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이기적 유전자의 시대는 끝났다! 통섭의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최신작
부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원제 THE SOCIAL CONQUEST OF EARTH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13년 11월 14일
ISBN: 978-89-8371-620-0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16쪽
가격: 22,000원
시리즈: 사이언스 클래식 23
분야 생물학
『지구의 정복자』는 불과 수십만 년 전에 출현하여 지난 6만 년 동안에 지구 전역으로 퍼져 가며 농경을 개발하고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구성하며 언어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키며 지구를 정복해 온 우리 인류의 대서사를 기록하고 분석한 대작이다. 사고의 깊이와 범주는 통섭을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의 저작답게 우리가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다. 내가 관찰한 윌슨은 순간적인 분석력이 예리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조용히 홀로 앉아 주어진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고 다양한 학문의 관점을 통틀어 종합하는 능력은 내가 아는 한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다. 세상에는 사실 다양한 천재가 있는 법이다. 그는 그가 설파한 그대로 말하자면 통섭형 인재의 전형이다. 이 책은 현존하는 최고의 통섭형 학자가 그의 학문 여정의 정점에 다가서며 내놓은 걸작이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고 또 읽을 책이다.
– 최재천(국립 생태원 원장, 『통섭』의 번역자)
들어가는 말 고갱의 그림 앞에서 005
1부 ‘사회성’이라는 수수께끼
1장 인간 조건 015
2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2장 정복의 두 경로 023
3장 진화 미로의 모퉁이들 033
4장 도약의 거점 047
5장 진화 미로를 헤치고 061
6장 사회성 진화의 원동력 067
7장 인간 본성에 새겨진 부족주의 077
8장 전쟁, 유전된 저주 083
9장 탈주 101
10장 창의성의 폭발 111
11장 문명을 항한 질주 125
3부 사회성 곤충의 무척추동물계 정복사
12장 진사회성의 발명 137
13장 사회성 곤충을 진화시킨 발명들 149
4부 사회성 진화의 힘
14장 진사회성의 희소성 딜레마 165
15장 곤충의 이타성과 진사회성이 규명되다 173
16장 곤충의 대도약 183
17장 자연 선택은 어떻게 사회적 본능을 진화시켰는가 195
18장 사회성 진화의 힘 205
19장 새로운 진사회성 이론 225
5부 우리는 무엇인가
20장 인간 본성이란 233
21장 문화의 문턱 259
22장 언어의 기원 275
23장 문화적 차이의 진화 289
24장 도덕과 명예의 기원 295
25장 종교의 기원 313
26장 창작 예술의 기원 329
6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27장 새로운 계몽 351
감사의 말 368
옮기고 나서: 세월의 흐름과 맞선다는 것(이한음) 369
해설: 학문의 정복자, 에드워드 윌슨(최재천) 371
참고 문헌 383 / 도판 저작권 402 / 찾아보기 406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은 언제나 전사였다. 『사회 생물학(Sociobiology)』을 출간했을 때에도, 『통섭(Consilience)』을 출간했을 때에도 언제나 그는 자연 과학계는 물론이고 인문⋅사회 과학계, 더 나아가 종교계까지 휩쓰는 논쟁을 야기했고, 그 논쟁을 통해 언제나 세계의 지식 사회를 비가역적으로 진보시켰다. 우리는 더 이상 마음을 빈 서판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으며, 인간이 다른 생물과 질적으로 다른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방적으로 믿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우주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사가 우리 인간성에 새겨 놓은 ‘인간 본성’을 인문⋅사회 과학과 예술은 물론이고 자연 과학까지 아울러 ‘통섭적’으로 이해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를 지성의 역사에서 이렇게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윌슨은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그의 최신작 『지구의 정복자(The Social Conquest of Earth)』에서 윌슨은 새로운 과제(새로운 불씨일지도 모른다.)를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은 먼지보다 못한 미세한 복제자에서 출발해 지구 전체를 뒤덮고, 우주 진출을 모색하는 사회성 생명의 역사를 ‘집단 선택 이론’의 관점에서 재구축한다. 진화 생물학을 바탕으로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뇌과학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는 도덕, 종교, 철학, 예술, 과학의 기원을 밝혀낸다. 지구를 정복한 사회성 생물의 정복사를 통섭적으로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진화 생물학의 역사 속에서 획기적인 책이자,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에서 퓰리처상 2회 수상자라는 그의 통섭적이고 전설적인 경력을 총결산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윌슨은 이 책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D’où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u Allons Nous?)”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위대한 화가 폴 고갱이 타이티의 풍경과 사람들을 모티프로 1897년에 그린 그의 거대한 그림 구석에 그림 제목 대신 써넣은 것이다. (이 그림은 현재 에드워드 윌슨이 살고 있는 보스턴의 보스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종교와 철학 그리고 자연 사상가들을 사로잡았던 근본적인 질문들이기도 하다. 고갱은 이 그림을 그리고 자살을 결의한다. (미수로 그친다.) 에드워드 윌슨은 책 시작 부분에서 고갱의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고갱이 자신의 삶과 그림으로 제시한 질문에 대해 그 어떤 철학자도, 사제도, 사상가도 이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종교, 철학, 사상이 자신들의 무지와 무능만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냉엄하게 기술한다. 윌슨은 과학적 관점에 기초해야만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법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에드워드 윌슨은 “현생 인류의 기원은 요행이었다. 우리 종에게는 얼마간 좋을지라도, 나머지 생물 대다수에게는 영구히 안 좋은 결과를 미칠 행운이었다.”라고 말한다. 윌슨은 그 요행의 역사를, 최초의 인류라 할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출현했을 때부터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가고, 문명을 건설해 “창의성의 폭발(the Creative Explosion)”이라고 윌슨이 표현한 엄청난 창조적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추적한다. 인류가 사회성을 획득하고 문명을 건설하기까지 밟아야 했던 단계들, 어떠한 사상가도, 예언자도, 종교인도 해 주지 못했던 진정한 인류 창조 이야기를 더 거시적이고, 더 통섭적인 관점으로 재구성해 낸다.
