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의 멸종 쓰나미에 맞선
400여 멸종 위기종의 존엄과 희망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 속 동물들과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 ―해리슨 포드
조엘 사토리의 『포토 아크』에는 머지않아 우리 곁을 떠날 차비를 하는 동물들의 영정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다. 노아의 방주에는 그나마 살아 움직이는 동물들이 한 쌍씩 올라탔건만 사토리의 방주에는 사진들만 덩그러니 매달렸다. 영정 사진은 눈이 중심이다. 사토리의 동물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그 별처럼 영롱한 눈동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 보시라. 차마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 ―최재천(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석좌 교수, 전 국립 생태원 원장)
“절망 상황에 부닥친 멸종 위기 동물들의 존엄과 우아함을 보여주는 초상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생생하게 실려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 1일부터 서울 경향 아트힐에서 열린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특별전 ‘포토 아크: 동물들을 위한 방주’ 전시가 지난 2019년 8월 31일 종료되었다. 총 120만 명이 찾으면서 국내 사진전 사상 최다 관람객 방문 기록을 세운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의 명성을 잇는 이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멸종 위기종 수백 종의 사진을 마주하며 ‘포토 아크 프로젝트’의 핵심 목적, “더 늦기 전에 지구의 위기를 마주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포토 아크 전시회는 180년 역사를 가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의 최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전속 사진가 중 한 사람인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2006년 이후 15년 가까이 수행해 온 사진 촬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국어로는 ‘사진 방주’를 뜻하는 ‘포토 아크’는 「창세기」에 실린 ‘노아의 방주’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노아가 동물 한 쌍씩을 태워 홍수를 면했듯, 이 프로젝트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에 맞서 살아 숨 쉬고 있는 1만 2000여 멸종 위기종 모두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2006년 여름 미국 네브래스카 주의 링컨 어린이 동물원에서 ‘포토 아크’에 승선한 첫 번째 동물인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시작으로 조엘 사토리는 2019년 9월 현재까지 9,500여 종을 촬영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는 조엘 사토리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책, 전시회, 다큐멘터리,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 바르샤바, 스페인, 멕시코 등 전 세계 14개 곳에서 전시 중 하나였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포토 아크: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The Photo Ark: One Man’s Quest to Document the World’s Animals)』는 이 전 세계적 프로젝트의 정수(精髓)라 할 사진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멸종 위기 동물들의 존엄과 우아함을 보여 주는 최고의 초상 사진들을 모아 놓은 아카이브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보전 운동의 영웅들의 육성을 담았다. ‘포토 아크’ 전시회를 본 독자들에게는 전시회에서 보지 못했던 비장의 사진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전시가 종료되어 아쉬움을 느꼈을 독자들에게는 전시회를 자신의 방안으로 옮겨 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조엘 사토리는 1992년부터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침묵의 강」, 「사라지는 양서류」 등 40편의 기사를 정기적으로 기고한 열정적인 사진가이다. 아마존의 열대 우림 등 지구 각지에서 그가 촬영한 사진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뿐만 아니라 《오듀본(Audubon)》,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등에서 소개되고 있으며, 그가 이끄는 ‘포토 아크’ 프로젝트를 책으로 엮은 『포토 아크』를 비롯해 『희귀 종(Rare)』, 『가족 사진 찍기(Photographing Your Family)』, 『포토 아크: 새(Birds of the Photo Ark)』, 『우리가 지키는 아메리카의 멸종 위기 종(The Company We Keep)』(더글러스 채드윅 공저) 등을 펴내며 사진을 매개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그는 201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올해의 탐험가로 선정되었으며 그 밖에도 미국 사진 기자 협회(NPPA)의 ‘올해의 사진 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 사진전 사상 최대 관람 인원 기록을 세운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의 정수를 모은 단 하나의 사진집
이 책은 점차 사라져 가는 생명체 하나하나를 우리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하는 한편,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들과 공존할 수 있을지를 자문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인류세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현재의 지질 시대가 이전의 지질 시대와는 구분될 필요가 생길 정도로 변화했기 때문에 창안된 지질학적 개념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수생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가 창안했으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어 이를 주제로 하는 도서나 다큐멘터리, 전시, 강연 등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류세 담론의 전제는 생물 다양성 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 의식을 우리에게 요청한다. 『포토 아크』는 이러한 인류세 담론의 메시지를 사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느끼게 한다.
