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사랑한 과학자

구름의 분류법을 고안해 낸 19세기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의 삶과 업적

원제 The Invention of Clouds (How An Amateur Meteorogist Forged The Language of The Skies)

리처드 험블린 | 옮김 조연숙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04년 9월 20일 | ISBN 978-89-8371-156-4 [절판]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6x216 · 384쪽 | 가격 17,000원

책소개

구름을 사랑한 아마추어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

루크 하워드는 약제사이자 아마추어 기상학자로 구름의 명명법을 고안했다. 1802년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논문 「구름의 변형에 관하여」는 발표 당시 학계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논문에서 그는 구름의 형태에 따른 분류를 통해 구름에 이름을 부여하였다. 구름의 명명법은 막연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던 당대의 기상학을 학문으로서 재정비하기에 이른다.

편집자 리뷰

그러나 하워드는 우리에게 선연한 정신으로
인류를 새롭게 할 유익한 가르침을 주네.
그것은 손으로 닿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그가 처음으로 얻어 낸, 처음으로 정신력으로 붙잡은 것이네.
의심스러운 것들을 정의했고, 그 한계선을 긋고,
걸맞은 이름을 지어주었네, 영광스러운 그대여!
구름이 올라가고, 펼쳐지고, 흩어지고, 떨어지니,
세상이 그것을 가르쳐 준 그대를 기억하는구나.(괴테,「하워드에 따른 구름 형상들」중에서)

앞의 시는 괴테의 시집 『하워드를 위하여』에 수록되어 있는 시의 일부이다. 독일의 시성(詩聖) 괴테가 시집을 쓰면서까지 찬사를 보낸 하워드라는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바로 영국의 약제사 루크 하워드(Luke Howard, 1772∼1864년)이다. 루크 하워드는 영국 런던 플라우 코트 거리의 평범한 약제사였지만 린네의 생물 분류학에 비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구름 명명법과 분류법을 고안해 내 현대 기상학의 기초를 닦았다. 그의 구름 명명법은 막연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던 당대의 기상학을 학문으로서 재정비해 냈다.
오랫동안 구름을 관찰 연구했고, 인간의 창조성을 구름에 빗댄 시를 짓기도 했던 괴테는 구름에 이름을 붙여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게 해 준 루크 하워드에게 큰 빚을 졌다고 느꼈다. 그는 하워드의 명명법과 분류법을 통해 구름은 이제 상실의 이미지를 벗어나 찬란한 형상으로 빛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괴테의 마음은 하워드와 구름에 대한 그의 시 속에 잘 형상화되어 있다. 괴테는 하워드를 독일어권에 소개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갈구했으며, 독일어권 전역에 하워드의 구름 분류법을 전파했다. 이것은 예술과 과학이 만나는 19세기 과학사의 눈부신 순간이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The Invention of Clouds)』는 구름의 명명법을 고안한 19세기 아마추어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의 지질학자인 리처드 험블린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기상학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면서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채 잊혀진 루크 하워드의 삶과 업적을 매혹적인 필치로 그려 낸다. 또한 구름과 대기 현상 연구의 역사, 그리고 현대 기상학이 형성되는 과정을 19세기 영국 런던 과학계의 움직임과 함께 생생하게 포착해 낸다.
구름을 사랑한 아마추어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는 1772년 영국 런던에서 철제기구 제조업자인 로버트 하워드의 아들로 태어났다. 까다롭고 권위적인 아버지 아래서 자라온 그는 퀘이커 교도답게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당해야만 했다. 그런 그에게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창밖으로 뻗어 있는 구름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하워드는 유년 시절부터 여러 방면에서 과학적 재능을 보였지만, 강압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약제사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과학에 대한 열의를 잊지 않았다. 성실한 관찰자로서 꾸준히 구름을 관찰하고 그 기록을 남겼던 것이다. 루크 하워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약제사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스톡포트에서의 6년간의 유배생활을 접고 런던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플라우 코트에서 약제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동료이자 평생 든든한 조력자가 될 윌리엄 알렌을 만나게 된다.
당시는 과학은 학문이 아닌 희극적 요소가 곁들여진 쇼에 불과하던 과학 극장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대중 과학 강연을 듣기 위해 앞을 다투었으며, 이러한 요소들 사이에서 과학은 모든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윌리엄 알렌은 플라우 코트에서 과학 토론 모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루크 하워드와 같은 젊은 비국교도 중심의 자연 과학과 자연 철학을 연구하는 모임인 아스케시안 소사이어티를 결성하게 된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아스케시안 소사이어티의 가장 큰 성과는 루크 하워드의 논문 「구름의 변형에 관하여」였다. 이 논문에서 하워드는 구름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형태에 적합한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기상학의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
플라우 코트 강연에서 구름에게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그는 새로운 종류의 자연사를 규정짓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기상학은 막연한 상상력의 장으로 자연 과학적 측면에서는 발전이 더디었지만, 새로운 발돋움 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하워드의 통찰력은 구름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구름의 실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시적인 징후들을 통해 대기의 비가시적인 운동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루크 하워드 이전의 기상학