또 인류와 마찬가지로 사회성을 무기로 약 6000만 년 전에 지구 정복을 완수한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들의 진화 역사와 인류의 진화사를 하나하나 비교하고, 분석해 나가면서, 인간 조건의 기원에 대한, 그 어디서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명쾌한 설명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왜 개미는 다른 생물들과 공존⋅공생⋅공진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데, 왜 인류는 자신이 태어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지구 생명권을 파괴하는 지속 불가능한 정복자가 되고 말았는가 하는 문제를 치밀하게 따져 묻는다. 이것은 인류 문명사에 대한 시야를 민족, 인종, 또는 인류라는 작은 종족주의 범주로 가둬 버리고 마는 낡은 세계관을 그 근저부터 뒤흔든다.
다시 말해 인간 조건은 우리를 만든 지화 과정들에 뿌리를 둔 인류 고유의 혼란이다. 우리 본성에는 최악의 것과 최선의 것이 공존하며 앞으로도 영구히 그럴 것이다. 만일 최악의 것을 빡빡 닦아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인간보다 못한 존재가 될 것이다. – 76쪽
사회성 진화에 대한 이 기존 패러다임은 40년이 흐르면서 점점 취약해졌고, 결국 실패했다. 과정으로서의 혈연 선택에서 협동 조건으로서의 해밀턴 부등식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군체 구성원의 다윈주의적 지위를 설명하는 포괄 적합도에 이르기까지 이 추론 경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만약 동물에게서 혈연 선택이라는 것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쉽게 바뀔 수 있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일어나는 약한 형태의 선택일 것이 분명하다. 포괄 적합도라는 개념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생물학적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수학적 허깨비일 뿐이다. 게다가 유전적 토대를 지닌 사회 체계의 진화 동역학을 추적하는 데에도 쓸 수 없다. – 224쪽
윌슨은 두 지구의 정복자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제는 원로라고도 하기 힘든 고령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 책에서도 어떠한 젊은 과학자나 철학자에게도 지지 않는 열정으로 인문학부터 자연 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 지식 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도발을 감행한다. 특히 현대 진화 생물학계의 주류 이론이라 할 ‘혈연 선택 이론’에 반기를 든다. 윌슨은 자신이 한때 지지했으며, 그 이론의 대중화에 가장 큰 공헌을 했던 혈연 선택 이론과 그 이론의 확장판이라 할 ‘이기적 유전자’ 이론이 사회성 생물의 진화, 이타성의 진화, 협력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실험실과 야외 조사지에서 수집된 경험 증거와, 수학자와 경제학자들이 만든 수학 이론을 바탕으로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으로서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이 상호 작용하는 다수준 선택 이론을 제안하고 있다.
