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에서 멜트다운까지 후쿠시마의 충격!
원자력 르네상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원자력의 기원에서 사용 후 핵연료 관리까지 원전 산업의 모든 것을 파헤친 문제작
5월 20일, 일본 도쿄전력의 사장 시미즈 마사타카가 사퇴했다.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 내려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멜트다운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책임을 진 것이다. 동시에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원자로 7호기와 8호기를 증설하려던 계획도 백지화했고, 피해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6000억 엔대의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등 강력한 구조 조정 정책을 펴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로 14기를 건설해 전력 생산의 50퍼센트를 원자력에서 얻겠다는 에너지 기본 계획 역시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원자력 산업계에게 있어서는 21세기 초반, 간신히 부흥기를 맞이한 원자력 산업이 다시 암흑기로 되돌아 갈 것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특히, UAE 원전 건설을 수주하는 등, 본격적인 원자력 수출국으로서 발돋움한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계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인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원자력이 공급하는 값싼 전력에 기댄 채 풍요를 구가해 온 현대 문명에 대한 준엄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21세기 들어 온실 가스 감축 압력과 중국을 비롯한 제3세계의 산업화와 지구 규모의 정보화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대의 틈바구니에서 목소리가 약해진 반원자력 논의와 운동을 심화시킬 새로운 기회일지도 모른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과 관련된 수많은 담론들이 생산되고 있다. 우선 정부 당국과 원전 운영사, 그리고 원자력 관계자들이 만들어 내는 옹호론이 그것이다. 원전은 안전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원전은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방사능 피해가 없다, 원자력이 없으면 문명은 퇴보한다 등등 원자력으로 먹고사는 소위 ‘원자력 패밀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불똥이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에 튀는 것을 막기 바쁘다. 동시에 환경 운동가와 원자력에 반대해 온 시민 운동가들은 원자력이 만드는 전기 에너지를 무심하게 써 온 자신을 반성하며, 당장이라도 원전을 멈춰야 한다고, 원자력 정책의 근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면 국민은, 시민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헌정사상 최장수 여성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쓴 책으로, 원자력 산업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입체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연합뉴스》
원자력은 현재와 미래를 이을 징검다리 에너지인가
아니면, 폐기해야 할 미완(未完)의 기술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정책 당국자와 전문가뿐 아니라 원자력에 비판적인 시민 단체까지, 모든 관련 주체에게 기본 자세와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 정책에서는 신뢰가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후쿠시마 이후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본문에서
원자력에 대한 찬반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이것은 원자 폭탄 이후 60여 년의 원자력사가 보여 주는 바다. 그러나 김명자 이사장은 이 책을 통해 원자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새로운 지평으로 옮길 것을 제안한다.
원자력은 분명 원자력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한 기술도, 완성된 기술도 아닌, 미완(未完)의 기술이다.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건 경과와 원자력 산업의 성립사, 그리고 미국 스리마일 섬과 (구)소련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치명적인 원전 사고들을 이야기하면서 원자력이 미완의 기술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장 폐기해야 할 것도 아니며, 폐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신흥국과 개도국의 산업화와 정보화에 따른 에너지 수요 폭증과 온실 가스 배출 감축 압력 등의 생생한 자료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우리는 어느새 원자력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원자력을 폐기하려고 해도, 원자력을 폐기할 기술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원자력 딜레마’다. 이 딜레마를 푸는 길은 무엇일까?
이 책은 원자력을 궁극적인 미래의 에너지도, 당장 폐기해야 할 악마의 에너지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원자력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나 비판 없는 찬양 모두 원자력에 대한 물신화라는 것이다. 김명자 이사장은 원자력의 현실적 한계와 필요성 모두를 껴안을 것을 제안한다. 즉 원자력을 현재와 미래, 즉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가진 현재와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 기술에 기반을 둔 미래를 잇는 징검다리 에너지(bridge energy)로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원자력의 한계와 필요성을 아우르면 원자력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길이 보이게 된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원자력 정책의 추진 방식이었던 결정-발표-옹호(Decide-Announce-Defend, DAD) 방식을 당장 버리고, 시민 사회와 정부, 그리고 원자력 사업자가 함께 결정하고 추진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協治) 개념을 원자력 정책과 산업에 시급히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신뢰받을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안해서, 진솔한 자세로 과거의 원자력 정책을 돌아보고, 해외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 새로운 길에 대해 끝장 토론을 하고. 그러노라면 모범 답안을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 거버넌스, 신뢰를 바탕에 둔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바로 ‘에너지 리더십’이라고 역설한다. “안전과 신뢰가 원자력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과학 기술과 인문 사회학을 융합한 학제적 접근”을 통해 원자력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북핵의 부담을 지고 있는 분단 국가이며 에너지를 대량 소비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 사회의 “정책 결정의 한계 조건”을 고려하며, “전담 기구 설치”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에너지 리더십의 핵심이다. 징검다리 에너지로서의 원자력의 미래는 이 에너지 리더십에 달려 있다.
원자력 딜레마를 넘어설 우리의 선택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에서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일본 국민과 세계를 실망시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당장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짓는 데에도 20년 가까이 우왕좌왕했다. 심지어 설계 수명에 이른 원자로의 수명 연장 문제는 물론이고, 2016년이면 포화되고 마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국민적 공론화는커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을 현재와 미래를 이어 줄 징검다리 에너지로 끌고갈 에너지 리더십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원자력 강국들의 정책 사례들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정책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 처리와 노후 원자로의 수명 연장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힌트를 제공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결정-발표-옹호(DAD), 그리고 그것에 이어지는 반대로만 점철되어 있는 우리나라 원자력 공론화에도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환경부 장관으로 환경 정책과 원자력 정책에 고심해 온 저자의 오랜 학구적 깊이와 정책적 경륜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원자력 이슈를 풀어가는 데 진정한 소통과 혜안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을 시작하며
1장 후쿠시마의 충격
2장 원자력 공포의 기원
3장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4장 원자력 르네상스의 허실
5장 후쿠시마라는 갈림길
6장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과제
7장 사용 후 핵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마치며
감사의 말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