내 삶이 다하는 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 것에 흡족해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죽고 나서 먼 훗날에도 이 사진들은 생물 종을 구하는 역할을 매일매일 지속해 나갈 것이다. 나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사명은 없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떠한가?―본문에서
이 책은 다섯 장으로 되어 있다. 다섯 장의 제목인 ‘닮은꼴’과 ‘짝’, ‘적’, ‘호기심’, ‘희망’은 이 책을 펼칠 때 왼편과 오른편에 나타나는 두 사진을 잇는 주제이다. 펼침면마다 사토리가 담은 이 이야기들은 이 책, 나아가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만끽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먼저 1장 「닮은꼴」에서는 형태나 자세 등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두 이미지를 나란히 배치한다. 이러한 거울상은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때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끼게도 한다. 2장 「짝」은 짝을 이루는 개체들의 사진을 주로 담았다. 형제 자매, 암컷과 수컷, 부모 자식, 단짝 친구 등 자연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의 동반자 관계를 선사한다.
쌍쌍이, 나란히 나란히, 손에 손잡고, 함께 우리는 방주를 만들며 온 세상을 휘돌아다니고 있다.―본문에서
3장 「적」은 달팽이와 치타, 암수가 다른 형태를 지니는 앵무처럼, 차이를 보이는 동물들을 나란히 배치한다. 차이는 우리를 매혹하는 주제이다. 차이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생물 세계의 다양성을 인식한다. 4장 「호기심」은 우리의 분류학적 경계를, 혹은 우리의 주제들을 훌쩍 뛰어넘으며 이 책에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매력을 지닌 동물들이 등장한다. 5장 「희망」에서는 인간이 보전 활동을 펼침으로써 멸종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선 종들을 만날 수 있다. ‘포토 아크’ 프로젝트, 그리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보전 활동을 통해 우리가 지킨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지킬 것은 무엇일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포토 아크’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이 멈춰서 내다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걱정과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것. 방주는 함께 만드는 것이다. ―본문에서
‘포토 아크’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이 멈춰서 내다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포토 아크』는 동물 사진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동물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독자들에게 함께 들려준다. 책 중간 중간에 실려 있는 “‘포토 아크’의 영웅”과 “촬영 뒷이야기” 중, “‘포토 아크’의 영웅”에서는 멸종 위기종들의 보전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여러 개인들을 소개한다. “촬영 뒷이야기”에서는 ‘포토 아크’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어떠한 방식으로 동물들의 사진을 찍는지 그 현장을 따라가 본다. 세계 각지의 동물원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조엘 사토리는 동물원을 일컬어 “보전 센터”라고 말한다. 이는 멸종 위기종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번식시킴으로서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동물원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동물의 감옥’이라고 비판받은 동물원이 연구와 보전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책은 국제 보전 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 이사회에서 25년간 일해 왔으며 현재 부회장으로 있는 미국의 유명 배우 해리슨 포드와, 저자와 함께 오랜 기간 함께한 야생 동물 생물학자 더글러스 채드윅의 서문을 수록했다. 이와 더불어서 저자가 쓴 글들은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들과 우리 사이의 손에 잡힐 듯한 유대감을 느낀다. 각 사진은 각 동물의 존재를 실감하게 할 뿐 아니라, 바라건대, 각 동물의 멸종도 실감하게 한다.
―해리슨 포드의 서문 「생명의 응시」 중에서
여기 하나하나가, 쌍과 쌍이, 무리와 무리가 모두 우리가 물려받은 살아 있는 지구의 충만함이자 영광이라고 이야기하는 동물 왕국 사진전. 보라. 각양각색의 생명체를 만나 보라. 이것은 우리가 잃어 가고 있는 것들이다.
―더글러스 채드윅의 서문 「우리, 지구 생물들」 중에서
서문: 생명의 응시 | 해리슨 포드
서문: 우리, 지구 생물들 | 더글러스 채드윅
지은이 서문: 방주를 만들며 | 조엘 사토리
1장 닮은꼴
2장 짝
3장 적
4장 호기심
5장 희망
사진 촬영에 대하여
‘포토 아크’ 프로젝트에 대하여
지은이에 대하여
감사의 말
동물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