윌슨은 하버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마틴 노왁(Martin A. Nowak, 『초협력자(Supercooperator)』의 저자)과 함께 새로운 다수준 선택 이론을 정밀하게 다듬었고, 2010년 이를 ≪네이처≫에 발표해 전 세계 진화 생물학계에 거대한 파란을 일으켰다. 윌슨은 논문 발표 뒤 전 세계 진화 생물학자들의 비판의 십자포화 속에서 이 책을 썼다. 윌슨은 자신과 노왁의 개미와 흰개미에서 인간까지 사회성 곤충의 분업 체계에서 인간의 부족주의적 공격성과 이타적인 자기 희생까지 종횡무지하면서 새로운 진사회성 진화 이론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혈연 선택 이론과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는 여왕개미와 여왕개미의 유전형이 확장된 로봇인 일개미로 이루어진 개미의 사회 진화도, 이기적 본능을 가진 개인들을 집단의 목표에 복종시켜야 하는 인간 사회의 진화가 가진 역동성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혈연 선택이 아니라,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이 얽혀 있는 다수준 선택이 인류의 유전자를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가 결합된 유전적 키메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합성 동물)로 만들었고, 인류는 유전자 수준에 새겨진 이기적 본능과 이타적 본능의 길항(拮抗) 속에서 살도록 운명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윌슨은 이 책을 통해 지난 40년간 진화 생물학계를 지배한 ‘이기적 유전자’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 선택과 개체 선택의 상호 작용이 빚어낸 ‘사회성’이 인류의 지구 정복을 가능케 한 혁명적인 힘이었다. 전 세계 진화 생물학계를 혈연 선택 지지자와 집단 선택 지지자로 양분하는 논쟁에 불을 붙이 이 책을 통해 과학의 최전선은 ‘사회 생물학’과 ‘통섭’이 불러일으켰던 논쟁 이후 새로운 논쟁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펼치는 논쟁에 참여하는 지적 희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드워드 윌슨과 이 책은 현대 생물학의 이론적 첨단 논쟁을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는 않는다. 윌슨은 사회성 진화가 인류의 문화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추적한다. 근친상간 회피나 색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간 본성에 새겨진 유전자의 영향들을 소개하고,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 최신 인지 고고학이 밝혀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지능의 발전 과정을 들려주고,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메커니즘이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어떻게 창출해 내는지 설명한다. 또한 종교와 도덕, 그리고 명예심이 유전자-문화 공진화와 다수준 선택을 통해 어떻게 기원했는지 설명해 준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무엇인가를 새로운 진사회성 진화 이론의 힘으로 해명해 내는 것이다.
복잡한 문화의 문턱까지 밀고 간 추진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집단 선택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의도를 읽고 협력하는 한편, 경쟁하는 집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구성원들을 지닌 집단은 그것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보다 엄청난 이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집단 구성원 사이의 경쟁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그 경쟁은 한 개인을 남보다 유리하게 만드는 형질의 자연 선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새 환경으로 진출하고 강력한 적수와 경쟁하는 종에게 더 중요한 것은 집단 내의 단결과 협동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 지도자에 대한 복종, 종교적 열정, 전투 능력이 상상력 및 기억과 결합됨으로써 승자를 낳았다. – 273쪽
우리에게는 초창기 성공이 가져다줄 결과를 내다볼 방법도 능력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죽 해 오던 대로, 더 초라하고 더 야만적인 환경에 속박된 구석기 시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본능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면서 번식과 소비를 계속하고 있다. – 100쪽
인간은 본래 선한데 악의 힘이 타락시키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본래 악하므로, 선의 힘만이 구제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은 양쪽을 다 지닌다. 그리고 우리의 유전자를 바꾸지 않는 한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인간의 딜레마는 우리 종이 진화한 방식에 예정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인간 본성의 바꿀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와 그들의 사회 질서는 본래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 점에서 다행스럽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불완전성만이 줄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니 말이다. – 295쪽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윌슨은 인류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본다. 오랜 생태주의자로서 생물 다양성의 보호를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윌슨은 또 다른 지구의 정복자인 개미와 달리 인류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살아갈 지구 생명권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황금을 쓸데없는 잡동사니로 바꾸고 있으며, 그 때문에 후손들로부터 경멸을 당할 것이다.” 우리 인류의 지구 정복이 진전될수록 인류가 문명을 향해 질주한 것보다 빨리, 지구는 생물 종이 사라지는 한 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갈 것이다. 현대의 생태계 파괴와 생물 다양성의 위기 상황이 어디서 초래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이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사회성 생물의 지구 정복사를 치밀하게 봐야 했던 것이다.
윌슨은 우리가 “서로에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소박한 윤리관, 이성을 가차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 태도, 우리가 진정 무엇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우리가 처한 인간 조건을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윌슨은 고갱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고갱이여, 당신은 왜 그림에 그런 글귀를 써 넣었나요? 물론 제가 생각하는 답이 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가 요점을 놓칠 때를 대비하여, 타히티 전경에 묘사한 다양한 인간 활동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명확히 하고자 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고 느낍니다. 아마 당신은 자신이 거부하고 떠난 문명 세계에도, 평화를 얻기 위해 택한 원시 세계에도 답이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세 가지 질문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닌지요. 혹은 당신이 한 만큼보다 미술이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는 뜻으로 쓴 것은 아닐까요. 모든 노력을 하고 난 뒤에 당신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 골치 아픈 질문들을 적는 것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당신이 우리에게 그 수수께끼를 남긴 또 다른 이유를 하나 제시할까 합니다. 방금 말한 다른 추측들과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적은 글귀가 승리의 외침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멀리 여행을 하고, 시각 미술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내고 받아들였으며, 그 질문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묻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진정으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만큼 열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대단한 삶을 산 것입니다. 결코 헛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합리적 분석과 예술을 통합하고 과학과 인문학을 동등하게 결합함으로써 당신이 추구한 답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 363∼364쪽
“매우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스타워즈 문명”에 이르기까지 생명은 진화해 왔다. 과연 그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류가 과학과 인문학, 사회 과학,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한데 결합한 통섭적 지혜를 가지지 않고는 우리가 현재 처한 위기를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구의 정복자는 정복을 완료한 순간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다윈의 살아 있는 사도가 들려주는 통섭적 지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