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이 땅에서 외과 의사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부제: 민음사 주최 2003 올해의 논픽션상 수상작
글 강구정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03년 8월 5일
ISBN: 89-8371-138-8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268쪽
가격: 18,000원
분야 생물학
수상/추천: 민음사 주최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
민음사 주최 2003 올해의 논픽션상 ‘생활과 자연’ 부문 수상작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수련의 과정과 해외 연수를 거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동안 겪은 많은 임상 체험과 사색을 현장감 있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가지는 사회적 위상, 올바른 의사 상, 일반인과 언론의 의사에 대한 오해, 의료계의 제도적 내적 문제, 외국과 우리나라 의료계의 차이 등에 대해 심도 있게 파고들면서 아울러 재미있고 다양한 읽을거리도 담고 있다.
우수한 의료계 인력들이 수입이 좋고 일하기 편한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으로 편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힘들고 위험한 흉부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해부병리과, 임상병리과, 방사선과, 핵의학과 등에서 외면받는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많은 의사들이 있다. 민음사에서 주관한 2003 <올해의 논픽션상> 생활과 자연 부문에 당선된 이 책은 매일 수술을 해야 하는 한 외과 의사가 자신의 길을 돌아보면서 의료계의 모순과 현실을 솔직하게 그려낸 자전적 논픽션이다.
저자 강구정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수련의 과정과 해외 연수를 거쳐 국내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겪은 많은 임상 체험과 사색을 현장감 있는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가지는 사회적 위상, 올바른 의사 상(像), 일반인과 언론의 의사에 대한 오해, 의료계의 제도적․내적 문제, 외국과 우리나라 의료계의 차이 등의 핫이슈를 개인적 수기와 객관적 리포트를 혼합하여 누구든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제기되지 않은 의사의 당직 아르바이트 문제라든가 의료인 군 복무 기간 문제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사항들도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공론화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더불어, 의사와 의사, 수련의와 간호사,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에 대해 끈끈하고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의료인과 의료계에 대한 삭막한 이미지를 벗기려고 노력한다. 저자가 회복되는 환자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나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의사의 모습에서는 가슴을 적시는 감동이 느껴진다.
“한때 의학전문기자를 지망할 정도로 글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가, 수련의 시절부터 느껴온 임상 경험과 사색을 현장감 있는 필치로 엮었다.” —《동아일보》
머리말
프롤로그
메스를 든 블루칼라
인턴 3신
나는 왜 외과 의사인가?
멀쩡한 의사를 수술하는 언론
운명
신장을 이식하다
당직 의사의 딜레마
향로봉의 눈꽃
의학 전문 기자
자연에서 배운 수술법
수술과 등산
의사는 강자, 환자는 약자?
의미 있는 삶
일본 의사, 한국 의사
리히텐슈타인을 찾아서
신세계 탐방
듀크에 안착하다
클라비엔 교수
한국인 환자의 두 얼굴
도서관, 지식의 창고
장기 이식팀의 바쁜 나날들
장기 이식은 사랑 이식
타향살이
실험실에서 마당 쓸기
맹물이 가장 좋은 항암제?
폭설 속의 휴식
쥐를 사이에 둔 신경전
자존심 대 자존심
생각의 변화
가족 여행
대가를 만나다
과학의 날
미국인 한국인
의사의 길
의료파업의 한편에서는
교수인가, 의사인가?
외과 의사의 학회 나들이
수술실은 나의 안식처
기호난하(驥虎難下)
중환자는 누가 치료하나?
에필로그
이 책은 「메스를 든 블루칼라」, 「신세계 탐방」, 「의사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 「메스를 든 블루칼라」는 인턴과 레지던트라는 수련의(修鍊醫) 과정과 군의관 및 외과 전문의 시절을 다룬다. 기본적인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바쁘고 고된 인턴 시절을 거쳐 떨리는 마음으로 환자를 직접 진료하기 시작하는 수련의 과정은 의사가 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보여 준다. 그리고 자유롭지 못한 신분의 의사인 군의관이 겪어야 하는 개인적, 제도적 모순은 우리 사회가 가진 그늘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자신이 외과 의사가 되어야 할 이유를 『성경』에서 찾았다. “예수처럼 사람들을 회당에서 가르치고 병약한 자들을 고치고 천국복음을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내 평생 동안 해야 할 대명제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근거를 찾기까지 많은 수련 과정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저자의 심성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련의 시절, 시들어 가는 화초 같던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이식된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변 방울을 보면서 수술 중에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따뜻한 시선을 지닌 저자에게는 의료계와 사회의 많은 모순들이 수술의 대상으로 와 닿았다.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나 밀도 있는 취재도 없이 특종 위주로 흘러나오는 언론의 오보(誤報), 군의관이 당직을 서야 할 만큼 열악한 의료계의 인력 구조, 20년 동안 하루도 줄지 않은 군의관 복무 기간, 의료 사고 처리 과정의 비합리성 등은 그동안 많이 간과되어 왔기에 저자에게 더 큰 모순으로 보였다.