구름은 언제나 진실한 이야기를 하지만, 읽어 내기 어려운 존재이다.(영국의 기상학자인 랠프 애버크롬비.(본문 중에서))

기상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기원전 6∼7세기 고대 그리스에 이르게 된다. 기상학은 천문학과 점성술 그리고 예언을 포함해 자연 연구사상 가장 오래된 다양한 연구 주제 중 하나였다. 서구 구름의 최초 연구는 밀레투스 학파의 탈레스에서 시작된다. 그는 만물은 물의 변형이라 주장하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진리를 역설하였다. 대지를 둘러싼 가스층 연구를 발상으로 기상학적 상상력을 형성한 실질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아낙시만드로스가 기상 현상에 대한 개념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원자론에 입각한 우주의 형상과 연관짓는 구름의 형성 방식을 설명한 데모크리토스가 폭풍 구조의 움직임을 풀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기상학과 관련한 모든 사상들을 종합하여 「기상학」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상학적 개념은 세네카, 플리니우스, 루크레티우스가 그 뒤를 이어 향후 2000년 동안 서구 기상학의 사고방식을 지배하였으나 17세기 중반 과학 혁명이 도래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관은 위협받기에 이르렀고, 기상학에 관한 주장 역시 데카르트의 통찰력에 의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구름은 불가사의한 것들의 극단의 예를 대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신이나 선입견에 기대지 않고 구름을 이성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다른 자연물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데카르트는 구름의 움직임을 대신해 그림을 그렸다. 다시 말해 구름은 철학의 보조 도구였던 것이다. 그는 구름의 물질적인 속성에 대해 계속해서 깊이 고민하였으며, 구름과 비에 관한 이론을 독창적이면서 탁월하게 표현했다.
그렇지만 1782∼1783년 전 세계적으로 화산 폭발(일본의 이와키 화산에서부터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네스빅코르 근해 화산까지 10여 개의 화산이 그해에 집중적으로 폭발했다.)이 일어나면서 화산 분출물이 대기를 메우기 시작했고 유럽은 거대한 기상 이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게 된다. 뿌연 공기, 흐리멍텅한 태양, 때 아니게 이른 가을, 새로운 호흡계 질병 등은 수많은 사람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갔다.
하지만 당시의 기상학은 이러한 급작스러운 변화에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못했고, 이 기상 변동은 “기상학의 빈곤을 일순간에 드러내 버렸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태 변화 앞에서 진보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고, 루크 하워드를 비롯한 측정가들과 편집자들이 기상 현상을 다시 한번 살피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상학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루크 하워드의 구름 변형 이론

1802년 12월 런던의 어느 저녁. 플라우 코트에 있는 낡은 건물의 지하에서 무명의 젊은 아마추어 기상학자가 필사한 원고 뭉치를 풀더니, 자기 의자 옆에 놓인 수채화들과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추며 어떤 주제에 관해 말할 준비를 했다.
그는 그 시간 이후 자신이 유명해질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곧 발표할 「구름의 분류에 관하여」라는 강연이 기상학 전체는 물론이고 자신의 삶조차 바꿔놓을 것이라는 것도.(본문 중에서)

현대 기상학은 구름이라는 영역에 관한 일상의 대화와 함께 출발하였다. 그것은 새로운 세기와 새로운 과학을 위한 대담한 시작이었던 것이다.
루크 하워드의 연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구름의 비밀을 벗겨 냈다. 그는 구름은 수증기가 상승하면서 응결되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으며, 더 나아가 몇 가지 기본 형태로 구름들을 모두 명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루크 하워드의 이론은 데카르트의 뒤를 이어 구름은 물방울과 빙정으로 형성되며, 급냉각된 낮은 대기를 거쳐 상승하면서 기온 하강을 겪어 응결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가 데카르트보다 더 나아간 것은 구름의 기본 형태가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워드의 주장은 구름에는 세 가지 기본 과가 있으며, 그 세 가지 과를 통해 모호한 구름들을 명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름은 그 유형 중에 하나를 따르기 때문에 대략 파악이 된다면 구름의 기본 형태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가 지은 구름 명칭은 구름 형태의 외적 특징들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각 나라의 학자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라틴 어에서 단어를 추출했다. 권운(Cirrus-라틴어의 섬유 또는 머리카락이라는 뜻에서 나옴), 적운(Cumulus-라틴 어의 더미 또는 퇴적이라는 뜻에서 나옴), 층운(Stratus-라틴 어의 층 또는 판이라는 뜻에서 나옴)이 그것이었다. 따라서 구름은 덩굴손(tendrils), 더미(heaps), 층(layers)으로 나뉘었고 이 세 가지 형태는 구름 모양의 중심을 이루게 된다.
하워드는 구름에 이름을 붙여 줌으로써 구름의 형태를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지금까지 이름 붙여지지 않고 불명확했던 무엇인가에 언어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계와 세계를 둘러싼 하늘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의 통찰력은 구름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었고, 이로 인해 우리는 구름의 실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루크 하워드가 이 위대한 발견을 통해 얻어낸 것은 플라우 코트 아카데미의 회원 자격뿐이었다. 그러나 구름의 종류에 관한 그의 초기 논문은 괴테나 셸리 같은 동시대인들의 존경을 이끌어 냈을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기반으로 했던 당대 기상학의 국면도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막연한 관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상 예측의 시대에 한발 다가서게 된 것이다.

