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침식은 어떻게 살인마를 낳는가? 뇌 과학과 심리학으로 본격 해부한 공감의 맨얼굴

공감 제로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원제 Zero Degrees of Empathy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 | 옮김 홍승효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발행일 2013년 9월 23일 | ISBN 978-89-8371-625-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8x220 · 288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공감, 우리 안의 천사와 악마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얼마나 공감하고 있습니까?

누군가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타인과 원활하게 관계를 맺지 못하고, 누군가는 항상은 아니지만 가족이나 친구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며 도움을 주려 한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혀 읽지도, 감정을 느끼지도 못해서 타인을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해 버리며 어떠한 후회도 없이 폭행과 고문, 강간, 살인 등을 일삼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공감 능력이 완전히 바닥나 버린 사람들, 공감 회로가 영원히 작동을 중지해 버린 사람들, 바로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공감 제로에 놓인 사람들이다.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발달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 박사는 무엇이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갉아먹고 그들을 살인마로 내모는지 밝히고자 뇌 과학과 심리학, 유전학을 동원하여 공감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그리고 공감의 침식 뒤에 숨겨진 살인과 폭력, 잔인함의 기원을 찾아 떠난 이 여행에서 공감 제로가 반드시 사이코패스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유발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때로는 과학이나 예술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공감 제로가 지닌 흥미로운 두 얼굴도 만나게 된다.

 

“책의 일차적인 목적은, 전통적인 개념에서 ‘악’이라고 다루어져 온 인간의 불가해한 행동들의 신경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가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공감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 또한 설득력 있고 시의 적절하다.” —《프레시안》

“’인간의 잔인성’을 악이라는 개념 대신 ‘공감의 침식’이라는 용어로 풀어내, 감성 차원에서의 적절한 사회적 교류를 새롭게 강조한 책이다. ‘잔인성’이 단지 몇 가지의 드문 질병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 무엇이라는 점을 ‘공감 레벨’로 보여준 것도 흥미롭다.” —《헤럴드경제》

편집자 리뷰

“인간이 인간에게 잔인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 원인의 핵심으로 파고드는 책이다.” —《가디언》

“공감 능력과 우리 뇌의 관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정보들을 담은 매력적인 교양서이다.” —테리 이글턴, 《파이낸셜 타임스》

“이 책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의 유용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가장 잔인한 면모를 통해 우리 인간이라는 종의 탄탄한 이해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첫 발을 내딛는 책이다.” —《보스턴 글로브》

“저자의 전문가로서의 경험이 주제를 단계별로 설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빛을 발하며, 쉬운 단어와 설명으로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 또한 과학적 호기심을 따라가는 저자의 지적 여행에 동참할 만하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짧고, 명확하고, 쉽게 읽힌다. 사이먼 배런코언은 복잡한 주제들을 잘 안내하는 최고의 선생이다.” —《스펙테이터》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컬럼바인 총기 사건 같은 인간이 벌이는 잔학 행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시각을 제공한다.” —《라이브러리 저널》

스물여덟 살의 폴은 술집에서 낯선 남자의 얼굴에 깨진 맥주병을 쑤셔 박았다. 바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그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살인죄로 재판을 받는 내내 전혀 후회하지 않으며 무죄를 항변하는 폴의 독선적인 태도에 변호사를 비롯한 재판정 내의 모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지금 내게, 똥덩어리가 죽었는데 후회하느냐고 묻는 겁니까? 물론 난 후회하지 않아요. 그 자식은 뿌린 대로 거둔 것뿐입니다.”

