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의 속삭임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이유

김욱동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08년 3월 7일 | ISBN 978-89-837-1537-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5x210 · 224쪽 | 가격 13,000원

시리즈 자연과 인간 12 |

책소개

시인의 눈으로,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함께 걷는 길

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연이 인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은신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제도는 자연을 통제할 수도 없고 자연을 감염시킬 수도 없다. 자연 안에는 인간 세상과는 다른 종류의 권리로 가득 차 있다. 자연 속에서 나는 완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나에게 인간은 구속인 반면 자연은 자유이다.-본문에서

소로는 뛰어난 자연 관찰자요 사회 문제에도 깊이 관여한 사상가였다. 우리에게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손수 지은 오두막집에서 2년 넘도록 홀로 생활했던 수필가로서의 면모가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 사회, 더 나아가 문명 전반에 대한 소로의 깊은 이해와 신념은  그의 글귀들이 그저 19세기 미국 문학의 한 장을 장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도록 한다.
그의 ‘시민 불복종’ 정신은 뒷날  인도의 위대한 정신 마하트마 간디가 영국 식민주의에 맞서 펼친 무저항 운동이나  미국의 흑인 목사 마틴 루서 킹이 주도한 흑인 인권 운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여기 소개하는 주옥같은 소로의 글 하나하나에서 되새길 수 있듯이 소로의 위대한 사상은 속삭임처럼 다가와 어느새 20세기와 21세기의 핵심 사상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 다시 한번 주목받는 자연주의자로서 소로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사상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것은 그가 평생 관찰하고 사색하고 함께했던 자연에서 나온 것이다. 인간 정신의 원형이랄 수 있는 자연의 원리를 인간 행동의 기준으로 승격시킨 것이 소로 생태 사상의 핵심이다. 그의 낭만적 개인주의나 사회 개혁은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과 맞물려 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소로의 속삭임-내가 자연을 사랑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더욱 각광 받고 있는 생태주의 문학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일궈 온 김욱동 교수가 그간 우리에게 단편적으로 소개되어 온 소로의 글을 본격적으로 다듬어 낸 책이다. 미국 자연주의 사상사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소로 문체의 난해함으로 인해 잘못 소개된 소개된 소로의 핵심 원문을 체계적으로 발췌․번역․해설한 것이 이 책이다. 여기 소개된 여러 글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월든』을 비롯하여 『저널』, 『시민 불복종』,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 등에서 뽑아 새로 번역되고 해설이 더해졌다.

내가 숲 속에 산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서 내 집 문간에서 연못까지는 내  발자국으로 길이 생겨났다. 내가 그 길을 사용하지 않은 지 5, 6년이나 되었는데도 그 길은 아직도 뚜렷이 윤곽이 남아 있다. 땅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의 발에 자국이 나도록 되어 있다.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큰길은 얼마나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또  얼마나 깊이 패었겠는가! -본문에서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비록 가장 보잘것없는 곰팡이이라고 할지라도 나처럼 사는 삶을 아마 거부하리라. 균류(菌類)의 삶은 그대로가 성공적인 한 편의 시이다. 입자를 사용하고 정리하는 관념이나 정신에서 어떤 물질의 입자보다도 우수한 어떤 것이 암시되어 있다.-본문에서
         
산을 넘어오다 개똥지빠귀가 저녁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나를 고양시키는가 하면, 나의 원기를 북돋아주며 나를 고무시킨다. 그 소리는 나의 영혼이 복용하는 약이다. 나의 눈을 맑게 하는 특효약이요, 나의 감각을 젊게 유지시켜 주는 샘물이다. 그 소리는 모든 시간을 영원한 아침으로 바꾸어놓는다.-본문에서

소로는 한낱 곰팡이에서 개똥지빠귀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눈길을 주고 있다. 인간 세계와는 달라서 자연 세계에서는 귀한 것도 없고 천한 것도 없으며 나름대로 법칙에 따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자연의 체계는 일정한 걸음걸이로 진행한다. 꽃봉오리는 마치 짧은 봄날이 영겁의 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두르거나 당황하는 빛이 없이 눈에 띄지 않게 부풀어 오른다. 모든 만물은 얼마 동안 이 자연의 활동을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가장 사소한 일에도 영겁보다 못한 시간이 할당된 것처럼 그렇게도 서둘러 대는 것일까? 손톱 깎는 일처럼 비록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잘 해낼 수 있도록 그렇게 많은 영겁의 시간을 소비하지 않도록 하라. 석양에 지는 해가 그에게 해가 남아 있는 동안 하루 일과를 개선하라고 재촉한다면,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는 옛날의 규칙적인 박자로 그를 안심시키며 앞으로는 영원히 일을 천천히 하라고 가르쳐 준다.-본문에서
바람이 잠시 잠잠한 곳에 눈 더미가 쌓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리가 잠시 잠잠한 곳에 제도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바로 그 위에 진리의 바람이 불어오면 마침내 그것이 날아가 버린다.-본문에서

우리는 우리 교육 제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은 왜 교사(敎師)들이나 학교에서 멈춰 버리는가? 우리 모두가 교사이며 온 우주가 학교이다. 학교가 서 있는 주변 풍경들을 무시한 채 학교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좋은 학교를 목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본문에서

소로가 단적으로 표현하였듯이 그에게 자연만큼 좋은 학교는 없다.  소로에게 인간의 제도란 그 이름이 무엇이건 하나같이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 이 점에서 자연이란 진리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나 진리가 잠잠하면 그 틈을 타서 인간의 제도가 마치 비 온 뒤 죽순이 솟아나듯 여기저기에 생겨난다. 그러나 다시 자연이나 진리가 나타나면 그 제도는 강풍이 모래성을 허물어 버리듯 날려 버리게 마련이다.
행진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한두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삶에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북소리의 발을 맞추지 못하고 다른 고수의 북소리에 발을 맞추어 걷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소로도 바로 그러한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북소리에 발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그는 시대의 낙오자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래를 내다본 선구자요 선각자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그가 살던 19세기 중엽에는 이렇다 할 만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21세기의 문턱을 막 넘어선 지금 그의 목소리는 큰북 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지면서 뭇 사람의 가슴을 친다.
목표를 향하여 매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몰아가는 일직선적인 세계관에서는 진보와 발전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쉽게 절망을 느낀다. 소로는 자연에서 느림의 미덕을 배울 것을 권한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앞만 쳐다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결과 인류는 오늘날의 환경 위기와 생태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다. 지구 온난화에서 대운하 건설에 이르기까지,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오늘날 소로의 속삭임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목차

책머리에 9
자 연 17 / 인 간 83 / 문 명 103 / 교 육 163 / 예 술 203 / 종 교 203
소로 연보 219 / 참고 문헌 223

작가 소개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뉴욕 주립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듀크 대학교 등에서 교환 교수를 역임하고 서강 대학교 명예 교수 및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 교수로 있다. 1987년 《세계의 문학》에 「언어와 이데올로기-바흐친의 언어이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술가, 번역가, 평론가로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은유와 환유』, 『번역인가 반역인가』, 『녹색 고전』, 『소로의 속삭임』 등을 쓰고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오 헨리 단편선』, 『동물농장』 외 다수를 번역했다. ‘문학 생태학’, ‘녹색 문학’ 방법론을 도입해 생태의식을 일깨웠으며 『한국의 녹색 문화』, 『시인은 숲을 지킨다』, 『생태학적 상상력』,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적색에서 녹색으로』 등을 펴냈다.

독자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