 

현대 기상학의 탄생

그의 논문 「구름의 변형에 관하여」는 빠른 소문을 거쳐 1803년 가을 무렵에는 이미 대중의 인지도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는 유명 인사가 되었으며, 새로운 과학 잡지의 기상 통신원이 되었고 여러 식자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의 연구 결과를 칭찬한 것은 아니었다. 존 보스톡은 하워드가 논문을 게재한 알렉산더 틸로치의 《필로소피컬 매거진》의 경쟁지인 《니컬슨즈》를 통해 하워드의 용어들이 제한되어 있어 사용하기가 어려우며, 그의 가설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하워드의 용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루크 하워드의 조수였던 토머스 포스터의 개입 역시 그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하워드의 용어들이 라틴 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에 수많은 반박자들의 논점이 있었다. 그러나 세기를 거치는 안목으로 보았을 때 그의 용어가 라틴 어로 되어있다는 것은 세계 기상학의 공통 언어를 정립하는 데에 큰 기틀을 마련하였다.
하워드의 분류법은 구름 분류에 기계적이거나 생명을 부정하는 부분이 없었다. 그는 자연을 이론에 담아내기보다는 자연을 찬미하려고 노력하였고, 구름을 설명함과 동시에 구름을 감상하는데서 비롯된 감흥을 사람들도 함께 즐기기를 바랐다.
루크 하워드는 1864년 사망할 때까지 끊임없는 찬사를 받았으나 언제나 이를 곤혹스러워 했고, 자신보다는 구름 그 자체가 주목받기를 원했다. 그가 항상 원했던 것은 명예나 찬사가 아니라 온전히 구름을 관측하는 관찰자의 모습이었다. 현재 그의 이론은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국제구름도감』의 모습으로 현대 기상학의 보편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기후 변동의 시대, 기상학의 역사를 읽는다!

유난히도 뜨거운 여름, 초대형 태풍의 이상할 정도로 빈번한 발생, 봄과 가을의 위축, 변덕스러운 강수량과 가뭄, 남북극 빙산의 축소. 이 모든 것들은 거대한 기후 변동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21세기 현대인들이 맞닥뜨리게 될 기후 변동과 그에 따른 재앙은 1783년 유럽 인들이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스케치북과 연필만으로 구름을 분류하고 연구했던 루크 하워드와 달리 현대 기상학자들은 슈퍼컴퓨터와 복잡계 이론의 힘을 빌려 기후 현상을 연구한다. 하지만 현대 기상학은 거대한 기후 변동 앞에서 18세기 기상학에 비해 얼마나 빈곤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일 날씨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일기 예보 앞에서 우리는 현대 기상학의 한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루크 하워드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의 구름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현대 기상학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구름 명명법과 분류법을 고안해 낸 아마추어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의 삶과 업적을 중심으로 현대 기상학의 성립 과정과 구름학이라는 낯선 학문을 훑어볼 수 있게 해 주는 『구름을 사랑한 과학자(The Invention of Clouds)』는 기후 변동의 시대에 기상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그림자 쫓기

1장 과학 극장

2장 구름의 짧은 역사

3장 구름 메신저

4장 어린 시절의 풍경

5장 아스케시안 소사이어티

6장 다른 분류들

7장 출판

8장 커지는 영향력

9장 명성

10장 보퍼트의 풍력 계급

11장 괴테와 컨스터블

12장 세계 구름의 해

에필로그 죽음 이후

부록 구름의 종과 변종

주(註)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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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리처드 험블린

1965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에섹스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조연숙 옮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총회신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현재 번역작가로 활동하며 부천에 있는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성전에서의 외침>,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을>, <아미쉬>, <두려움 너머로> 등이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