정신 의학계는 폴에게 사이코패스, 즉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미 여덟 살에 자기가 키우던 고양이의 뒷다리에 벽돌을 매달아 잔인하게 괴롭히고 열세 살 무렵부터 폭행과 강간 등의 범죄로 감옥을 들락날락한 그는, “아동기나 사춘기부터 성장기까지 계속해서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는 전반적인 행동 양식”으로 특징되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라는 진단 범주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하지만 정신 의학계의 진단은 표면으로 드러나는 폴의 행동을 특징 지어 피상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 뿐 왜 폴에게서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같은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을 법하지 않은 비정상적이고 잔혹한 행동들이 나타나는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사이코패스들은 왜 자기 앞에 마주한 한 인간의 고통과 감정, 인격을 깡그리 무시하고 거리낌 없이 그들에게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일까? 폴이 남자의 얼굴에 맥주병을 쑤셔 박는 동안,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프리츨이 자신의 딸을 지하실에 감금하고 성폭행하는 동안, 나치 과학자가 어느 유태인 여인의 멀쩡한 손을 절단하여 뒤집은 후 다시 꿰매는 동안,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그리고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정신 병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은 뇌 과학과 유전학, 발달 심리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하여 사이코패스를 비롯, 흔히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이 보이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을 설명해 보고자 시도한다. 그리고 ‘악(惡)’의 기원을 찾는 이 지적 여정에서 다른 살아 있는 존재들을 생명체가 아닌 그저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해 버리는 등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완전히 바닥이 난 상태인 ‘공감 제로’에 놓이게 되는 순간, 우리 안의 악한 본성이 고개를 들어 극악무도한 행위들을 저지르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공감 제로(Zero Degrees of Empathy)』는 사이코패스와 경계선 성격 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 실제 공감 능력 상실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임상에서 오랫동안 진단하고 연구해 온 ‘공감’ 전문가가 어떻게 해서 몇몇 사람들에서는 공감의 침식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살인이나 폭력과 같은 잔인한 행동들이 나타나게 되는지를, ‘공감’의 심리적, 신경 과학적 기반에서 살펴봄으로써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감의 맨얼굴

누군가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어 홀로 지내는 걸 선호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가족이나 친구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도움을 주려 애쓴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혀 읽지도, 감정을 느끼지도 못해서 어떠한 후회도 없이 폭행과 고문, 강간, 살인 등을 일삼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공감 능력이 완전히 바닥나 버린 사람들, 공감 회로가 영원히 작동을 중지해 버린 사람들, 바로 우리가 악마라 부르는, 공감 제로에 놓인 사람들이다.

『공감 제로』는 공감의 상실이 우리 인간에게서 불러오는 참혹한 결과들을 마주하기에 앞서 먼저 공감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를 정확히 짚어 보고, 우리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공감이 발생하는지, 우리 마음속에서는 주변 환경들과의 어떤 상호 작용들을 통해 그 능력이 발달해 가는지, 그리고 사람마다 공감 능력이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하는 공감의 본성을 세밀히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배런코언에 따르면, 공감이란 타인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의 사고와 기분에 적절한 감정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과 반응이라는 주요한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공감이 제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마음 이론’, 인지적 공감)뿐 아니라 그것에 적절한 감정으로 대응하는 능력(정서적 공감) 역시 필요하다. 배런코언은 지금까지의 공감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지들이 이 같은 공감의 주요한 두 구성 요소(인식과 반응)를 잘 반영하지 못한 탓에 개개인의 공감 능력을 정확히 측정해 내지 못했다는 점을 깨닫고 직접 질문 문항을 세밀하게 설계한 공감 지수(Empathy Quotient, EQ)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EQ로 측정한 개개인의 공감 능력과 공감 수준의 개인차를 바탕으로. 우리 마음속의 공감 기제가 공감 능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인 레벨 0, 즉 공감 제로에서 초공감을 보이는 레벨 6에 이르는 대략 7단계로 설정된 종형 정규 분포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EQ로 측정한 7단계 공감 수준

레벨 0 공감 능력이 전혀 없다. 일부의 사람들은 살인, 폭행, 고문, 강간 등의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여기 속하며, 이 상태가 바로 극단의 극치, 공감 제로다. 타인이 어떻게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하므로 후회나 죄책감도 경험할 수 없다.

레벨 1 특정한 조건 하에서 공감 회로가 작동을 멈춰 타인에게 물리적인 상처를 줄 수는 있지만, 자신의 행동을 어느 정도 되돌아보고 유감을 표현할 수 있다.

레벨 2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렴풋이 눈치채고 물리적인 공격은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 다만 부적절한 언행으로 끊임없이 실례를 저지른다.

레벨 3 스스로가 공감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그 사실을 감추거나 보상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계속해서 공감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나 관계는 피하려 든다.

레벨 4 일상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감정 이외의 다른 주제들로 대화를 나눌 때 한결 편안함을 느낀다. 정서적인 친밀함보다 공통된 관심사에 주로 기반해 관계를 맺는다.

레벨 5 평균보다 조금 높은 공감 능력을 갖고 있다. 많은 시간 타인들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며,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길 삼가고 다양한 관점들을 참고하거나 고려한다.

레벨 6 타인의 감정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타인을 살피려 애쓰는 놀라운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화 중에 타인의 말에 끼어들거나 자기 얘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입장이다. 상대방은 이들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 안의 악마, 공감 제로

공감 능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 공감 수준이 0인 상태에 속해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바로 자신 이외의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므로 후회나 죄책감 없이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우리가 흔히 악마라 부르는 공감 제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감 제로는 정확히 어떤 상태일까? 공감 제로인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특징들이 나타날까?

