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경제

복잡계 과학이 다시 만드는 경제학의 미래

원제 Forecast (What Physics Meteorology and the Natural Science Can Teach Us About Economics)

마크 뷰캐넌 | 옮김 이효석, 정형채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14년 10월 6일 | ISBN 978-89-8371-698-9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48x220 · 432쪽 | 가격 18,000원

분야 물리학

책소개

복잡계 과학의 전도사 마크 뷰캐넌이 예측하는 내일의 경제 날씨
경제학이여, 평형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출근 준비를 하며 아침 뉴스의 기상 코너에서 날씨를 확인하는 것은 현대인의 일상이다. ‘주말 뉴스에서는 오늘쯤 비가 올 거라고 했는데 정말 비가 오려나?’ ‘지긋지긋한 장마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끝나는 거지?’ ‘태풍이 다음 주에 온다고? 그럼 휴가를 미뤄야겠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뉴스를 볼 시간이 없었다면 출근길에 날씨를 알려 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본다. 물론 강수 확률 60퍼센트의 예보를 보고 우산을 가지고 나왔음에도 끝내 펼쳐 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때도 있지만 턱 없이 빗나가는 일기 예보로 낭패를 보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현대 기상학은 계절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내일의 기상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지역 단위별 시간대별 세분화된 날씨를 예보해 줄 만큼 높은 예측력을 자랑하고 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양치기 소년 같았던 일기 예보가 오늘날과 같은 정확한 예측력을 갖게 된 데에는 기상학의 근본을 흔드는 엄청난 격변, 바로 복잡계 과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수용이 있었다. 과거 기상학은 날씨를 일정한 상태들이 순환, 지속되는 평형 상태라고 보았기 때문에 수시로 변하는 날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반면, 일조량, 강우량, 풍향, 습도 등 다양한 기후 요소들의 작은 변화가 거대한 폭풍우 혹은 장기간의 맑은 날씨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상의 동역학이 기상학 내부로 수용되면서 예측의 정확성이 상승하게 되었다. ‘평형 상태’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복잡계의 관점에서 기상 현상을 바라본 순간, 예측력과 신뢰성이 놀라운 수준으로 증가한 새로운 기상학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과학적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과학 저술가이자 복잡계 과학자이기도 한 마크 뷰캐넌(Mark Buchanan)은 신작 『내일의 경제(Forecast)』에서 기상학의 사례를 통해 현대 경제학이 놓인 한계와 위기를 과감히 파헤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2007년 세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경제 상황과 금융 시장의 변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 현대 경제학이 100년 전의 기상학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며, 기후 요소들의 동역학을 받아들임으로써 날씨 예측의 정확성을 비약적으로 높인 기상학처럼 경제학 또한 시장의 ‘평형’과 ‘안정’이라는 환상에서 과감히 벗어나 복잡계 과학을 도입할 때만이 예측력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작인 『사회적 원자』에서 복잡계 과학의 눈으로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파헤쳤던 마크 뷰캐넌은 이번 신작 『내일의 경제』에서 그 시야를 경제 현상으로 좁혀 시장과 다양한 인간의 경제 행위들을 조망한다. 사회 현상을 단순화시키고, 통계로 변환하여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통찰을 제시한 『사회적 원자』은 삼성 경제 연구소(SERI)의 CEO 추천 도서로 선정되며 복잡계 과학 입문서로서 국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현대 경제학의 한계와 해법을 분석하는 글들을 《뉴욕 타임스》, 《블룸버그 뉴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와이어드》와 같은 여러 매체에 꾸준히 기고하면서, 경제학과 금융학의 다양한 문제들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복잡계 과학의 연구 성과를 널리 알렸다. 또한 그가 운영 중인 <금융 물리학(http://physicsoffinance.blogspot.kr)> 블로그와 개인 블로그에서도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복잡계 경제학의 구루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마크 뷰캐넌의 최신 성과들이 바로 이 책 『내일의 경제』에 집약되어 있다.
고전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안정되어 있으며 일시적인 혼란이 있더라도 스스로 수습한다고 보는 주류 경제학을 넘어서서, 다양한 첨단 과학 성과들이 모인 복잡계 과학을 통해 경제학의 새로운 전환기를 모색하는 신작 『내일의 경제』에서 복잡계 과학의 전도사 마크 뷰캐넌이 예측하는 내일의 경제 날씨와 최근 경제계와 금융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학문인 경제 물리학/금융 물리학을 확인해 보자.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다른 복잡계와 달리 경제와 시장이 홀로 본질적으로 안정되고 어떤 내부적인 변화무쌍함도 없다는 얼빠진 발상을 극복하기 전에는 결코 경제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사회 경제적인 기상에 대해 배우고, 그 폭풍을 분류하며, 폭풍을 예방하는 방법 또는 폭풍이 오는 것에 맞서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할 때다. 앞으로 탐구해 나가겠지만, 이것을 하는 데 또는 적어도 괜찮게 착수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과 발상은 이미 다른 과학 분야에, 특히 물리학에 존재한다. “금융 물리학”에 대한 발상은 전혀 낯설지 않고 완벽하게 자연스러우며, 아마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본문에서

편집자 리뷰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최첨단의 과학 성과로 재구성한 탈평형 경제학!

