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80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지는 1918년 살인 독감의 미스터리
부제: 전 세계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독감 대유행의 미스터리
원제 FLU
워서 부제: The story of the great influenza pandemic of 1918 and the search for the virus that caused it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03년 12월 15일
ISBN: 978-89-8371-142-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436쪽
가격: 19,500원
시리즈: 메디컬 사이언스 2
발행일 2020년 4월 6일
이 질병은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렸다. 전시 체제였던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여전히 어느 진영의 편도 들지 않았던 스페인에서는 질병에 대한 신문 기사를 검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고착화된 것일 수도 있었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독감과는 달리 스페인 독감은 비밀이 아니었다. ― 지나 콜라타(과학 저널리스트), 『독감』 본문에서
1918년에 기승을 부린 독감의 공포가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어쩌면 독감이라는 병이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평범한 일상이 악몽으로 변하는 줄거리의 SF 소설과도 같다. 우리가 독감에 대해 점점 오만해지는 동안, 이 흔해 빠진 질병 뒤에 숨은 새로운 전염병이 지금 이 순간에도 파괴력을 모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찾아올 대규모 유행병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에 대한 더 나은 이해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지나 콜라타(과학 저널리스트), 『독감』 본문에서
흔히 전염병이라고 하면 우리는 특이하고 무시무시한 증상을 가진 병을 떠올린다. 에이즈나 에볼라, 탄저병, 그리고 흑사병과 같은 질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 누구도 독감을 치명적인 질병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독감은 겨울마다 나타나고 사람들은 빠르든 늦든 누구나 독감에 걸리며 별다른 치료법은 없지만 대부분 곧 회복되는 기껏해야 1주일 정도 괴로움을 주는 성가신 질병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10년 내지 30년을 주기로 등장하는 살인 독감들은 이러한 생각을 짓밟아 놓는다. 지난 1957년 아시아 전역을 긴장시키며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 독감과 1968년 7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 독감이 가장 가까운 예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살인 독감 및 다른 전염병으로 인한 사상자들을 모두 합친다 하더라도 그 위협적인 전염성이 비교할 바 못 되는 살인적인 전염병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1918년 독감이다. 이 전염병은 너무나 위력적이어서 만약 유사한 바이러스가 오늘날 창궐한다면 심장병, 암, 뇌졸중, 만성 폐 질환, 에이즈, 알츠하이머병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1년 안에 앗아갈 것이다. 이 전염병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고, 제1차 세계 대전 말기의 한 해 동안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전 세계에서 2000만 내지 1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렀으나 그 후로 이 질병은 완전히 잊혀졌다. 발생 당시의 엄청난 위력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진 1918년 독감에 의혹을 느낀 지나 콜라타(Gina Kolata)는 1918년 독감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복제양 돌리』의 저자이자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독감(Flu: The story of the great influenza pandemic of 1918 and the search for the virus that caused it)』에서 1918년 당시 독감의 전염 경로 및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숱한 피와 땀을 흘린 과학자들의 과학적 발견의 과정을 깊이 있으면서 속도감 있는 문체로 서술한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로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1999년에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 되는 영예도 안았다.
1918년 2월, 제1차 세계 대전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고 있던 유럽의 어느 도시와도 동떨어진 한적한 관광 도시 산세바스티안에 독감이 찾아왔다. 여느 독감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던 이 독감은 그러나 전염성이 매우 강했고 여느 독감의 일차 피해자인 노인들과 어린이들은 비켜 가는 대신 젊고 건강한 성인들을 공격하는 듯했다. 두 달 후, 스페인에서만 800만 명이 독감에 걸렸고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비롯하여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도 이 질병의 습격을 받았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하도 많이 독감에 걸린 나머지 전투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작전을 연기해야 했다. 그해 봄, 많은 지역에서 독감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그래도 아직 독감이 퍼지지 않은 지역들이 많았다. 여름이 되면서 독감이 가장 기승을 부렸던 나라들조차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독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 보였다.
몇 달 후 돌아온 독감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전염성도 강했을 뿐더러 이번에는 치명적인 살인자였다. 감염자의 약 20퍼센트 정도는 경미한 증세를 보이다가 별 탈 없이 회복되었지만, 나머지 80퍼센트는 2명 중 1명이 심각한 증세로 악화되었다. 그해 8월 미국에 상륙한 독감은 전쟁을 준비하던 전국 곳곳의 군사 기지들을 공격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9월에만 1만 2000명의 미국인이 이 독감으로 사망하였으며 독감이 잠잠해지기까지 5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죽었다. 인간과 전염병의 전쟁에서 드디어 인간이 승리를 하였다고 자부하고 있던 차에 살인적인 독감은 찾아왔으며 그 어느 질병보다도 많은 사망자를 냄으로써 사람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독감은 전쟁이 끝나자 자취를 감추었다. 처음 나타날 때만큼이나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것이다.