 배런코언은 공감 제로에 이르는 명확한 의학적인 경로를 밝히기 위해 정신 의학에서 오래된 범주를 취한 후 공감 제로의 사례로써 그들을 재개념화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사이코패스와 경계선 성격 장애, 나르시시스트를 모두 부정적인 공감 제로로 묶어 차근차근 살펴봄으로써 이들 모두가 뇌 속의 동일한 공감 회로에 발생한 문제들로 인해 타인과 상호 작용하는 법과 타인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되어 스스로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명백히 나쁜 영향을 끼치는, 극단적으로는 폭력과 살인을 일삼는 공감 제로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부정적인 공감 제로 B유형: 경계선 성격 장애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해 누구와도 함께 있으려 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숨 막혀 하며 밀쳐 내거나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번갈아 한다. 적절한 감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반응하지 못하며, 또한 상대의 얼굴에서 의도와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 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캐럴의 사례에서 보듯이 반복되는 증오와 분노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부정적인 공감 제로 P유형: 사이코패스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한다. 자신을 좌절시키는 아주 작은 일에도 즉시 폭력적으로 반응하며, 때로는 냉정하게 계산된 잔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타인의 감정에 대해 완전히 무심한 채 어쩌면 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쁨조차 느끼면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애매모호한 상황을 마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의도를 가진 것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인 공감 제로 N유형: 나르시시스트

다른 공감 제로 유형들과 마찬가지로 양방향적인 관계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몹시 자기중심적이며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대화에서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킬 여지를 만들려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아내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단지 자기 자신에 대한 말들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 주지 않으면 분노하며, 때때로 연쇄 살인범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고 여겨진다.

 배런코언은 타인의 감정과 사고뿐만 아니라 세상에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 세 유형의 심리학적 공통점들에 더해, 사회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안쪽앞이마겉질(내측전전두피질)과 언어 표현에 관여하는 이마덮개(전두판개), 다른 사람의 의도와 믿음을 판단하는 관자마루이음부(측두두정접합부), 정서의 학습과 조절에 관여하는 편도체 등 우리 뇌 속에서 공감 능력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밝혀진 열 군데 부위들 중 일부에서 세 유형들이 제각기 활동 저하를 보인다는 사실을 덧붙여 공감 제로가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양상과 그 원인을 차근차근 설명해 낸다.

공감 제로의 두 얼굴

기존 정신 의학에서 ‘성격 장애’로 묶여 있던 사이코패스와 경계선 성격 장애, 나르시시스트를 공감 제로로 재개념화하고 공감 회로의 영구적인 작동 정지 혹은 공감 능력의 영원한 상실이라는 뇌 과학적 기반에서 이들을 설명함으로써, 배런코언은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극도로 잔인한 행동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었다. 하지만 ‘악’의 기원을 찾아 공감의 이면을 탐구하는 이 지적 여정에서 배런코언은 공감의 침식 뒤에 숨겨져 있던 공감 제로의 딜레마와도 마주하게 되었다. 공감 능력의 상실로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공감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다른 한편으로 극도로 발달된 체계화 능력으로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기도 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비롯한 일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바로 그것이다.

 배런코언은 공감 수준은 0에 머물러 있지만 고의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 사람들을 부정적인 공감 제로와 분리하여 긍정적인 공감 제로로 정의한다. 긍정적인 공감 제로는 공감 능력이 감소한 대신 패턴 인식과 체계화 능력이 향상된 특별한 경우로,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인물이 잘 나타내 주었듯이 세부 사항들에서 놀랄 만한 주의력을 보이며 그에 관해 무한해 보이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 타인과 시선을 맞추거나 함께 어울리는 것은 힘겨워 하지만 단 한번 들은 음악의 모든 음표들을 피아노로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던가, 날짜와 온도, 강우량 등의 날씨 정보들을 기록하여 체계화하고 날씨를 예측하려 시도하는 등의,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갖는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배런코언은 종종 다른 사람들을 속인다는 점에서 인지적 공감은 온전하나 정서적 공감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사이코패스와 정반대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이 인지적 공감은 낮지만 정서적인 공감은 온전한 덕분에 타인과 애완동물 등을 돌볼 수 있으며, 그렇기에 긍정적인 공감 제로라 정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공감, 우리 안의 악마와 천사

공감의 상실은 다른 사람을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해 버림으로써 분노와 증오를 쉽사리 키우고 폭력과 살인 등의 잔인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게 만들 수 있다. 배런코언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감을 만들어 내는 우리 뇌 속 공감 회로와, 그 공감 회로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나 성호르몬 등을 담당하는 유전자 등 최신 뇌 과학과 유전학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공감과 공감의 침식이 초래되는 과정 및 그 원인을 과학적 기반에서 규명하려 시도했다.