제1차 세계 대전 이전, 동역학, 물리학의 원리를 도입하지 않은 기상학은 기압, 풍속, 습도와 같은 변수들을 무작정 쌓아서 통계적인 패턴을 찾았지만 번번이 예측에 실패했다. 과거의 일기 자료를 무작정 뒤져서 오늘과 모든 변수가 유사한 날을 찾아, 내일의 날씨는 그 유사한 날의 다음 날과 같다고 주장하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관점 속의 날씨는 항상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안정한 세계였다.
오늘날처럼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 예보는, 기후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의 변화가 다른 요소들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서서히 증폭되어 큰 변화를 초래한다는 동역학적 관점을 기상학이 수용하면서 가능해졌다. 거대한 폭풍우가 어느날 갑자기 닥친 돌발 현상이 아니라, 풍향, 습도, 풍속의 미세한 변화가 누적되어 일어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대상이라는 인식 변화는 현대의 일기 예보가 비약적으로 정확성을 높이게 된 발판이었다.
이 책은 현대 경제학이 주장하는 평형 시장은 이러한 과거 기상학의 오해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신 과학의 다양한 연구 성과와 함께 밝혔다. 따라서 오늘날의 경제학 역시 시장을 구성하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그것이 가져 오는 크고 작은 변화, 즉 시장의 비평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시장과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의 예측력을 높이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내일의 경제』의 원제를 ‘예측(Forecast)’이라고 정한 이유도 시스템의 비평형성을 인정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기상학의 사례를 상기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경제 활동을 하는 시장이 다른 자연계의 시스템과 달리, 홀로 안정 상태를 지속하는 평형성을 가졌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리학, 화학을 비롯한 자연 과학은 현대에 이르러 비평형성과 불안정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냈다. 100년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기상 예보의 정확성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탈평형 경제학의 시작은 수많은 거래 주체들이 모여든 시장의 복잡성과 그 속의 작은 변화들이 수시로 급변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현명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탈평형적 사고가 필요하다. 탈평형 사고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태학, 대기 과학, 지질학에서 나왔다. 지난 50년간 과학적 사고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평형을 벗어난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다. 이것은 풍부한 동역학을 보여 주면서 어떠한 지속되는 균형 상태에도 안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놀랍고 참신한 것을 불러일으킨다. ― 본문에서

기상학이 예견한 요동치는 시장의 미래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복잡계 경제학

이 책에서 마크 뷰캐넌은 시장의 ‘평형성’에 대한 집착을 현대 경제학이 세계 경제 위기를 비롯해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이유로 지적한다.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우리가 목격한 금융 기관의 연쇄 부도, 예금자들의 대량 인출 사태(뱅크 런), 단기간에 일어나는 증시 폭락(플래쉬 크래쉬)와 같은 사태들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것이 일시적이고 희귀한 사례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에게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의 비합리성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 소비자들이 모여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거래될 뿐이다. 따라서 가격의 폭등이나 폭락과 같은 혼란은 일시적이며, 결국은 안정적인 평형 상태가 지속된다고 본다. 이런 경제학자에게 은행과 보험 회사, 헤지펀드 등이 자신이 가진 위험 자산을 서로에게 판매하는 파생 금융 상품은 위험을 분산, 공유하며, 시장의 평형성을 강화하는 합리적인 거래 수단으로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현대 경제학이 가장 배척한 자연 과학의 개념이 바로 ‘양의 되먹임’이다. 마크 뷰캐넌은 오늘날 시장의 충격이 급격하게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는 현상을 바로 이 양의 되먹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스템에 주어진 작은 변동이 점점 더 커지는 과정을 말하는 이 용어는 과학 그중에서도 기상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이용되었다. 이 책은 ‘양의 되먹임’ 현상과 만난 파생 금융 상품이 얼마나 파괴적인 흉기가 되었는지 보여 준다. 이것은 현대 글로벌 시장의 복잡성과 이것을 평형 상태로만 해석하려는 현대 경제학의 교조적이고 피상적인 접근이 가진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사례로써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세계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된 저신용 계층의 주택 담보 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대출들을 모아 파생 금융 상품으로 변환시켜 판매한 목적은 위험 분산이었다. 그렇게 흩어진 대출 상품들이 하나둘씩 부실화되면서, 오히려 신용 위기가 다수의 금융 기관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통로가 되고 말았다. 분할된 위험은 축소되는 대신,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위기가 증폭되는 촉매 역할을 했다.
지금 우리의 경제와 재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거래들이 우리의 판단 너머에서 너무도 급하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애덤 스미스가 저술한 『국부론』 이래로 내려온 시장 평형의 신화를 비판 없이 맹신한 결과, 복잡계 시장의 불안정성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합리적 거래로 구성된 시장의 자기 규제와 평형성이라는 환상에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정보 통신 기술이 만난 결과가 오늘날 인간의 인지 능력과 괴리된 채 양의 되먹임으로 폭주하는 초단타 매매와 플래쉬 크래쉬이다. 이러한 탈평형 경제학으로의 인식 전환은 이 시장이 서로 다른 다양한 주체들의 집합이라는 복잡계로서의 시장을 수용해야만 가능하다. 우리는 합리적 소비자와 평형적 시장이라는 기존 시각에 바탕을 둔 파생 상품 시장의 부분적 규제와 같은 미봉책으로는 현대 금융 시장의 지속적 불안정성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의 한계를 망각한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를 더 이상 최선의 상태로 인도할 수 없다는 이 책의 문제 인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를 완벽하게 아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미래를 부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견과 예측은 배의 건조에, 인공위성의 발사에, 그리고 기후 과학에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이 세계들에서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본문에서