「신세계 탐방」은 미국 듀크 대학 병원에서 1년 동안 의학 연구원(교환 교수)으로 있으면서 겪은 일들을 다룬다. 저자는 동양계 이방인으로서 겪어야 한 고충과 선진 의료 체계에 대한 감동을 말하면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의학 교육 환경 및 의료 시스템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사나 의학자를 예로 들면서 그들이 그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개인적, 교육적 환경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한다.
저자는 환자가 병원에 가서 3시간을 기다려 3분을 진료받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을 각종 검사실로 아픈 몸을 끌고 다녀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해진 예약 시간에 가서 30분 내지 1시간을 진료받을뿐더러 설명도 충분히 듣고 필요한 추가 진료는 해당 의사가 환자에게 와서 하는 미국의 선진 의료 시스템을 일화와 더불어 소개한다. 그리고 외국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쌓은 사람이 국내 명문 대학 출신이 아니라서 귀국하기를 꺼리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시정되기를 촉구한다.
「의사의 길」은 미국 연수에서 돌아와 대학 병원 교수로 있으면서 바라본 의료계의 현실과 의사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사색을 보여 준다. 여기에서는 의약 분업에 대한 의사의 관점, 수련의의 전공 선택에서 나타나는 외과 기피 문제, 의료인의 의료 복지 사각(死角) 현상 등을 말하면서 의사가 가져야 할 본연의 자세에 대해서도 피력한다.
저자는 의료 파업을 겪으면서, 교수로서 제자 수련의들을 지원하기 위해 파업에 동참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의사로서 병원에 남아 본분을 다해야 할지를 묻는 상황에서 단호히 이렇게 말한다. “둘 중에서 선택하라면 저는 교수이기 전에 의사를 선택할 겁니다.”, “외과 의사는 언론에서도 ‘험한 육체노동자’로 서슴없이 언급된다. 험한 육체노동자이면서 교수라는 이름이 덧씌워진 외과 의사는 교수이기 전에 의사임이 더 값지다는 것을 되새겨본다.” 이 말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외사 의사의 지론이다.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 “기호난하(騎虎難下).” 일단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면 호랑이를 죽이지 않고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을 바로 외과 의사가 생명을 붙잡고 벌이는 외줄 타기에 비유한 것이다. 또한 자신은 이미 외과 의사이므로 외과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비로소 외과 의사라고 할 수 있다는 신조이기도 하다.
끝으로 저자는 수련의들이 수입이 좋고 일하기도 편한 과를 선택하여 전문의의 길로 들어서는 풍조를 비판하면서, 힘든 외과 의사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다가 의사인 본인의 건강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의사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무의촌(無醫村)이 없는 세상에 의사들만이 자기만의 무의촌에 살고 있는 모순을 슬퍼한다.
저자는 항상 바쁜 일정에 쫓기는 외과 의사로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썼다. 당연히 긴 글은 쓸 수 없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또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에서는 사뭇 고백성사와 같은 분위기도 자아낸다.
한때 문학가와 인문학 교수를 꿈꾼 사람으로서, 저자는 폭넓은 독서와 사색을 바탕으로 자신과 의료계, 의학계, 그리고 가족과 사회를 비롯한 세상 이야기를 두루두루 엮어 내고 있다. 「운명」이나 「향로봉의 눈꽃」은 단편 소설 같은 맛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의료 관계자뿐만 아니라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이나 일반인에게 더 유익할 것이다.
기득권만큼이나 권위적이고 메스처럼 냉철한 외과 의사가 아니라 가장 인간적이고 소시민적인 한 직업인의 입을 통해 흰 가운을 경계로 갈라선 세계들이 만나는 통로가 열릴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의사들의 어떤 책보다도 의료인의 내면을 극명하게 잘 보여 주는 이 책은 전문직을 위주로 한 기득권 계층의 모범적인 ‘자기소개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