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대항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칼 세이건
보이저 탐사선에 실린 지구의 메시지 골든 레코드를 40년 만에 만나다!
보이저 우주선이 태양권계면을 넘은 지 한참 지난 뒤에도, 그 까마득한 미래에도, 지구의 인사를 담은 두 장의 레코드판은 언제까지나 꿋꿋하게 우주를 항해할 것이다. ― 칼 세이건
보이저 레코드판은, 그것이 실려 있는 천상의 전차와 마찬가지로, 외계 문명과의 접촉이라는 우리의 거대한 지적, 기술적 목표로 한 걸음 더 다가간 결과이다. ―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
보이저 호는 우리의 메아리와 이미지를 싣고서 우주를 여행하고 있으며, 머나먼 그 여정만큼 오랫동안 우리를 계속 살아 있게 할 것이다. ― 앤 드루얀
우리는 우리 생물학의 화학적 속성에 대한 약간의 단서라도 보이저 호를 발견한 종족의 과학자들에게는 대단히 흥미로운 정보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 존 롬버그
우리는 우리 지구에서는 언어가 중요하다고, 우주의 다른 곳에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문명이 있다면 그들과의 대화를 반기겠다고, 더 나아가 즐기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 린다 살츠먼 세이건
레코드판은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당신이 누구이고 무엇이든, 우리도 한때 별들의 거주지인 이 우주에서 살았었고, 그리고 당신을 생각했답니다. ― 티머시 페리스
우주적 낭만과 과학적 상상이 만든 골든 레코드의 위대한 탄생 서사
이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이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는 거대하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도 1000억 개가 넘는 은하가 있으며, 각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들과 행성들이 있다. 그 수많은 천체 중에 우리와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만약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들이 성간 탐사를 할 정도로 진보된 과학 문명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어떤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태양계 천체들, 더 나아가 태양계 밖 별들을 살펴보기 위해 ‘여행자’라는 이름을 가진 두 우주 탐사선 보이저(Voyager) 1호와 2호가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77년에 발사되었다. 영원히 지구로 돌아오지 않을 두 우주 탐사선에는 지름이 약 30센티미터인 금박을 씌운 LP 레코드판, 일명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가 붙어 있다. 그 레코드판은 미래에 보이저호와 만날지 모를 미지의 외계 문명에게 보내는 지구와 인류의 메시지다. 그 안에는 지구를 대표할 음악 27곡,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표현한 소리 19개, 지구 환경과 인류 문명을 보여 주는 사진 118장이 수록되었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지구의 속삭임(Murmurs of Earth)』은 골든 레코드가 기획되고 제작되어 우주로 보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담아낸 책이다. 골든 레코드 제작에 직접 참여한 칼 세이건(Carl Sagan, 총 책임자),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Frank Donald Drake, 기술 감독), 앤 드루얀(Ann Druyan, 창작 감독), 린다 살츠먼 세이건(Linda Salzman Sagan, 인사말 구성 작가), 존 롬버그(Jon Lomberg, 디자인 감독), 티머시 페리스(Timothy Ferris, 프로듀서)가 메시지 선정 기준과 내용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던 뜨거운 현장이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또한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웃지 못 할 해프닝들과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감초처럼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지구의 속삭임』에서 독자들은 보이저호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의 편지를 가슴에 품은 채 코스모스의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즐거움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저 우주선이 태양권계면을 넘은 지 한참 지난 뒤에도, 그 까마득한 미래에도, 지구의 인사를 담은 두 장의 레코드판은 언제까지나 꿋꿋하게 우주를 항해할 것이다. ― 칼 세이건
“아득한 훗날, 보이저 레코드의 모든 메시지를 이해한 외계인이 지구에 착륙해 ‘말씀 많이 들었다’며 악수를 청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지구가 ‘안녕’하다면.” —《한국일보》
인류의 꿈과 도전을 담아 미래로 띄운 지구의 편지
『지구의 속삭임』은 보이저 레코드판 제작 프로젝트를 이끈 6명의 관리자들이 제작 과정에서 겪은 일들과 느낀 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우주로 지구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발상은 재미있었지만, 실제 세계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실무자들과 조력자들은 영상 신호를 소리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기계를 빌리러 하루 종일 차로 가야 하는 거리를 수없이 오가고, 자료를 구하러 갔다가 쫓겨나거나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고심해서 겨우 고른 남녀 나체 사진을 NASA에서 외설물이라며 빼 버리고, 인사말을 녹음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미처 싣지 못하는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뜸 밤 11시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얻고, 인도 전통 음악 「자트 카한 호」를 구하려고 인도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탁자 밑을 뒤지고, 시장 사진을 찍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에 몰려가 포즈를 취하고, 인간 입의 기능을 보여 주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참치 샌드위치를 먹거나 물을 들이켰다. 독자들은 보이저 골든 레코드에 얽힌 이 모든 이야기들을 『지구의 속삭임』에서 만날 수 있다.