시장도 자연과 인간의 일부다!
현대 시장의 변화를 명쾌히 설명하는 첨단 과학의 신세계

자연계와 분리된 시장을 고수했던 주류 경제학에서 벗어난 이 책 속의 복잡계 경제학은 물리학, 생물학, 화학을 비롯한 자연 과학의 첨단 연구 성과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그리고 합리적인 소비자와 안정적인 시장만을 강조했던 그동안의 주류 경제학이 놓치고 있었던, 다양한 경제 주체들의 특성들과 그것의 상호 작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돌발 변수로 치부되었던 것들을 시장의 중심에 놓는 금융 과학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단타 매매와 우리 인간의 인지, 판단 속도의 관계는 이 책이 제시하는 복잡계 경제학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2010년 5월 6일에 미국 텍사스의 투자 회사인 워댈 & 리드에서 시작된 플래쉬 크래쉬를 한번 살펴보자. 이 회사는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 위기 탓에 선물 시장에서 40억 달러의 매물을 신중히 분할하여 매각했지만, 다수의 자동 거래 프로그램은 이 매도를 과잉 매입했다. 그리고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프로그램들이 선물들을 다시 급하게 재매각하면서 선물과 주가 지수가 함께 폭락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이날 다우존스 평균 지수는 단 몇 분 만에 시가 총액의 9.2퍼센트가 증발해 버렸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인지 속도를 무시하는 초단타 매매의 속도가 양의 되먹임과 결합하면서 이러한 시장 충격이 빈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워델 앤 리드에서 시작한 플래쉬 크래쉬의 경우 초단타 매매자들은 단 14초 동안 2만 7000건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 붕괴를 가속화시켰다. 이렇듯 1초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이뤄지는 초단타 매매는, 사실상 인간의 인지 반응을 무시하고 있다는 데서 큰 문제점이 있다.
현대 생물학의 연구를 수용한 복잡계 경제학은 ‘1초’라는 시간이 인간의 순간적 판단력이 작동하는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체스 게임의 그랜드 마스터들이 수를 읽는 속도, 자동차 운전자들이 도로 변화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속도 기준은 모두 1초였다. 오늘날 최고 100만 분의 1초에 이루어지는 초단타 매매는 사실상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작은 변화가 누적되어 스스로 증폭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은 이러한 초단타 매매의 오류가 급속도로 시장을 붕괴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단 시간의 시장 변동은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이 아닌, 우리가 예측해고 제어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속성이라는 것이 이 책의 문제 제기이다.
초단타 매매와 같은 구조적인 특성 외에, 인간의 거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인 요소들도 오늘날의 시장을 복잡계로 인식해야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책에서는 집요한 탐색, 대담성, 위험에 대한 선호를 촉진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투자 은행 직원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신경 과학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이 투자 중개인들은 오전에 높은 테스토스테론을 기록한 날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개인의 합리적 판단과 기민함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대사 반응에서 발생한 공격성이 시장에 미치는 이러한 영향은 종전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다룰 수 없었던 요소이다. 저자는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리적 정보를 전송하는 패치를 붙이고, 이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으로 전송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금융 집단을 좌우하는 호르몬의 변화에 대한 보다 분명한 이해를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발상은 분명 도발적이지만, 실제 시장을 설명하지 못하는 평형 상태의 당위성만 논하는 현대 경제학을 향한 복잡계 과학의 신선한 제안이다.

