에서는 황무지 개간과 나무 심기, 빼어난 경관으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이 글에서는 상택지에 나오는 문장을 설명할 때는 풍수 용어의 알기 쉬운 해석에 중점을 두었고 고문을 해석한 글은 현대적으로 용어로 풀이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성종상 교수의 17장 「생태 코드로 읽는 고산 윤선도 원림」은 주로 산수간 빼어난 경승지에 조영된 한국 전통 정원, 곧 원림(園林)이 자연과의 과학적․논리적 정합은 물론 윤리적․도덕적 조화를 통한 정신적 합일을 추구한 우리 선조들의 생태적 지혜의 보고임을 고산 윤선도 원림을 사례로 하여 밝혀내고 있는 글이다. 특히 고산이 조영한 원림이 장소가 지닌 생태적 특질을 자신의 탁월한 심미안과 예술적 창의로 재구성하여 그 속에 펼쳐놓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가한 곳이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한국 전통 원림의 생태적 의미와 예술적 의의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최근 서구의 환경 설계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생태와 예술, 과학과 문화에 있어서의 통합적 접근이 한국 전통 정원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정원이 단순한 휴식과 위락을 넘어 예술과 문화 생산의 장이라는 의의를 이미 획득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하여 한국 전통 원림이 결코 지나간 시대의 역사적 유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 환경 설계에도 응용 가능한, 동시대의 실천적 의의를 갖는 살아있는 현장임을 밝힌다.

한남대학교 건축학부 한필원 교수의 18장 「한국 전통 마을의 환경 친화성」은 환경 친화적 주거지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자연 조건에 대한 적응성과 자원의 순환, 에너지 절감 시스템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각각의 요건에 따라 우리의 오래된 주거지인 전통 마을을 분석함으로써 그것의 환경 친화성을 밝히고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자원과 에너지, 그리고 기술이 현저히 제한되어 있었으므로 인위적으로 자연환경을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그것을 조절함으로써 거주 공간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에너지와 기술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유지․관리될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드는 방안을 부단히 궁리하였다. 산업화 이전에 조성된 한국의 전통 마을은 바로 그러한 오랜 궁리의 산물이며, 따라서 그 안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혜가 농축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년 동안의 지속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필원 교수는 이 글에서 전통 마을에 내포된 환경생태적인 합리성, 그리고 환경 친화적 아이디어들을 실증적, 정량적으로 드러내 준다.

아주대학교 건축학부 이규인 교수는 19장 「하회마을의 지속성에 관한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마을을 대표하는 하회마을을 ‘지속성’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다. 지속 가능한 개발의 이념을 사회적 지속성, 경제적 지속성, 환경적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큰 틀로 규정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공동체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였으며, 자연환경 용량 범위 내에서 자연 자원을 활용해 생태적으로 600여년을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지탱해 온 하회마을을 분석한다. 이규인 교수는 이 글에서 전통 마을의 지속성을 정성적 해석에 정량적인 분석을 가미해 중요한 생태학의 패러다임인 ‘지속성’이라는 개념을 구체화시키고 현실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의 전통 사회 속에서 모색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전통 마을의 환경 친화적 발전을 모색하는 기획 그룹 (주)이장의 대표로 있는 임경수 대표의 20장 「생태 마을 가꾸기와 마을 전통의 복원」은 전통의 지혜를 어떻게 농촌 마을 가꾸기에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경수 대표는 이제까지 마을 가꾸기 현장 사업에 참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 가꾸기 작업에서 첨단적이고 현대적인 기술과 방법보다 오히려 전통적인 기술, 지혜, 관습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실제로 참여한 마을 가꾸기 사업의 실례들을 통해 전통이 마을에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적인 도구로서, 마을 주민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주민 참여의 도구로서, 이미 훼손되고 흐트러진 마을의 생태적 환경, 자원을 복원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대표의 21장 「전통 뒷간과 사찰 해우소 이야기」는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뒷간과 사찰의 전통 해우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경 시대에는 인간의 분뇨가 거름으로서 농사에 요긴하게 사용되었으나, 산업 사회에서는 글자 그대로 오물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옛 사람들은 분뇨를 어떻게 인식하고 또 지혜롭게 활용하였으며, 수행 공간인 사찰 해우소는 어떤 구조와 시스템으로 분뇨를 거름으로 재생산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음식→똥→거름→음식’이라는 전통 뒷간의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시스템을 되돌아봄으로써 수자원을 낭비하는 현재의 수세식 화장실을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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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원 엮음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조지아 대학교 생태학연구소 연구원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환경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떠도는 생태학』『경관생태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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