1장 후대를 위하여 ― 칼 세이건(총 책임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스모스(Cosmos)』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최고 관리자를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겪은 이야기다. NASA에서 준 기간은 6주에 불과했고, 자금과 인력은 넉넉지 않았으며, 정부 관료들은 답답하게 굴었지만, 어린 시절 뉴욕 만국 박람회에서의 타임캡슐을 회상하며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그의 이야기가 큰 감명을 준다.
2장 보이저 레코드판의 탄생 배경 ―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기술 감독)
SETI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천문학자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가 우주로 LP 레코드판을 보내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그가 직접 참여한 파이오니어호 금속판이나 아레시보 전파 메시지 이야기도 함께 다뤄진다. 기술 감독으로서 보이저 메시지의 저장 매체 선정, 저장 용량 확보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그의 기지가 돋보인다.
3장 지구의 사진들 ― 존 롬버그(디자인 감독)
유명한 우주 그림 작가 존 롬버그가 보이저호에 실린 지구와 인간 문명의 사진 118장을 소개한다. 태양계 행성들, 인간의 생체 정보, 지구 생태계, 인간의 문화와 인공물 등을 보여 주는 사진들이 설명되어 있다. 외계인에게 인간 몸을 보여 줄 목적으로 채택했으나 NASA에 의해 거부된 남녀 누드 사진도 수록되었다. 118장 중 컬러로 실린 20장은 실제 컬러 화보로 감상할 수 있다.
4장 보이저호의 인사말 ― 린다 살츠먼 세이건(인사말 구성 작가)
칼 세이건의 둘째 부인이었던 컨텐츠 제작자 린다 살츠먼 세이건이 레코드판에 실린 55가지 인사말을 소개한다. 영어, 중국어 같이 널리 쓰이는 현대 언어뿐만 아니라 히타이트 어, 수메르 어 같은 중요한 고대 언어도 포함되었다. 한국어 인사말이 눈에 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들, 보이저호에 실린 인사말들과 각 언어의 화자, 뜻, 사용 인구 등이 표와 지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5장 지구의 소리들 ― 앤 드루얀(창작 감독)
칼 세이건의 마지막 부인으로 현재 칼 세이건 재단 이사장이자 코스모스 스튜디오 대표인 앤 드루얀이 보이저 레코드판 라벨의 문구이기도 한 ‘지구의 소리들(Sound of Earth)’ 19개를 소개한다. 우리 태양계의 초기 역사를 상징하는 어지러운 소용돌이 소리와 천둥 번개 소리를 비롯해 비바람 소리, 동물과 인간의 소리, 문명의 기계 소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6장 보이저호의 음악들 ― 티머시 페리스(프로듀서)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 티머시 페리스가 레코드판에 기록된 90분 분량의 지구의 히트곡 27개를 소개한다. 그 안에는 모차르트나 바흐, 베토벤 등이 작곡한 서양 고전 음악부터 조지아 합창곡이나 아프리카 피그미 족의 노래, 중국 고금과 일본 샤쿠하치의 연주, 자바의 가믈란 등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음악들이 포함되어 있다.
