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1억 년 전 한반도의 비밀이 담긴 공룡 발자국을 따라가다
부제: 중생대 이 땅의 지배자를 추적하는 여정
글 허민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2016년 10월 21일
ISBN: 978-89-8371-794-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3x197 · 224쪽
가격: 15,000원
어떤 발견들은 공룡 도감을 새롭게 채워 나갈 것이며, 어떤 발견들은 지금까지의 정설을 뒤엎을 것이다. 공룡의 세계는 멸종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변화해 가고 있다. – 본문에서
얼마 전 거대 공룡 티타노사우루스류 발자국 화석 발견 소식이 들려온 고비 사막처럼, 공룡 화석이라고 하면 몽골이나 북미의 대평원과 같은 배경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마지막 공룡 시대인 백악기, 한반도는 공룡 최후의 천국이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이동하던 공룡들이 도착한 마지막 장소가 바로 한반도였던 것이다. 중생대 대표 화석인 암모나이트 대신 다양한 공룡 및 익룡 화석과 발자국 화석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것도 당시 한반도가 바다가 아니라 육지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공룡의 나라 한반도: 중생대 이 땅의 지배자를 추적하는 여정』은 바로 우리나라, 이 땅의 공룡 시대에 대한 책이다. 20년 넘게 한반도 공룡 연구 분야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저자 허민 전남 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공룡 연구의 핵심적 기관인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이기도 하다. 허민 교수는 MBC 특집 다큐멘터리 「공룡, 1억 년 만의 만남」과 EBS 특집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 코리아노사우루스」 총괄 자문을 맡는 등 우리나라 공룡들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저자는 『공룡의 나라 한반도』에서 고생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고 그가 이끈 발굴 프로젝트들과 학명 명명에 얽힌 일화를 비롯한 최신 연구 성과들을 흥미진진하고 다채롭게 풀어 나간다. 이 책에 담긴 짤막하지만 강렬한 34편의 에세이들은 단숨에 독자들을 1억 년 전 한반도로 안내한다.
머리말 – 공룡의 땅, 한반도 005
1 – 공룡 발자국을 따라가다 011
2 – 완벽한 발자국 015
3 – 세계에서 가장 긴 조각류 보행렬 021
4 – 공룡 속도 알아내기 025
5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발자국 029
6 – 한반도의 쥐라기 033
7 – 발자국 화석의 수수께끼 041
8 – 울트라사우루스의 운명 045
9 – 한반도 최초의 완벽한 공룡 뼈 화석 051
10 – 부경고사우루스 밀레니움아이 056
11 – 국내 최초로 밝혀진 뿔 공룡 061
12 – 발 아래의 공룡 065
13 – 발굴을 기다리는 공룡 뼈 화석들 067
14 – 다양한 크기의 초식 공룡알 화석 071
15 – 정교하게 배열된 육식 공룡알 둥지 079
16 – 백악기 공기의 진실 087
17 – 한반도 공룡 이빨 화석 094
18 – 희귀한 공룡 피부 화석 100
19 – 냄새가 나지 않는 배설물, 공룡 분화석 105
20 – 공룡 시대의 동반자 익룡 발자국 109
21 – 백악기 하늘의 지배자 115
22 – 익룡 뼈와 익룡 이빨 화석 121
23 – 가장 오래된 물갈퀴 새 발자국 125
24 – 백악기 새 발자국 129
25 – 악어 뼈와 악어 이빨 화석 133
26 – 공룡 때문에 짊어진 갑옷 137
27 – 셰일층의 물고기 141
28 – 암모나이트가 없는 이유 145
29 – 공룡 시대 곤충 화석 149
30 – 작은 것이 아름답다 155
31 – 다양한 동물들의 흔적, 생흔 화석 161
32 – 초식 공룡이 먹은 것 165
33 – 숨 쉬는 바위 스트로마톨라이트 171
34 – 1억 년 전의 한반도 175
맺음말 – 끝없는 한반도 공룡 연구 과제 179
그림 출처 182
찾아보기 185
1996년 어느 여름 날, 전남 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발굴단 30여 명은 더위와 싸워 가며 켜켜이 쌓인 퇴적층들을 걷어 내고 있었다. 수천만 년 동안 감춰진 공룡 왕국의 비밀을 벗겨 내듯이 … 얇은 퇴적층 사이로 아주 부드럽게 움푹 들어간 큰 흔적을 발견했다. 우리는 흥분 속에 구덩이를 파 내려갔다. 1미터 정도 파고 나니 구멍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완벽한 모양의 대형 공룡 발자국이 나타난 것이다. – 본문에서
허민 교수가 책 첫머리에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경험이라고 밝힌 우항리 초식 공룡 발자국 발견은 한반도 지질학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발굴이었다. 해남 우항리 공룡 발자국 화석지 발굴을 시작으로 한반도에서 다양한 공룡 발자국들이 발견된 곳은 30군데가 넘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굴되거나 자연적으로 노출된 공룡 발자국만 1만 개가 넘는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해안 공룡 화석지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하려는 노력이 계속 진행 중인 것도 그 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과거 공룡들의 무대였던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는 발자국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구분되는, 목이 긴 거대한 공룡인 용각류, 두 다리로 걷는 초식 공룡인 조각류, 무시무시한 육식 공룡인 수각류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날아다니는 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한다. 