 전통적인 정신 의학적 진단 범주들을 ‘공감의 상실’로 특징 지어 ‘공감 제로’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혀 줌으로써 『공감 제로』는 비정상적이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을 일삼는 사람들을 피상적인 수준이 아닌 뇌와 마음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단계에서 이해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감 제로가 반드시 사이코패스나 경계선 성격 장애 같은 부정적인 양상을 띠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아스퍼거 증후군과 같은 긍정적인 공감 제로 또한 나타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유전자나 뇌적 기반 같은 생물학적 요인들과 환경적인 요인들의 복잡한 상호 작용으로 공감 능력은 발달하며, 마찬가지로 침식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높은 데서 낮은 곳까지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는 공감 수준의 어딘가에 제각기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공감의 침식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공감 그 자체가 매우 가치 있는 자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공감의 시대’라는 말이 있듯 오늘날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현상을 꼬집고 공감 능력을 함양시켜야 한다는 얘기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공감이 우리 뇌의 어떤 부위에서 어떤 과정으로 일어나 우리 마음속에서 어떤 인지적 정서적 반응들을 유발하는지 하는 공감의 심리적, 신경 과학적 기반에 대한 이해나 설명은 부족하며, 그렇기에 공감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공감의 침식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들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감 능력을 영원히 상실해 버린 사람들의 뇌와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의 이면과 공감 그 자체의 본성을 파헤치는 이 책을 통해, ‘공감의 시대’에 진정 공감을 가치 있는 자원으로 다루고 잔혹한 행위를 일삼아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공감 제로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감사의 글 9

1장 악마라 불리는 사람들 15

2장 공감의 뇌 과학 31

3장 공감 제로의 두 얼굴: 부정적인 공감 제로 61

4장 공감 제로의 두 얼굴: 긍정적인 공감 제로 119

5장 공감 유전자 153

6장 공감의 침식 뒤에 숨겨진 우리 안의 악마 177

부록 1 공감 지수(EQ) 측정하기 225

부록 2 부정적인 공감 제로 찾아내기 233

주(註) 239

참고 문헌 251

찾아보기 281

감사의 글 447

참고 문헌과 더 읽을거리 453

옮긴이 글 481

찾아보기 487

작가 소개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실험 심리학 및 정신 의학부의 발달 정신 병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자폐증 연구소(Autism Research Centre, ARC)와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되는 성인들을 위한 진료소(Cambridge Lifespan Asperger Syndrome Service, CLASS)의 소장을 맡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뉴 칼리지(New College, University of Oxford)에서 인간 과학을 전공하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폐증 아동에게서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의 발달이 지연됨을 학계에 최초로 보고하였으며, 자폐증 아동들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가르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책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설문 항목을 통해 공감 능력을 자가 측정할 수 있는 공감 지수(Empathy Quotient, EQ)와 체계화 정도를 측정하는 체계화 지수(Systemizing Quotient, SQ)를 개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에게서 공감 능력이 단지 있거나 없는 두 가지 상태가 아니라 공감이 완전히 바닥난 공감 제로(0단계)에서 충만한 6단계까지 총 7단계의 종형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주장한다. 지은 책으로 『마음맹(Mindblindness)』과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The Essential Difference: Men, Women and the Extreme Male Brain)』 등이 있으며, 『다른 마음 읽기(Understanding Other Minds)』, 『공감각(Synaesthesia)』을 포함해 다수의 책을 편집하였다.

홍승효 옮김

서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진화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과학 책 만드는 일을 하다, 제약 회사 마케팅 부서와 리서치 전문 업체를 거쳐, 현재는 국내에 좋은 과학 책을 소개하고,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이야기로써 풀어낼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살인의 진화 심리학』을 썼으며, 『이웃집 살인마』를 번역했다. TV 다큐멘터리 「과자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의 대본을 집필하기도 했다.

독자 리뷰(4)
  1. 2016년 1월 17일 12:46 오후

    비공개 댓글

  2. 2015년 11월 4일 4:52 오후

    전 23점… 아스퍼거증후군 아니먼 고중증? 자폐증이라는데 ㄷㄷ;;
    흠……………… 이래서 내가 대인관계가 안좋았나

  3. ..
    2013년 11월 16일 12:51 오전

    아아.. 왜 성인용 테스트에서 30점이 나왔을까…

    1. 헤헿
      2015년 11월 1일 6: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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