1918년 살인 독감의 미스터리에 매료되어 수많은 과학자들이 독감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55만 명이 숨지자 의료 당국이 백신을 만들어 보려고 죄수 62명에게 생체 실험을 했다. 살아남으면 사면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연구팀은 죄수들의 눈, 귀, 입에 독감 바이러스를 뿌리고 독감 희생자의 허파 조직을 주입했다. 독감 환자를 데려와 죄수들 코앞에서 기침을 하게 했고 급기야 환자의 배설물을 죄수 목 안에 발랐다. 그래도 죄수들은 멀쩡했고 실험팀 의사 한 명이 죽었을 뿐이었다.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에서 얼어붙은 채 70년 간 묻혀 있던 시체들을 발굴하여 1918년 독감 바이러스의 살아 있는 표본들을 채취한 분자병리학자 요한 훌틴, 1918년 독감으로 사망한 군인의 허파 조직 표본에서 독감 바이러스의 흔적을 찾아내어 유전자를 분석한 분자생물학자 제프리 토벤버거, 비록 살아 있는 독감 바이러스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대중과 정부로 하여금 1918년 독감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커스티 던컨까지, 피땀 어린 노력으로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는 데 공헌한 과학자들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는 어두침침한 표본 창고 한 구석에서 조그마한 분자생물학 실험실을 거쳐 노르웨이 그리고 알래스카까지의 이들의 모험을 마치 곁에서 지켜보듯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에 이들 과학자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과학자 사회의 배타성과 부조리함을 냉철하게 꼬집는다. 실제로 훌틴은 알래스카로의 시체 발굴 계획을 공공연하게 다른 과학자 집단에 빼앗길 뻔했으며 토벤버거는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유전자 분석 결과를 담은 탁월한 논문을 쓰고도 유명 과학 잡지사에서 여러 번 거절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저자는 1918년 독감 자체의 미스터리뿐만 아니라 1976년 돼지 독감으로 인하여 발생한 소동 및 그로 인한 전국적인 소송 사건, 1918년 이후에 등장한 홍콩 독감의 미스터리들도 함께 파헤친다. 정치와 과학이 너무나 복잡하고 치밀하게 얽혀 있고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치명적인 살인자 중 하나인 바이러스가 관련되어 있으며, 1918년 독감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일에 광적으로 집착하게 된 많은 학자들의 사연이 거기에 있었다.
이 책은 1918년 독감을 둘러싸고 있는 미스터리들, 왜 1918년 독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혔는가, 1918년 독감은 어떤 경로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었는가, 누가 어떻게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1918년 독감 바이러스의 흔적을 추적하였는가, 1918년 독감 이후로 어떤 독감들이 또다시 인류를 위협하였으며 그때마다 과학자와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였는가를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독감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인간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살인적인 전염병들에 대처하기 위해 과학자와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신중하게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만 연간 3만 6000여 명이 독감으로 희생되고 있다. 1918년 독감과 같은 혹은 유사한 독감이 치명적인 살인자가 되어 언제 다시 전 세계를 위협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살인 독감에 대해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2003년 독감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살인 독감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1918년의 독감을 중심으로, ‘어떻게 사람들이 독감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는가’란 문제의식을 파헤치는 책.” —《라포르시안》
옮긴이의 말 / 감사의 말 / 프롤로그 / 전염병의 해 / 질병과 죽음의 역사 / 해병부터 돼지까지 / 스웨덴 모험가 / 돼지 독감 / 소송 악몽 / 존 돌턴의 안구 / 홍콩 독감 / 알래스카에서 노르웨이까지 / 미스터리와 가설 / 주(註) / 옮긴이 주(註) / 찾아보기
현대인은 독감을 치명적인 병으로 여기지 않는다. 독감은 겨울마다 나타나고 사람은 빠르든 늦든, 누구나 독감에 걸리며 별다른 치료법 없이도, 1일 정도 지나면 회복하는 질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1957년 아시아 전역에 돌았던 살인 독감의 경우 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918년 독감은 더 심해서 전 세계에서 2000만 내지 1억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이 책은 바로, 1918년 독감에 의혹을 느낀 지은이가 당시 독감의 전염 경로 및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집필한 것이다. 과학적 발견 과정을 추리소설 처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서술한 점이 특징이다.
1918년 독감은 1차 세계대전으로 몸살을 앓던 유럽에 찾아와 전투력을 저하시키고, 어느 질병보다 많은 사망자를 내고 수수께끼처럼 사라졌다. 신문, 잡지, 집단의 기억에서도. 이 독감 미스터리에 매료된 많은 과학자들이 백신 개발에 나섰는데, 지은이는 이들의 발자취를 마치 곁에서 지켜보듯 생생하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