보이저 레코드판의 수명은 10억 년으로 추산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 오늘날의 첨단 문명을 건설하기까지 고작 2만 년이 흘렀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언제 누구에게 골든 레코드가 전달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골든 레코드는 최대한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제스처로 인식되어야 한다. 좀 쑥스럽지만 대량 학살 무기나 기아, 전쟁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빠진 것은 이 때문이다. 골든 레코드가 우리의 좋은 점만 보여 주는 불완전한 자화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간은 존재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시공을 초월해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영생’을 얻었다. 수십억 년이 지나 지구와 현생 인류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는 보이저호에 실려 영원히 코스모스에 울려 퍼질 것이다.
보이저호는 우리의 메아리와 이미지를 싣고서 우주를 여행하고 있으며, 머나먼 그 여정만큼 오랫동안 우리를 계속 살아 있게 할 것이다. ― 앤 드루얀
보이저 우주 탐사선이 전하는 성찰과 희망의 메시지
보이저호 항해 일지
1977년 8월 20일 보이저 2호 발사
1977년 9월 5일 보이저 1호 발사
1979년 3월 5일 보이저 1호 목성 근접 비행
1979년 7월 9일 보이저 2호 목성 근접 비행
1980년 11월 12일 보이저 1호 토성 관측 후 태양계 밖 탐사 시작
1981년 8월 25일 보이저 2호 토성 관측
1986년 1월 24일 보이저 2호 천왕성 최초 조우
1987년 보이저 2호 초신성 1987A 관측
1988년 보이저 2호 해왕성 첫 컬러 사진 촬영
1989년 8월 25일 보이저 2호 해왕성 관측 후 태양계 밖 탐사 시작
1990년 1월 1일 보이저 성간 탐사 사업 시작
1990년 2월 14일 보이저호 마지막 태양계 사진 촬영
1998년 2월 17일 보이저 1호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물로 기록
2004년 12월 15일 보이저 1호 말단 충격파 영역 통과
2007년 9월 5일 보이저 2호 말단 충격파 영역 통과
2012년 8월 25일 보이저 1호 성간 우주 진입
2012년 8월 25일,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밖 성간 우주 공간에 진입했다. 사실 보이저호가 다른 외계 문명을 만날 확률은 극히 낮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우주 탐사 사업이 있었지만 우리는 아직 태양계를 벗어나 본 적도, 다른 우주 생명체를 발견한 적도 없다. 게다가 성간 우주를 여행하는 진보된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이 넓은 코스모스의 바다에서 부유하는 보이저호를 만날 가능성은 미미하다. 설사 우연히 보이저호를 발견해 수거했다 치더라도, 골든 레코드가 완전히 해독되거나 더 나아가 우리의 생각과 의도가 온전히 전달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지구인들에게 골든 레코드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골든 레코드는 근시안적 이기주의와 지역 배타주의에 매몰되기 쉬운 인류 문명이 자신의 취약성과 비합리성을 극복하고 은하 공동체의 일원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다. 또 종교적 광신과 극단적 민족주의, 유치한 국가주의, 오만한 인간 중심주의로부터의 해방이자 우주적 고독을 미래에 대한 기대로 전환하려는 능동적인 몸짓이다. 안타깝게도 보이저호가 발사되었던 40년 전의 냉전 시대나 지금이나 인간 존재는 여전히 위태롭다. 우리는 새로운 가치관과 사고를 갖고 지속 가능한 지구 문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 보이저 골든 레코드에 귀를 기울여 보자. 재잘거리는 생명의 소리와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을 따라 미래의 인류와 지구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서문 11
1장 후대를 위하여 — 칼 세이건 13
2장 보이저 레코드판의 탄생 배경 —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 67
3장 지구의 사진들 — 존 롬버그 99
4장 보이저호의 인사말 — 린다 살츠먼 세이건 173
5장 지구의 소리들 — 앤 드루얀 203
6장 보이저호의 음악들 — 티머시 페리스 219
7장 보이저호의 외행성계 탐사 — 칼 세이건 283
에필로그 — 칼 세이건 305
감사의 말 313
부록 323
옮긴이의 말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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