과거의 시장이 이미 양의 되먹임으로 가득했다면 초단타 매매는 이것을 더욱 폭발적으로 만들었다. 하루에 주가가 최고 3~4퍼센트가 바뀌는 일은 주식 시장의 역사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빈번하게 일어난다. 2000년 이후 하루에 주가가 4퍼센트 이상 바뀐 일은 40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흔한 일이 되었다. ―본문에서

시장도 날씨처럼 예보할 수 있다
평형의 신화에서 벗어난 통계와 예측의 경제학

그렇다면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충격의 확대, 그리고 이것을 예측하지 못하는 현대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금융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이 그 시작이라고 밝힌다. 먼저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양의 되먹임’의 추세와 이것이 일으키는 변동성을 통계적으로 예측하려면, 우선 각 국가와 여러 금융 기관에 분할된 금융 시장의 과거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 이것이 금융 주체들 사이의 상호 연결망과 이들이 만드는 양의 되먹임, 그리고 이 현상이 일어나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연구하는 기반이다. 이제 경제학자들은 금융 시스템 모델들을 분석해서 전력망과 같은 복잡한 기술적 시스템처럼, 그 약점을 찾고 회복력을 조사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의 시장도 자연 과학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평형과 지속적인 비평형이 공존하는 세계로서, 완벽한 법칙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통계적인 예측을 추구해야만 한다.
다양한 금융 정보의 축적은 시장 예측의 질적 수준뿐 아니라, 이것을 바탕으로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양적으로도 풍부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복잡계인 시장을 예측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을, 다량의 정보를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시나리오를 구성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대기 과학자들이 여러 기후 자료를 바탕으로 만드는 이러한 수많은 기상 예측의 집합을 ‘앙상블’이라고 부른다. 다채로운 악기들이 모여 조화로운 소리를 이루는 음악의 앙상블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과 경제학에서도 이런 방식을 차용해 최대한 금융, 거래 자료를 집결시켜 시장 모델을 구성해, 이 모델 속의 경제 주체들이 실제 사람이나 금융 기관들처럼 독자적인 전략을 쓰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장의 복잡성을 놓치는 단일한 예측이 아니라, 다수의 가능성이 모여 시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앙상블을 이룰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날씨는 원래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날씨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것과는 달리 현대의 금융 제도는 “우리가 스스로 만든 악마”이며 우리는 금융 제도를 본질적으로 연약하게 만든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본문에서

변하는 시장이 새로운 이론을 만든다
비평형 시장을 이해하고 탈평형 경제학을 받아들여라

다른 학문들처럼 경제학 역시 언제나 역사의 산물이었다. 시장이 냉정하고 합리적이라고 가정한 현대 경제학과 금융학은 세계 대공황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직 많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때문에 시장이 오랫동안 안정된 시기에 나왔다. 오늘날의 주류 경제 이론들은 금융 시장이 규제를 많이 받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던 시대의 산물인데, 그들은 합리적 소비자, 안정된 평형 상태의 시장을 주장했고, 이런 요소에 기반을 둔 수많은 파생 금융 상품들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가장 안정된 시장 속에서 탄생한 경제학이 아이러니하게도 규제 철폐와 비이성적 과열로 가는 길을 열어준 셈이 되었다.
현대의 주류 경제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달하는 정보 통신 기술과 결합하면서, 우리가 인지하지도 제어하지도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장을 탄생시켰다. 따라서 이제 이러한 시장의 유동성과 비평형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과학 기술이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경제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다양한 최신 과학의 연구 성과를 결합한 복잡계 경제학은 이러한 미래 시장을 예측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가장 피해야 할 생각은 평형이라는 과거의 환상을 새로운 환상으로, 곧 양의 되먹임을 이해함으로써 완벽한 시장 이론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우리 자신을 속이는 환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측의 한계를 없앨 수 없으며, 무엇이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날 수 없는지에 대한 우리의 무지, 편향, 편견을 꾸준히 강조함으로써 이것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 본문에서

목차

서문
1장 평형이라는 환상
2장 신기한 기계
3장 주목할 만한 예외
4장 자연스러운 리듬
5장 인간 행동의 모형
6장 신뢰의 생태학
7장 효율성의 위험
8장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트레이딩
9장 우상의 쇠퇴
10장 예측
감사의 글 / 주(註) / 찾아보기

작가 소개

이효석 옮김

한국 과학 기술원(KA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양자 광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자 통신 연구소(ETRI)에서 연구원으로 LTE 표준화에 참여했고, 2008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전자과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무선 통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12년 외신 번역 큐레이션 사이트인 뉴스페퍼민트를 만들었으며 현재 대표로 있다.

정형채 옮김

서울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프린스턴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방문 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세종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타일링 및 기하학, 준결정 및 광결정, 비평형 통계 물리, 사회 물리, 진화 동역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