백악기 후기로 갈수록 새들과의 경쟁에 밀린 소형 익룡들은 줄어드는 반면 중간 크기 이상의 커다란 익룡들은 백악기에 상당히 번성했는데 해남이크누스도 여기 속하는 익룡이다.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Haenamichnus uhangriensis) 발자국이 발견된 우항리 지역에서는 공룡뿐만 아니라 물갈퀴 새 발자국, 식물 화석, 연체동물, 절지동물 보행흔 등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백악기 당시 아주 풍성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 국명이 공식적으로 붙고, 발견 지역인 보성을 의미하는 종명이 명명된 한국 토종 공룡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Koreanosaurus boseongensis)’가 국제 무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코리아노사우루스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한국의 도마뱀(한국룡)’이라는 이름에 있다. 속명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보존 상태가 온전하고, 유명한 알 화석지에서 발견되었으며, 상당히 독특한 고유 특성들이 잘 발달되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입증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공룡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에서
코리아노사우루스는 한국공룡연구센터 발굴팀이 2003년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에서 처음 발굴한 이래 발굴에 참여한 학생들과 연구원들, 세계 각지의 학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골격이 복원되고 국제 학술지에 논문으로 출간되며 마침내 2011년 제 이름을 얻었다. 한반도 공룡 학명에 얽힌 이야기들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북도 의성 탑리에서 발견된 공룡 뼈 화석인 울트라사우루스의 경우, 이 공룡의 크기가 엄청났으리라 생각한 김항묵 교수가 ‘탑리에서 발견된 초대형 도마뱀’을 의미하는 ‘울트라사우루스 탑리엔시스(Ultrasaurus tabriensis)’라는 학명을 붙여 주었다. 불완전한 뼈로 밝혀져 학계에서 공식적인 학명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산출된 공룡 뼈 화석으로서 국내 공룡 골격 화석 연구의 시작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학명을 부여한 최초의 한반도 공룡은 2000년 부경 대학교 백인성 교수 팀이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 갈사리에서 발견한 ‘부경고사우루스 밀레니움아이(Pukyongosaurus millenniumi)’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룡 골격 화석이 발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훌륭한 사례였다. 단 한 마리만 발견된 코리아노사우루스의 경우 역시 앞으로 또 다른 발굴로 이어진다면 생태 연구에도 더욱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거대한 조각류 공룡이 돌아다니며 호수 근처에 무성히 자란 속씨식물들을 따 먹는다. 용각류 공룡들이 긴 목을 높게 들고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고래처럼 노래를 부른다. 수각류 어미 공룡이 깃털을 가다듬고 사냥을 하러 나선 동안 아비 공룡은 둥지에 앉아 알을 보호한다. 호수 근처에서는 악어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물가는 날도래들로 넘쳐 난다. 작은 물새들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들을 잡아먹는다. – 본문에서
공룡 멸종 이후 6500만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200여 년 전, 최초의 화석 발견자로도 유명한 메리 애닝의 시대 이후 새로운 공룡 뼈를 발견하고 분류하는 데 중점을 둔 과거 고생물학 분야와 달리 최근 이루어지는 연구들은 공룡의 행동 해석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공룡이 남기고 간 수많은 흔적들 중 발자국 화석은 머나먼 옛날에 사라진 생물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려 주는 좋은 증거 자료가 된다. 게다가 발자국 화석은 형성 당시의 퇴적물, 환경, 기후 등의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속성 작용과 화석화 과정을 거쳐야만 화석으로 남겨지므로 전 세계적으로 발자국 화석이 골격 화석보다 희귀하다.
우선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정도로 굳어진 갯벌 위에 발자국이 남아야 한다. 오랫동안 바닷물의 영향을 받지 않은 발자국 퇴적층 위를 모래나 성분이 다른 갯벌들이 채우고, 상부 압력으로 인해 아래 발자국 퇴적층이 머금고 있던 수분들이 빠지면 비로소 발자국을 함유한 퇴적층이 보존된다. 바로 그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수많은 지각 변동에도 불구하고 1억 년 이상 우리 땅에 보존되어 있다. 남해안에는 이렇게 순차적으로 만들어진 퇴적층들이 무수히 많다. 전라남도 여수 사도, 추도나 경상남도 고성 하이면 퇴적층에는 공룡 발자국을 담고 있는 퇴적층들이 켜켜이 쌓여 그 두께가 100미터 이상이다. 해안가에 노출된 공룡 발자국들은 극히 일부이며 그 아래 다른 층들에서 다른 발자국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억 년 동안 이 땅이 간직해 온 생명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발걸음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우리는 끝없이 멸종된 생물들에 대해 연구하고 상상한다. 그리고 해가 지날 때마다 이루어지는 새로운 발견과 연구들로 인해 기존의 상식들이 뒤바뀌기도 하고, 추측만 해 오던 가설이 재확인되기도 한다. 1억 년 전 한반도로 돌아간다면 어떤 광경을 볼 수 있을까?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